조물락 조물락... 웬만한 생활소품 OK!

[이야기공방 ②] 폴리머클레이 공예

등록 2006.08.13 08:16수정 2006.08.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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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a 최근 유행하는 폴리머클레이 공예. 아래 사진 좌측부터 한 공정을 거칠 때마다 무늬가 섬세해지고 많아진다.

최근 유행하는 폴리머클레이 공예. 아래 사진 좌측부터 한 공정을 거칠 때마다 무늬가 섬세해지고 많아진다. ⓒ 유성호

소꿉놀이하듯 색깔 있는 반죽을 빚습니다. 이색 저색 몇 가지색을 섞어가며 반죽을 밀고 당기다 꽈배기마냥 꼬다보면 서로 엉키면서 기묘한 무늬가 만들어집니다. 이것을 원하는 단추 크기의 원기둥으로 만들어 김밥 썰 듯 잘라내니 같은 무늬 단추가 줄줄이 쏟아집니다.

최근 배우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는 폴리머클레이(Polymerclay) 공예의 한 장면입니다. 폴리머클레이는 말 그대로 폴리머(중합체)와 클레이(점토)의 합성어입니다. 화학적으로 만든 고분자중합 점토쯤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이번 시간엔 폴리머클레이 공예를 배우는 모임을 찾았습니다.


먼저 폴리머클레이의 역사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 봅니다. 이 공예의 첫 출발은 1930년대 후반 독일의 진보적 여성인 피피(Fifi)가 자신의 이름을 본 딴 인형 '피피 모자이크'를 점토로 빚어 시장에 내놓으면서부터 입니다.

그녀는 1964년에 점토 배합공식을 에버하르트 파버에게 팔았고 파버 형제가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는 '피모(FIMO)'라는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나라마다 조금씩 만드는 방법과 성분을 달리한 제품들이 개발됐으며 1970년대 미국에서 붐을 이루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a 박수행 씨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수강생들.

박수행 씨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수강생들. ⓒ 유성호

a 폴리머클레이를 이용, 화려한 열대어를 만들고 있다.

폴리머클레이를 이용, 화려한 열대어를 만들고 있다. ⓒ 유성호

1930년대 후반 독일서 태동... 1970년대 미국에서 대중화

지난 8월 8일 있었던 공예모임에는 8명의 수강생이 자리했습니다. 강사는 경력 22년의 우리나라 폴리머클레이 공예 1세대인 박수행(47)씨. 모임 장소는 공방이 아니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가정집이었습니다. 장소를 제공한 이는 한현남(34)씨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던 손끝 매서운 주부입니다. 이번 이야기공방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집안은 선풍기 두 대가 쉼 없이 바람을 토해내지만 여름 한낮의 열기와 수강생들의 열의가 뒤섞여 후끈했습니다. 이들을 찾아갔을 때 마침 화려한 무늬를 가진 열대어를 빚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색을 이용해 물고기 비늘무늬 만드는 방법을 배웠는데, 설명 없이 보자니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인지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날 강습에는 웹디자이너였던 송정선씨, 전 직장을 그만두고 강사를 찾아 온 김연진씨, 풍선아트 전문가인 강다영씨, 비즈공예와 은점토공방을 운영하는 박미선씨, 뭔가 배우고 싶은 열정에 이끌려온 박내정씨, 경기도 광주의 이수연씨, 충남 공주에서 온 선서현씨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이 폴리머클레이를 선택한 이유는 창의력만 있으면 무궁무진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또한 우리 시장의 잠재력 때문입니다. 취미일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강사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남보다 빨리 배우려는 것입니다.


박수행씨는 "비즈공예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취미활동인구가 대거 폴리머클레이로 이동해 강사가 부족하다"며 "저가로 남녀노소가 아무런 도구 없이 손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공예라서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씨에 따르면 6주(48시간) 정도 배우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고 이들은 백화점 문화센터, 학교 특별활동 등의 강사로 활약하게 됩니다. 초보자의 경우 문양 배우는데 2시간, 구워서 완성하는데 까지 총 4시간이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a 폴리머클레이 재료. 기본적인 색상과 특수효과를 내는 색상, 굳기에 따라 다양한 재료가 시중에 나와 있다.

폴리머클레이 재료. 기본적인 색상과 특수효과를 내는 색상, 굳기에 따라 다양한 재료가 시중에 나와 있다. ⓒ 유성호

a 기자가 만들어 본 열대어, 주사위, 열쇠고리.

기자가 만들어 본 열대어, 주사위, 열쇠고리. ⓒ 유성호

별다른 재료 필요 없고 초보도 2시간 배우면 작품 가능

고수들 앞에서 흉내 낼 엄두를 못 내다가 초보자도 2시간이면 된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쓰다 남은 자투리를 모아 빚어 봤습니다. 합쳐진 두개의 색깔은 손길에 따라 섞이면서 '마블' 문양이 됩니다.

폴리머클레이는 액세서리는 물론 생활소품까지 만들 수 있는 기능성이 우수한 공예재료입니다. 독성이 없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가격 역시 개당(56g) 3500원으로 큰 부담이 없습니다. 서로 다른 색 두 개(7000원) 정도만 있어도 알록달록한 핸드폰 고리 수십 개를 만들 수 있으니 비용 효과적입니다.

오븐에 굽기 전에는 언제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며 자투리 한 톨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료구입은 취미 인구가 늘면서 폴리수(www.polysoo.co.kr) 등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곳이 많이 생겼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알파문구 등 대형문구점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How to - 단추 만들기]

a 체크무늬와 꽃무늬 단추. 한현남씨 작품.

체크무늬와 꽃무늬 단추. 한현남씨 작품. ⓒ 유성호

준비물 : 폴리머클레이 2개, 칼, 이쑤시개, 전기오븐

폴리머클레이는 참 많은 특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한가지 색으로도 작품을 빚을 수 있고 여러 가지라면 더욱 화려한 무늬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도구래 봤자 커터 칼에 이쑤시개 정도만 있으면 웬만한 것을 다 만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손으로 조몰락거리면서 모양을 만들기 때문에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습니다. 다만 마무리로 작품을 구워내기 위해 토스트오븐, 전자렌지는 필수입니다. 그마저도 없다면 프라이팬에 구울 수도 있습니다.

단추 만들기 첫 단계는 색깔이 다른 두개의 폴리머클레이를 적당한 무늬로 배합합니다. 두 가지 색일 경우 흔히 만들 수 있는 무늬는 체크입니다. 재료를 단면이 정사각형이 되도록 붙이고 이를 2등분해서 다시 붙입니다.

다시 8㎝ 정도로 늘인 후 2㎝씩 4등분해서 체크무늬가 되도록 붙이기를 몇 번 반복하면 멋진 체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늘였다 잘라 붙이기를 반복할수록 무늬는 촘촘해지고 작아집니다. 그리고 단면을 조심해서 잘라내고 이쑤시개로 단추 구멍을 냅니다.

마지막으로 토스트오븐에 구워내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단추가 완성됩니다. 무늬가 작을수록 구별이 어려워 작품이 같아 보입니다. 또 복잡할수록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단추는 빨래와 드라이클리닝도 견딜 수 있습니다. 수빈이 바지에는 사방체크무늬 단추가 달려있군요.

오늘의 이야기 주인공은 장소를 제공한 한씨와 수빈이입니다. 한씨는 공예를 배우고는 싶은데 생후 6개월의 수빈이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자 자기 집을 강의실로 제공한 것입니다. 수빈이는 환한 이마의 또렷한 눈매를 가진 작고 귀여운 여자 아이입니다. 30대 중반에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얻은 첫 아기인 만큼 한씨에게는 더 없이 소중합니다.

수빈이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수빈이를 낳을 때 아이 머리가 커서 제왕절개를 했는데, 수술직후 계속되는 하혈과 혈압강하로 위험한 고비를 몇 차례 넘겼다고 합니다. 병원에 예비한 혈액을 다 쓰고도 모자라 혈액원에서 응급으로 공수하는 등 한씨에게 무려 39단위를 수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료진은 한씨의 남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 인생의 동반자 수빈이 그리고 폴리머클레이

a 수빈이 옷에 달아 준 사방체크무늬 단추. 무독성이라서 아이가 빨아도 무해하다.

수빈이 옷에 달아 준 사방체크무늬 단추. 무독성이라서 아이가 빨아도 무해하다. ⓒ 유성호

정작 한씨는 13시간 동안 마취에서 깨지 않아 이런 위험한 상황을 몰랐다고 합니다. 한씨는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에서 2주간 머무르다 퇴원했고 그 때 쇠약해진 몸으로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몸으론 복직 어려울 것 같아 3년 전에 눈여겨 봐두었던 폴리머클레이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한씨는 "아직 시작하고 배우는 단계라 더욱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직장생활 할 때와는 달리 너무 보람되고 엔도르핀이 마구 샘솟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수빈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불어 일도 즐길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액세서리로 시작해 점차 전공분야인 인테리어와 접목시키겠다는 것이 한씨의 계획입니다. 아기들 모빌, 커튼 고리, 컵 받침, 책표지, 그릇, 컵 등을 만들면서 차츰 본인만의 뚜렷한 색깔과 주제를 가진 작품으로 확대한다는 옹골찬 계획이 이미 서 있습니다.

수빈이와 함께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한씨와 그의 인생길에 동반자가 된 폴리머클레이 공예. 빚어내는 정성과 노력에 따라 아름답고 멋진 문양이 완성되는 폴리머클레이 같은 인생이 되길 기원합니다.

a 수빈이를 낳다가 생사 고비를 넘긴 한씨에게 가족의 의미는 남다르다.

수빈이를 낳다가 생사 고비를 넘긴 한씨에게 가족의 의미는 남다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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