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왔습니다.조선희
7월4일. 애인 같은 아들 현익이가 입대를 하였다. 우리 현익이는 4대독자여서 공익근무나 방위산업체에 취업을 해 군생활을 안 해도 됐지만, 어려서부터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는 말을 한결같이 하더니 본인이 현역으로 신청을 하였다.
입대 날이 정해지자 친구들 만나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부쩍 더 집안일을 도와주었고, 입대하기 며칠 전부터는 자꾸 혼자 훈련소에 가겠다고 했다. 아마도 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기엔 맘이 아팠던 모양이다. 입대 전날 본인이 집에서 머리를 깎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훈련소 들어가던 날 남들도 다하는데 아무 걱정 말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는 말 한마디 건네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총총히 걸어가던 모습…. 그 때는 야속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편지에 뒤를 돌아보면 울고 있는 엄마모습에 맘이 약해질까봐 일부러 꾹 참고 걸어갔다고 적혀 있었다.
편지를 보낼 때마다 열심히 해서 ‘상점’ 많이 받아 전화도 하고 꼭 사단장표창 받아서 퇴소식 날 특박 받아 엄마를 보겠다고 하였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더 힘든 건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면서도 내심 꼭 그래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8월6일 오전 10시 7분. 마침 그날은 오랜만에 친정집에서 잤는데 휴대폰에 033지역번호가 떴다. 나는 너무도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210명 중 두 명이 ‘상점’을 잘 받아 전화한다고) 그렇게 기다리던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날도 여전히 현익이는 “열심히 해서 꼭 엄마 볼 수 있도록 할께”라는 말을 해 주었고, 마침 계셨던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아빠도 내색은 안하셨지만 내심 손자를 기특해 하시는 것 같았다.
사실 지난주 초부터 은근히 부대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렸지만 화요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아마도 우리 현익이보다 더 열심히 잘한 아이가 있나 보다 생각하고 포기했었다. 그런데 8월9일 오전 10시경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혹시나 하며 받았는데 훈련병 67번 장현익이 우수한 성적으로 표창을 받게 되었다고 초청장을 보내드리니 올 수 있겠냐는 전화였다. 정말 우리 현익이가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11일, 아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설레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작은 꽃다발을 준비하고, 특박을 나오지 못하는 다른 동료들을 위해 초코파이 4박스를 차에 실고 신병교육대대로 향하였다. 3시쯤 도착을 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해서 준비한 초코파이는 반입이 안 된다고 하여 그냥 차에 두었고, 입구에서부터 너무나 친절한 군인들 때문에 기분이 한층 더 좋았다.
들어가는 입구 초소에서 아드님이 누구냐고 묻는데 사실 약간은 자랑스런 아들 덕에 어깨가 으쓱하였다. 4시부터 퇴소식이었다. 퇴소식 전 부모들을 위해 마련한 각 생활관 별로 준비된 사진에서 먼저 아들을 만날 수 있었고 틀어주는 비디오에서 현익이의 훈련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식장으로 가보니 초대받은 부모들의 자리는 바로 사단장 자리 뒤편에 마련되어 있어 한눈에 일사불란하게, 절도 있게 움직이는 씩씩한 210명의 군인을 볼 수 있었다. 앉자마자 아들의 모습을 찾느라 분주했는데, 쉽게 아들을 찾을 수 있게끔 미리 대열의 위치를 알려준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 그 기쁜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눈물이 울컥 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