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아 일제시대때 지어진 건물인 서울시청 본관 건물이 태극기로 뒤덮여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박 형.
전 국가 기념일을 맞아 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과연 당연히 해야 할 국민 된 도리인가 하는 것에 한번도 의심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국가 기념일마다 국기를 달긴 해야겠는데 때로는 귀찮아서, 때로는 마땅히 국기를 달 만한 곳이 없다는 핑계로 그냥 넘어 갔을 뿐 국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는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싱가포르에 와서 집집마다 내 걸린 국기를 보면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싱가포르 국민들은 한 집도 빠지지 않고 국기를 내 걸 수 있었을까? 그들에게 국기 게양은 과연 독립을 기념하는 것 외에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게 궁금했습니다. 제가 듣기론 국기 게양을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외국인이 주로 사는 콘도에는 도리어 국기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강제하지 않아도 대다수 국민들이 국기를 내 거는 싱가포르의 모습이 박 형 보기에는 어떤가요? 국민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의 기념일에 함께 동참하는 모습이 부러운가요? 광복절임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네 아파트와 비교하면서 반성을 하게 되는가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외운 탓에 이 곳 싱가포르에서도 '국기에 대한 맹세'가 쉽게 떠오릅니다. 그 정도 다짐을 했으면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살아야 마땅한데 지금 제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세상을 국가 단위로 나누는 것을 반대하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를 내걸려고 하다가도 어쩐지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어 그만 둔 적이 있습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 역시 '국민교육헌장'처럼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 지 오래구요. 오랜 독재시절 동안 세뇌되고 강요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불러 온 역효과는 아닐까요?
광복절을 맞아 국기 게양과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박 형과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국민 된 도리로서 국기 게양에 동참하는 것이 옳은 일 일인지,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 게 곧 '국민의식의 결여'이며 '개인주의의 폐해'로 지적당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 형에게 꼭 답을 듣고 싶은 질문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가 반드시 '국민'이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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