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지역 한국어 교실 이야기-3

한국어, 그리 어려운 언어는 아니다

등록 2006.08.15 18:56수정 2006.08.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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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에서 한국어가 가장 어려운 언어의 하나로 분류되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언어학 이론적으로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특별히 영어권 학생들에게는 로마자 알파벳을 사용하지 않는 언어인 한국어가 어려운 언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필자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10여년이 넘게 영어권 화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온 필자는 학생들이 재미있고 쉽게 한국어를 배우는 모습을 봐 왔다. 오히려 한국어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한국어를 딱딱하고 어렵게 배워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a 필자가 직접 작곡한 한국어 교육을 위한 노래 악보들

필자가 직접 작곡한 한국어 교육을 위한 노래 악보들 ⓒ 구은희

필자의 수업에서는 필자가 직접 작곡한 노래를 가지고 한국어를 공부한다. '안녕하세요?'를 시작으로 '가나다라',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 사람이에요?' 등등 40여곡의 노래로 한국어를 공부한다.

그렇게 노래를 이용해서 한국어를 배운 필자의 학생들은 일주일에 2~3시간씩 10주의 한 학기가 지나면 웬만큼 간단한 말은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고, 읽는 것은 거침없이 소리 내서 읽을 수 있고 일기 한 페이지 정도는 거뜬히 써 낸다.

사실, 필자도 영어를 비롯하여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등 외국어를 공부해 봤지만 이렇게 단시간 내에 웬만큼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는 못 했다.

물론, 언어의 특성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교사의 역량과 교수법에 따라서 한국어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

다음은 버클리 지역 한국어 교실 학생 중의 한 사람인 전기명씨의 저널이다. 전기명씨는 중국 사람으로 본교를 찾기 전에는 '안녕하세요?'도 모르고 한글도 모르던 사람이다. 일주일에 2시간씩 6주 수업을 마치고 쓴 글이 다음 사진에 나온 일기다.


물론, 맞춤법이나 문법적인 오류가 있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12시간의 수업 후에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어가 결코 어려운 언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사람은 중국 사람이니 같은 동양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 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은 이 정도는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a 본교에서 한국어를 6주 배운 전기명 씨의 일기

본교에서 한국어를 6주 배운 전기명 씨의 일기 ⓒ 구은희

필자의 수업에서는 첫 주부터 일주일에 한 번 일기를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물론, 처음에는 모든 것이 영어로 쓰이고 몇 개의 단어만 한국어로 쓰인 있는 일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주 한 주가 지나면서 점점 늘어나는 한국어를 볼 수 있고 학기가 끝날 때쯤이 되면 거의 대부분이 한국어 문장으로 쓰인 일기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이 때가 되면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들이나 모두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이제 곧 여름 학기가 끝나간다. 여름 학기 마지막 행사로 함께 한국 음식을 한 가지씩 해 오고 그동안 배운 한국어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처음 학교를 찾을 때에는 '가나다라'도 모르던 학생들이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하고 발표를 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어떠한 이유든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버클리 지역 한국어교실-2'에 이어 쓴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버클리 지역 한국어교실-2'에 이어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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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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