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내 진령사(鎭靈社).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곳이다.야스쿠니신사
'일본 유족회' 회장이었던 하시모토는 96~98년 총리 재직 당시 자신의 생일에 한 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가 한국·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다음해부터는 참배를 포기했다.
당내 기반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고이즈미 후보는 일반 당원의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하시모토 후보와의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공약이 바로 '8·15 참배'이다.
그런데 지금 아베 장관이 놓인 상황은 5년 전 고이즈미 총리와 오히려 반대이다. 일본 내에는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차기 총리가 한국·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아베 장관이 이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고이즈미 총리를 답습하려고만 한다면 국민들은 금방 식상할 것이다.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강경입장만 고수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에게도 전임자와의 '차별성'이 필요한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긴, 필요한데...
최근 이런 상황에 대한 아베 장관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의 행보에는 쟁점을 가급적 피해가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그는 지난 4월 이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언론들에 보도됐다. 매년 8월 15일에 참배해왔는데, 올해는 이렇게 미리 당겨서 다녀온 것은,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자신의 참배가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그는 참배 사실의 확인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갔다, 안 갔다, 언제 갈 것이다, 말할 생각이 없다"며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5일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해서도 "고이즈미 총리가 개인으로서 생각을 말씀하신 그대로이다"며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한국·중국과 여러 채널의 대화를 통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이런 제스처는 야스쿠니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일단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무사히 넘기고 보자는 계산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뿌리와 지금까지 행보를 볼 때 한국,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신념'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는 저서에서 일본과 호주, 인도 그리고 미국을 잇는 '아·태 민주국가 연대' 구상을 밝히고 있다. 결국 한국·중국과의 갈등을 계속 감수하면서, 아시아의 다른 파트너에서 외교분야의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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