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58회

희망을 찾아서

등록 2006.08.16 17:43수정 2006.08.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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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를 향한 짐리림의 말 한마디마다 가시가 돋쳐 있었지만 아누는 이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이도라…, 그럴듯한 이름이군. 난 그 생물들과 마주쳐 보았네. 그 놈들은 어느 정도 길들일 수 있는 생물들이야. 그들을 이용해 보더아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줄 수도 있겠어.


짐리림은 아누의 말이 엉뚱하기 그지없자 어이없다는 하쉬식 표현으로 손을 훡훡 휘저으며 크게 말했다.

-사이도들이 길들일 수 있는 생물로 보이던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데, 그 놈들은 사나운데다가 간교하기까지 하네. 에질과 일레는 사이도에게 죽임을 당했어.
-에질과 일레가?

짐리림은 에질과 일레가 사이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가까스로 탈출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니까 에질과 일레를 죽이고도 자네는 살려두었다는 것이지? 왜 그런 건가?

짐리림은 문득 그때의 일이 떠올라 머릿속이 무거워졌다.


-사이도 중 하나가 말리는 것 같더군.
-짐리림 자네를 단순히 사냥감쯤으로 생각했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에질과 일레의 시체가 금방 부패해 버리는 걸 보고서 먹이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그런데 아누 자네는 어떻게 사이도와 만나게 된 거야?
-다친 사이도를 치료해 주었어.

짐리림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입을 딱 벌리고 있다가 크게 웃었다.


-그래 치료해 주니까 길들여지던가? 그런데 그 사이도들은 지금 어디 있지? 그들을 어느 세월에 어떻게 길들여 보더아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준다는 건가?

목이 탄 짐리림은 손을 더듬어 물통을 찾았다. 아누는 재빨리 물통을 건네어 주었다.

-고맙네. 물론 소독한 물이겠지?
-아무렴

-그래…, 난 이제 자네 도움 없이는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먹을 처지가 되었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어. 그런 환경 이상주의는 집어치우자고. 보더아에게 내게 잘 말해보도록 할 테니 이만 탐사선으로 돌아가자.
-언젠가는 탐사선으로 돌아가야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자, 이걸 손에 묶을 테니 날 따라오면 되네.

아누는 배낭에서 줄을 꺼내어 자신의 손목에 묶은 후 다른 한 쪽은 짐리림의 손목에 묶었다.

-어딜 가려는 건가?
-내가 치료한 사이도의 몸에 추적 장치를 붙여 두었네. 그 사이도를 잘 길들이면 다른 사이도들도 만날 수 있겠지.
-미쳤군. 단단히 미쳤어. 난 여기서 차라리 말라죽을 테니 혼자 떠나!
-그럴 수는 없지 않나.

아누는 억지로 짐리림의 손목에 끈을 묶은 후 이를 잡아끌었다. 짐리림은 이에 따르지 않고 허리만 조금 일으킨 채 버티고 있었다.

-이거 풀어!

아누는 버티는 짐리림을 바라보다가 불쑥 소리를 질렀다.

-자네 옆에 뭔가 기어오고 있어.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아누의 경고에 놀란 짐리림은 벌떡 일어났고 그대로 끈에 묶은 채 아누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좀 넓은 곳으로 천천히 가! 내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가끔 잊는 모양인데…, 윽!

짐리림은 발에 무엇인가 부딪히고 가끔은 머리에 잔 나뭇가지 같은 것까지 훌치고 지나가자 신경질을 부렸다. 아누는 짐리림의 투덜거림에도 아랑곳 앉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어물거리다가는 뭐가 쫓아올지 몰라. 빨리 가야 하네. 보이지 않아도 보폭을 크게 하면 문제없을 거야.

아누는 짐리림을 더욱 재촉했고 결국 돌부리에 부딪혀 허우적거리며 나동그라진 짐리림은 그 아픔과 화가 난 심정을 덧붙여 크게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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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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