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장관이 14일 호주의 로위연구소에서 초청 연설하고 있다.윤여문
- 호주에서의 일정은 어떠했는지요?
"호주는 세 번째 방문입니다. 호주, 특히 시드니는 올 때마다 새롭고 유쾌합니다. 2002년 첫 방문은 유엔총회 의장비서실 실장의 신분으로 방문했습니다.
이번에 와서 호주 정계지도자들을 만난 것도 외교적으로 유익했지만 한인동포들과의 만남도 아주 반가웠습니다. 특히 로위 연구소에서의 연설과 질의응답은 호주지도층과의 만남과 의견교환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사실 호주가 이번 순회방문의 마지막 국가여서 조금 여유 있는 일정을 기대했는데, 막상 와보니까 조창범 주 호주대사와 김창수 주 시드니총영사가 현지외교업무 지원을 요구하는 숙제를 잔뜩 주어서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로 제일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웃음)"
- 오늘 캔버라에서 만난 호주 정계지도자들과 주로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는지요?
"한반도 문제, 한·호주 협력관계,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한반도에서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어떤 방식으로 협의해서 속개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 많은 의견교환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호주는 국제무대에서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엔에서 뿐만 아니라, APEC 같은 기구는 두 나라가 함께 시작했기 때문에 공통의 관심사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낮에 만난 존 하워드 총리는 만나자마자 유엔 사무총장 진출에 관한 대화를 꺼내면서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도 마찬가지였고요."
- 장관께서는 8월 13일 저녁 시드니 주재 지사·상사 대표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8월 7일부터 시작된 일본-페루-아르헨티나-뉴질랜드-호주 등 5개국 방문에서 어떤 반응을 얻으셨는지요?
"아주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사실 지난 7월 25일 1차 예비투표 결과를 보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물론 나 자신도 놀랐습니다. 우리가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여 우리 스스로를 낮게 평가해온 반면에, 국제사회는 오히려 우리의 눈부신 발전상을 크게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 오히려 국내에서의 우려가 더 큰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습니다. 몇몇 외교부 선배들조차 북한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에서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과 일본 등의 반대로 유엔사무총장 선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작전통제권 환수와 그에 따른 반미시위 등으로 부정적인 예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미국의 협력관계는 아주 공고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 8월 13일 행사에서 장관께서는 한국과 미국의 위상이 재정립 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셨는데.
"한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해지면서,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데 따른 현상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미국이 결정하면 한국은 마땅히 따라야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미국의 결정을 존중하되 비판할 것은 비판하자는 시민의식의 발로라고 봅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미국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수용하는 입장입니다.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도 그런 관점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습니다. 그건 주한 연합사령관, 미 국방성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도 확인했던 내용이고, 최근에는 주한 미국대사도 확인했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도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신 바 있는데요, 전시작전권 문제는 1988년부터 두 나라 간의 논의가 됐고, 1994년에 평시작전권은 환수 됐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도 국민들의 불안감 표출과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이 그 당시 미주국장으로 그 문제에 관여를 해서 잘 알고 있는데, 한·미 양국은 한국의 안보를 철통같이 한다는 대전제 하에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