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없어 함께 뛰어 놀 수밖에 없다. 어쨌든 좋은 현상이다.김지영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모였던 우리는 2년 전 온통 감나무와 밤나무만이 덮여 있는 1만5000평 마을 예정부지가 바로 보이는 산 정상에서 나무들처럼 푸른 희망만을 가슴에 담고 공인된 계약서 한 장 없는 마을 만들기에 동의했다.
그후 매달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모임에서 우리는 어떤 마을을 만들 것인가보다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차이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다양성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서로 알아 가는 과정을 겪었다.
마을 주민들은 현재 사는 곳도, 하고 있는 일도 각양각색이다. 서울과 부산, 인천, 울산, 대구, 대전, 광주, 고흥 등 전국 각지에 살고 있다. 회사원, 사업가, 경찰 공무원, 교육 공무원, 방송인, 수의사 등 정말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과거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은 드문 편이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각자 사회 생활을 하며 스스로가 자연 안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생각에 눈을 뜬 사람들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좋은 문화를 만들었다. 이를 밑거름으로 우리는 마을의 대전제인 '생태적인 삶'과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의 실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래서 앞길이 태산이긴 하다.
내가 지금 강자 독식의 도시 시스템을 벗어나 건강한 노동으로 필요한 만큼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족들과 관계를 갖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어쩌면 내가 꾸었던 꿈의 일부는 결코 꿈으로 끝나지 않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더불어 지금 내 가족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다른 한 가족들과 만들어 가는 관계에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의 긍정성에 집중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것도 꿈들을 현실화하는 데 커다란 밑바탕으로 분명히 작용할 것이다.
이제 남은 꿈은 '마을 만들기'... 그러나 "비장하지 말자"
귀농 두 달여 동안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아내는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웃음을 찾아냈다. 한결 여유 있는 시간 속에서 사색하고 독서를 즐겼다. 아이와 나에게 보다 더 편안한 마음을 열어주고 있다. 아이는 언제든 펼쳐진 자연 속에서 거침없이 뛰어 다니며 놀고, 아직은 자신의 신앙이라 할 수 있는 엄마와 교감하는 데 흠뻑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