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문고리에 걸린 페이지의 사랑한나영
페이지는 우리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브릿지워러에 산다. 그런데 그가 1시에 우리 집으로 오겠다고 하니 서둘러 쇼핑을 마쳐야 했다. 집으로 오는 길, 다시 페이지의 전화를 받았다.
"나영,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어, 아까 1시 이후에 오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1시간 뒤에 간다고 했는데…."
"어머, 그랬어요? 나는 1시로 알아들었는데."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페이지가 말했다는 '1시간 뒤'를 나는 그만 '1시 이후'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어떡하죠, 제가 지금 집으로 가고 있는데요. 미안해요. 조금만 기다릴래요?"
"오, 나영, 괜찮아요. 그냥 일 보고 천천히 들어와요. 내가 가져온 건 집 앞에 두고 가면 되니까요."
집에 도착해 보니 현관 문고리에 비닐봉지 두 개가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페이지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사랑이었다.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안에는 옥수수와 콩, 오이, 토마토가 들어 있었다. 마치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에게 주려고 금방 밭에서 따온 것 같이 싱싱한 야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