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너지면 더 빨리 늙는다

치매 노인들의 '불안증' 대처 방법 10가지

등록 2006.08.18 14:50수정 2006.08.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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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곰돌이 보디가드와 함께

곰돌이 보디가드와 함께 ⓒ 나관호

어머니에게서 나타나는 증세 중 하나는 ‘불안증’이다. 염려와 불안이 생각에 침투하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불안증은 계속된다. 더구나 우리 어머니처럼 마음이 여린 분들은 더더욱 중압감이 가중된다.

어느 날, 식사 중에 입 속이 아프다며 식사를 잘 못하셨다. 그런데 식사 때마다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래서 빵과 우유를 드리면 잘 드신다. 그래서 처음에는 식사하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았다.

“아이고, 여기 아파서 밥 못 먹겠네.”
“어디가 아프세요?”
“여기.”

어머니는 틀니를 빼시더니 입술을 열어 보이셨다. 찬찬히 살펴보니 입염 몇 군데에 염증이 보였다. 어머니는 자세한 말씀은 못하시고 혼자서 끙끙 앓으셨다. 그런데 어머니의 입염 염증이 심해진 원인을 살펴보니 아프시니까 틀니를 자주 뺏다 넣었다 하셨다. 그런 과정에서 손에 있는 병균들이 더 기승을 부린 것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 틀니는 세척제에 담아두고, 처방을 받아 약을 드시게 했다. 그리고 호주에 다녀온 어느 광고제작사 사장이 선물해 준 ‘프로 폴리스’(입 염증치료제)를 발라드렸다.

“아이고, 쓰려. 후후후.”
“조금만 참으세요. 금방 치료 될 거예요.”
“미안하네. 아들한테.”

그런데 20여분 후 어머니가 두문불출이다. 당신의 방에 들어가셨다가 화장실도 드나드신다. 그러더니 소파에 앉아 계시지 못하고 또 서성이신다. 불안증 증세를 간파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저기, 어~. 내 틀니가 없어져서 그래. 또 하려면 돈 들잖아. 아이 속상해.”
“어머니, 틀니 물에 여기 담아놨어요.”
“어, 어디.”
“여기요. 어머니 입 아프셔서 잠깐 빼놓은 거예요.”
“그랬구먼,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염려 마시고요. 성경책 읽으시고 퍼즐하세요.”

a 다롱이와 산책 중에

다롱이와 산책 중에 ⓒ 나관호

금방 화색이 바뀌셨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 틀니가 없다며 불안해 하신다. 그러면 또 설명하고 또 설명해 드린다. 어머니 같은 노인들에게 염려와 불안이 들어오면 마음에 각인이 되는 모양이다. 좋은 일은 빨리 잊고 염려와 불안은 오래 붙잡아 놓는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세척제에 담아둔 틀니를 어머니 소파 옆에 놓았다.

“이것 보세요. 여기 있어요. 염려 마세요.”
“나는 잃어버린 줄 알았어.”

결국에는 염증이 치료되지 않았는데도 지켜보고 있으라는 틀니를 넣으신다. 어머니는 잘 지내시다가도 염려와 근심이 들어오면 스스로 불안증을 없애지 못하신다. 치매 노인들의 특징일 것이다. 그럴 때면 어머니 얼굴을 만져드리고 어떤 때는 내 얼굴을 어머니 얼굴에 비벼대면서 어머니가 최고이고, 사랑하고, 예쁘시다 말하면 부끄러워하시며 좋아하신다. 처음에는 나도 어색했지만 자주 하니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편안해 하셨다.

그런데 내가 물음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머릿속 지우개가 뇌와 관계를 갖지만 염려와 근심은 마음과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기억이 흐려진다면 틀니를 뽑아 놓은 사실이나, 염려하고 있는 자체를 잊어야 하는데 그것은 너무 또렷하게 기억하신다. 뇌를 다쳐 식물인간이 된 사람들도 마음은 정상인 것과 같은 논리다. 뇌와 마음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려는 것이다.

어머니의 불안증을 없애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마음 편안한 이야기(좋은 주제)를 나눈다. - 꽃, 하늘, 좋은 사람, 사랑, 행복 등
2. 자연 풍경을 자주 보여드린다. - 자연은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준다.
3. 스킨십을 자주하고 사랑을 말한다. - 사랑 받고 있다는 마음이 만들어진다.
4. 불안해하실 모든 조건을 없애버린다. - 평소에 체크해 놓는다.
5. 시각적 효과를 최대한 이용한다. - 잃어버렸다는 것을 항상 눈에 보여드린다.
6. 혼자 계시는 시간을 가능하면 줄인다. - 염려와 근심할 생각의 틈을 줄인다.
7. 다른 것에 집중하게 한다. - 노인이 좋아하시는 것을 자주 하게 한다.
8. 주지시켜드려야 할 것은 인지하실 때까지 반복한다. - 인내가 필요하다.
9. 고정석을 만들어 그 자리에 있게 한다. - 행동반경을 줄인다.
10. 먹을거리를 나누며 대화를 한다. - 어머니의 자식 챙겨주시는 마음을 받는다.


치매 노인들에게 있어 기억력이 흐려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불안증을 없애고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면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이 비밀을 알고 있는 ‘머릿속 지우개’라는 놈이 더 자기 땅을 넓히려고 역으로 노인들의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다. 치매 노인들은 마음의 성이 무너지면 기억과 행동도 더 빨리 늙는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 머릿속 지우개와 심리게임을 해야 한다. 단순한 논리로 지우개가 기억을 지우지 못하게 유성사인펜으로 좋은 기억과 편안한 마음을 자주 만들면 지우개의 접근이 줄어든다.

노인들은 어린아이처럼 단순하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춰서 대처해야 하고 입장을 바꿔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기억 못하시는 당신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노인들은 빨리 하늘로 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답답하다는 표현이며 기억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그래도 살아 계실 때가 좋다. 엉뚱한 소리를 하셔도, 불안증으로 가족들과 실랑이를 해도 숨소리를 가지셨다는 자체가 기쁨이다.

“어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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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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