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로 무능한 '낙하산'입니다"

[주장] 한나라당으로부터 보은 인사 비판받은 공기업 감사의 항변

등록 2006.08.18 18:37수정 2006.08.21 13:55
0
원고료로 응원
저는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강동원입니다. 일전에 한나라당 박찬숙 국회의원께서 언론에 공개한 보도자료(06.8.16. '감사(監事)자리에 감사(感謝)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언론의 보도내용을 접하면서 참으로 비통한 심경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감사에 부임한 이래 한나라당이 단골메뉴처럼 낙하산인사, 보은인사라고 비난할 때마다, 마치 전문성도 없는 무능한 사람들이 국민의 혈세나 축내고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때마다, 제 인생에 대한 회한과 분노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저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에게 부끄러운 심정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그동안 이 문제는 분명한 정치적 공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침묵으로 인내하거나 절제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며 저의 솔직한 입장을 진솔하게 호소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차제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를 함께 논해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 1 임명 당시 대통령의 보은인사・낙하산인사 논란과 함께 해당 기관 노조의 임명반대투쟁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공공기관 감사가 43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2004년 12월 17일 감사에 부임할 당시 보은인사나 낙하산인사라는 비난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의 임명반대투쟁으로 홍역을 치른 사실도 없고 오히려 노조의 환영입장을 전달받은 바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홍역을 치렀다는 말씀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입니다. 그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의 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는데 공헌한 만큼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를 꼭 성공시켜야만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감사직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임한 이래 현재까지 감사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① 법률이 보장한 권한과 의무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통해 감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으며 ② 경영진으로부터 감사조직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경영컨설팅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③ 윤리경영과 경영혁신을 통한 준법경영 정착을 위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 또는 확충하고 있으며 ④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도덕성과 청렴성을 통해 모든 임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고 있으며 ⑤ 부단한 감사기법을 개발하여 정책감사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힙니다.

제 연봉이 1억6000여만원이라구요?

#. 2 본인의 2005년도 연봉이 1억6241만1000원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제가 2005년도에 1년간 수령한 갑종근로소득금액(과세대상급여액)은 8542만8000원입니다. 정부투자기관은 정부경영평가 결과에 의해 인센티브 지급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매년 변동됩니다. 따라서 기획예산처의 자료는 통상적인 예산의 범주일 뿐 실제 연봉지급액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이해합니다.

감사 개인별 연봉금액은 기관이 발행하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참조하거나 국세청에 소득금액증명을 발급받아 확인하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 3 감사들이 소속기관의 재산 상태나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사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들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감사들을 전문성 없는 무능한 사람으로 평가한 그 이유와 구체적 근거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정치권 출신이기 때문에 모두 무능하다는 편견인지, 아니면 감사 개개인의 근무태도와 실적에 대해 신뢰할 만한 평가 결과를 근거로 주장하시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감사 개개인에 대한 업무능력평가를 객관적으로 실시한 결과였다면 마땅히 그 내용을 전 국민에게 밝혀야 도리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한나라당이나 국회에서 입안하던지 아니면 일방적이고 터무니 없는 무책임한 비판은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인 출신들을 전문성도 없는 사람으로 매도하면서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구태를 이젠 버려야 합니다.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낙하산과 지금의 감사의 자질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국정운영이라는 넓은 의미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자부합니다. 물론 정치활동을 해오느라 어느 한 분야만을 깊이 있게 연구해온 분들보다는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철학과 전문성 그리고 투철한 국가관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나라당에 계신 분들께 솔직하게 듣고 싶습니다. 한나라당의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당원들 중 과거 공기업 임원 출신들이 많이 계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과연 그분들도 자질 없고 전문성 없는 무능한 분들이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4 감사직은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고 기관장에 비해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이 작을 뿐더러 연봉도 많아 '낙하산 인사의 꽃'(<중앙일보> 8월 17일자 5면)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감사는 기관장보다 업무의 강도가 낮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강도는 높습니다. 기관장의 경영실태에 대해 타당성과 적법성, 효율성을 검증하고 윤리경영, 투명경영, 공개경영을 유도해 건실한 컨설팅을 해야 하는 현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기관장에 비해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이 작고 연봉이 많다는 주장도 옳지 않습니다. 경영은 기관장이 하는 것이지 감사가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기관장에게 있는 것이지 감사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영권자인 기관장의 역할에 대해 그 기능을 달리하는 감사에게 책임이 크고 작다고 할 수 있습니까? 국가의 권력분권이 삼권분립에 있다면 공기업에는 기관장과 감사의 역할과 기능의 분권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감사는 선관의무(善管義務)가 있습니다. 회사와 감사는 민법상 위임관계에 있으므로 감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합니다(대법원 판결 1988. 10. 25, 87 다카 1370).

연봉은 기본급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인센티브를 합한 금액을 통칭한다고 봅니다. 정부경영평가 결과에 의해 인센티브 지급률이 결정되면 기관장과 감사는 같은 비율로 지급하며, 최상위 평가기업은 200%를 지급받지만 최하위는 한 푼도 지급받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감사는 책임도 없고 연봉도 많다며 감사들을 후안무치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특히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13조의7 ②항에서 정부투자기관 감사의 책임은 상법 제414조 및 제415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했고, 상법 제414조 ①항 감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감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②항 감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감사는 제삼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감사의 책임이 막중함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에 거쳐 한나라당은 "감사는 별로 하는 일 없이 세금만 축내는 자리이며 정치권 출신 인사 등 소위 외부에서 오는 인사는 모두 낙하산으로 전문성이 없다"는 편견을 국민 앞에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그러나 감사는 결코 놀고먹지 않습니다. 주어진 감사의 책임과 의무, 역할과 기능을 다해 밤잠 설치면서 국가와 정부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왜곡하거나 국민에게 호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 집권하면 정치인 출신 임명 않겠다는 건가요?

#. 5 이제 '낙하산' 인사 논쟁은 중단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정치인 출신 감사나 기관장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낙하산의 원조는 소위 군사정권인 5공 시절입니다. 아니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군부시절이 원조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절엔 야당에서도, 언론에서도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의 대통령은 제왕적 권한을 행사했고 언론에도 보도통제를 통해 재갈을 물렸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스스로 막강한 권위를 모두 털어버렸고, 언론의 자유도 한강물처럼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군 출신 인사가 사장이나 감사의 자리를 거의 독식했음을 빗대서 '낙하산 인사'라고 혹평했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관성적으로 사용해온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는 이제 폐기돼야 마땅합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소모적인 낙하산 논쟁은 중단해야 합니다.

만약 한나라당에서 집권하면 정치인 출신 감사나 기관장을 한 명도 임용치 않을 것인지 아니면 임용할 것인지를 분명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합니다. 특히 지난 5월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는데, 전국의 지방공기업에 한나라당 정치인 출신들이 한 사람도 임용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은 우리와 같이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대통령이 한 번 바뀌면 약 3500개의 자리가 하루 아침에 완전히 바뀌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통이자 책임정치이며 민주정치이자 정당정치입니다. 대통령이 데리고 들어왔던 자기 사단을 싹 데리고 나가고 새로 대통령이 된 분이 새로운 진용을 짜고 들어오는 곳이 미국입니다.

그래서 정당에서 잘 훈련된 사람,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운영하면서 잘 훈련시키고 능력이 인정된 사람 그런 사람을 대통령이 활용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때 정당에서, 정치권에서, 정부에서, 잘 훈련된 사람을 재배치해서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때문에 '보은 인사다, 낙하산 인사다'라고 폄하하고 매도한다면 어불성설입니다.

진정으로 한나라당이 미래의 집권예비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함께 꾸려갈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정치인을 완전히 배제할 의사가 분명하다면 모든 관련법을 국회에서 개정하시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공기업 감사의 자질과 전문성 등의 문제에 대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토론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감히 밝힙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정의를 위하여/ 정치, 외교, 사회, 문화 등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하여/


AD

AD

AD

인기기사

  1. 1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2. 2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신장식 "신성한 검찰 가족... 검찰이 김 여사 인권 침해하고 있다"
  5. 5 디올백 무혐의, 어느 권익위 고위 공직자의 가상 독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