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리플)문화와 ‘넷심’(net 心)

‘댓글’중에는 격려와 위로와 용기를 주는 네티즌들의 ‘정(情)문화’가 더 많다

등록 2006.08.18 18:50수정 2006.08.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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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박주영 선수에 대한 ‘댓글’들이 상호충돌했다. 박주영 선수의 카페에 올린 여자 친구의 글까지 등장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더 뜨거운 숯감자(?)가 되었다. 그때 나는 박주영 선수를 위로하기 위해 박주영 선수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보았다. 그랬더니 게시판의 글들이 모두 지워져 있었다. 그것이 박 선수의 마음, 박 선수의 심경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댓글에 마음이 아팠으면….

‘댓글’(리플)도 일종의 ‘저널리즘’ ‘미디어 문화’다. ‘댓글’이란 ‘대답하다’ ‘응수하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리플라이’(reply)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리플라이’를 줄여서 ‘리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형태상 한자어 접두사 ‘대(對)’+ ‘사이시옷(ㅅ)’+ ‘글’로 분해할 수 있다. 뜻대로 풀이하면 ‘대답하는 글’ ‘상대하는 글’ 또는 줄여서 ‘답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시대 조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금의 대중문화는 인터넷의 발달로 대중, 나아가 네티즌의 행동양식을 자양분 삼아 자라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댓글(리플)’이다. ‘댓글’(리플)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회원들 또는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 사이에 각종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진화되어 왔다. 댓글은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들 사이에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 인터넷 문화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댓글’은 ‘넷심’(net 心)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저널리즘이 새로운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개척되고 있는 이 사이버 공간이 빠른 속도로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댓글’(리플)은 상당한 파워를 가진다. 사안에 따라서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워낙 많은 댓글이 붙게 된다.

이런 현상과 관련하여 “댓글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 난지 오래됐다. 네티즌의 글이 게시판에 오르고, 이에 다른 네티즌이 ‘댓글’로 반응하고 글 내용의 옥석이 가려지면서 여론화되는 현상, 이를 “댓글 저널리즘”이라 한다. 이것의 파급력과 파괴력은 기존 언론을 능가할 정도이다.

바로 이런 네티즌의 글과 댓글로 인해 하룻밤 사이 여론이 천국과 지옥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감추어진 따뜻한 이야기가 나타나 우리를 훈훈하게 만든다. 때로는 근거 없는 소문이 인터넷을 타고 마녀사냥이 되어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이 같은 '댓글 저널리즘'은 인터넷 강국 한국의 네티즌이라는 ‘개미군단’이 이루어내는 가장 한국적 현상이다. 불합리한 판정에 항의하는 우리의 '개미군단'에 의해 FIFA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마비됐고, 항의 메일을 보내자 홈페이지 접속을 거부할 정도로 한국 네티즌들의 힘(?)은 IT강국을 대변한다.

인터넷 게시판의 등장은 사회현실에 대해 비판할 공간이 없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게시판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게시판이 마치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거나 악의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인터넷 게시판의 익명성을 악용한 것인데, 상습적으로 남을 헐뜯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이러한 댓글문화를 가리켜 일명 ‘악플문화’로 부른다. ‘악플’은 ‘악성 리플’의 줄임말이다.

댓글문화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하며,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는가 하면, 비판을 위한 비판, 비난을 위한 비판의 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댓글문화가 가지고 있는 두 얼굴이며 이중성이다. 때문에 잘못된 댓글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노력들도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댓글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문화지체(文化遲滯 ; cultural lag) 현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문화지체 현상이란?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이 <사회변동론(社會變動論)>에서 주장한 이론이다. 즉,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적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문화간에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를 말한다.

예를 들면, 현대의 도시문명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은 여전히 전통적인 농경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차량의 수와 에너지의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통질서에 대한 의식이 약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며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이 결여된 소비문화가 여전히 도시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등 전통사회에서의 의식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이런 문화지체현상과 함께 도시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인간은 서로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특성과 개성’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다. 마치 눈송이의 결정체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도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하다. ‘댓글’(리플)을 통해 자신의 다른 의견을 말하고 때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거짓말’과 ‘악의적 감정’의 등장이다.

소위 ‘악플러’로 불리는 사람들은 본래가 악한 사람들이라기보다 단지 자신의 감정을 쏟을 창구를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은 것뿐이다. 발전을 위한 ‘댓글’(리플)문화가 새로워진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댓글’(리플) 중에는 격려와 위로와 용기를 주는 네티즌들의 ‘정(情)문화’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조언은 좋은 것이다. 충고도 좋은 것이다. 그것에는 ‘관심과 사랑’이라도 코드가 숨겨져 있으니까. 그러나 '악의'가 앞장서는 댓글은 문제가 있다.

나도 박주영 선수의 댓글 문화에 참여했었다. 그리고 비난 댓글에 대항(?)해 몇 마디 남겼다. 박주영 선수가 컴퓨터를 끄지 말고 내 댓글을 읽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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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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