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부처님. 다양한 상상을 넘어 발칙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와불오창경
미암사에 이르자, 실내에 고이 모셔진 불상이 아닌 노천에서 모로 누워 세상을 달관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와불상부터 눈에 들어왔다. 흔히 사찰에는 사람을 압도하며 경외심을 강요하는 거대한 조형물들부터 만나기 마련인데 미암사의 와불은 학교에서 돌아온 자식을 낮잠에서 막 깨어난 얼굴로 맞이하는 엄마의 익숙한 모습을 보는 듯했다.
누워 있는 부처님 앞에 서니 금방이라도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응, 너 왔구나’ 하며 일어나 앉아 ‘밥은 먹었니?’ 해줄 것 같은 느낌이다.
미암사를 돌아보는 동안 내 귀에는 ‘어라, 부처님이 주무시고 있네, 그 부처님 참 거시기하게도 누워 있네’ 하는 소리도 들렸다. 휴가의 막바지를 즐기러 온 것 같은 한떼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부처님한테 섹시하다고 하면 실례이겠지’ 하며 웃는 소리도 들려왔다.
쌀바위를 지긋하게 올려다보며 누워 있는 와불상이 있는 미암사는 신선한 상상이 있는 절집인 것 같다. 더구나 미암사에는 따로 대웅전이 없고 눕혀 놓은 부처님의 몸 속을 개방하여 법당을 모셔놓았다. 얌전하게 포개진 부처의 발바닥 쪽으로 돌아서면 바로 와불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몸 속에는 일반 사찰과 다르지 않은 법당이 있어서 비로소 종교적인 신성성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