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발전기금에서 시작된 신문전쟁, 지역에도 영향

[지역언론 별곡-141] 보수-진보싸움 불똥 어디로 튈까 '조마조마'

등록 2006.08.19 16:43수정 2006.08.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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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겨레>는  2005년 7월 29일 ‘<조중동>은 한집안?’의 기사에서 재벌언론의 혈맥 카르텔을 연구한 석사논문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겨레>는 2005년 7월 29일 ‘<조중동>은 한집안?’의 기사에서 재벌언론의 혈맥 카르텔을 연구한 석사논문을 상세히 소개했다. ⓒ 인터넷 한겨레 화면캡쳐

난마처럼 뒤엉켜 싸우는 형국이 점입가경이다. <조선><중앙><동아>대 <한겨레><경향>의 날선 이념대립 구도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도 같다. 뫼비우스 띠처럼 끝을 알 수 없다.

의제설정의 주도권을 놓고 한 치 양보도 없다. 신문전쟁을 방불케 하는 중앙매체의 보수 대 진보 싸움에 지역신문들은 논평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똥을 우려하는 눈치다. 신문법과 공정거래법 등 첨예한 시장문제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가 7월 4일 12개 언론사를 지원대상으로 선정·발표하면서부터 둘로 갈린 신문전쟁은 본격화됐다. 파장은 전국 각 지역에까지 미치고 있다. 선정사와 비선정사들 간 경계선을 더욱 굵게 한 것이다.

특히 <조중동>은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사로 선정된 신문들을 '친여신문'으로 매도함으로서 그들을 더욱 자극시키고 있다. 과점신문들의 연대강화와 우월성 과시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 발표 후 양분 노골화

보수신문들은 '친여'의 이름으로 '진보'의 꼬리표를 떼어낼 기세다. 선발대로 나선 <경향>과 <한겨레>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중동> 외에도 보수세력 등 지원군의 협공을 받고 있지만 힘을 모으기로 의기투합한 듯한 각오다.

신발위의 선정결과에 대해 <조중동>은 지원액수를 왜곡보도하고 지원대상 신문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와 사설로 공세를 가하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주춤하는 듯했다. 신발위의 정정 및 반론보도 신청대응으로 소강국면을 보였으나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신발위와 언론단체 등과 함께 9월부터 신문경품 및 공짜신문 안 주고 안 받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히자 <조중동>은 즉각 반기를 꺼내들며 공세를 취했다.

12일 사설서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조선>과 <동아>는 각각 '신문 골탕 먹이기가 공정위 본업인가', '세금 써서 친여신문 돈 대주고 비판신문 애 먹이기'란 제목의 사설에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비판신문은 옥죄고 친여신문엔 당근을 주는 방식"이라고 비꼬았다. <동아>는 특히 사설에서 신발위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무상지원'을 다시 끄집어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에 낀 다른 지역신문들까지 친여신문으로 매도한 것이어서 가뜩이나 곱지 않은 시선을 더욱 따갑게 만들었다.

<한겨레>가 예상했다는 듯이 사설로 응수했다. <한겨레>는 "공정위는 캠페인만으로는 신문경품을 근절하기 어렵다"며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되레 주문한다. '신문경품 근절, 캠페인보다는 잡도리가 중요하다'란 제목의 사설 말미에서 "신문 유통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잡도리를 강화하는 일이 운동보다는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중·동 대 한·경, 신문법 등 사안마다 '일진일퇴'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사설에서 <한겨레>는 역공을 늦추지 않았다. "도에 지나친 경품과 공짜신문 제공을 규제하기 위한 신문고시가 휴지조각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통질서가 여전히 혼탁한 상황"임을 개탄했다. '비판언론 탄압'이라는 궤변과 이를 두둔하는 세력이 가장 큰 적임을 지적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였다.

<조선><동아>대 <한겨레>의 일진일퇴가 끝나기 무섭게 <경향>과 <중앙>이 신문유통원 문제를 놓고 일대일 결투를 벌였다. 19일 사설에서 맞붙었다. <중앙>은 이날 사설 '친여신문 지원 못해 안달이 난 정권'에서 <조선><동아>와 비슷한 전법을 취했다.

"사채를 끌어다 쓸 정도로 파행 운영되고 있는 신문유통원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더니 말미에서 신문발전위원회를 물고 늘어졌다. "신문유통원이나 신문발전위원회가 과연 필요한 조직인지부터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향>은 '어불성설'이라며 맞섰다. '신문유통원은 정상 운영돼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보수신문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견강부회의 논리'라며 되받았다.

<경향>은 "신문유통원을 반대하는 신문들은 한국처럼 경품과 무가지 살포로 독자 매수가 이뤄지는 신문시장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 또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고 엄중 경고했다. 왜곡된 신문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대안 정책이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a <경남도민일보>는 과점신문들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경남도민일보>는 과점신문들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 경남도민일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과점신문들의 이 같은 행태를 바라보는 지역신문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참을 수 없었던지 한 지역신문이 이에 가세했다. <경남도민일보>는 18일 '조선·동아 눈엣가시 같은 공정위'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품 안주고 안받기 캠페인에 흠집 내기 혈안인 과점신문들의 왜곡된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다른 지역신문들도 공정위의 경품근절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거대 보수괴물과 싸우는 진보전사에 '촉각'

그러나 지역신문들 중 신발위 지원대상사들은 '친여신문 지원 못해 안달이 난 정권'이라며 친여지로 매도한 과점신문들의 보도태도에 정면대응을 못하고 있다. 아니 피하는 분위기다. 재래식 무기 때문일까. 왜소한 두 전사가 비대한 괴물들과 싸우는 불균형이 기막혀서 일까.

지난해 초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조광명씨가 '한국 언론 사주의 혼맥에 관한 연구'논문에서 보여준 보수언론과 대기업의 거미줄처럼 얽힌 혼맥은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한겨레>는 '<조중동>은 한집안?'이란 기사에서 혈맥 카르텔에 관한 이 연구논문을 이렇게 해석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방씨 일가가 엘지그룹 허씨 가문과 사돈을 맺었으며, 엘지에서 뻗어나간 혼맥을 통해 벽산그룹·박정희·김종필씨 등과 연결된다. 방일영 전 회장의 동생인 방우영 명예회장 일가는 태평양그룹과 사돈이며 건너건너 농심·동부그룹·삼양사 등과도 맥이 닿는다. 삼양사는 동아일보 김성수 일가와 형제 집안이어서 결국 조선일보는 멀긴 하지만 동아일보와 인척관계가 된다. 또 동아 김병관 전 명예회장의 아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딸과 결혼했는데, 이건희 회장은 중앙일보 초대 회장인 홍진기씨의 사위이므로 결과적으로 조선은 중앙과도 연결..."

<조중동>의 혼맥은 파이프라인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다가 결국은 한데로 엮어주는 거대신문과 재계의 탄탄한 혼맥 카르텔을 형성한다. 지역신문들로서는 상대하기 힘든 거대한 괴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보수괴물과 맞서 싸우는 진보전사의 결과는 과연 어찌될 것인가. 뫼비우스 띠처럼 끝없는 신문전쟁으로 이어질 것인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역신문들은 시장질서 재편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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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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