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은 '없어질 정당'인가?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없어질 정당"이라며 정계개편에 불을 지폈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범여권 통합'을 위해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여겨온 의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최근 이 같은 분위기를 일소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보름여 전 여당 지도부 오찬에서 탈당론에 쐐기를 박았고, 끝까지 당에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휴일(20일) 다시 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는 한발짝 더 나아가 "당 고문이라도 맡고 싶다"며 임기 후에도 열린우리당을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만찬에 참석한 민병두 의원(홍보기획위원장)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핵심은 "임기 말 (레임덕) 위기의 징후를 통제하고 끝까지 국정의 끈을 놓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임기후 고문이라도 맡고 싶다"
우선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넘어야 할 7가지 고개'를 제시하며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여소야대 상황 ▲지역감정 ▲언론의 정치 공세 ▲야당의 공세 ▲권력기관의 이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 지방선거 등이다.
그러면서 당에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당과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다른 데서 (나를) 비판하더라도 당이 대통령을 지켜달라, 의견이 달라도 설득해서 힘을 합쳐달라"고 말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서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임기 후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인적) 자원들과 함께 당에 들어가 중심이든, 주변이든 역할과 기여를 하고 싶다"며 "열린우리당이 '포말(거품) 정당'이 되게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죽을 때까지 한 30, 40년 남았는데 당과 함께 하다가 죽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번 청와대 오찬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바깥에서 선장을 데려올 수 있다"는 발언이 대권 주자의 외부영입론으로 해석된 것과는 다소 상반된 얘기도 내놨다. 노 대통령은 "10년 전에도 전망이 안 보여서 밖에(외부 인사 특정인 거명) 매달렸지만 결국 DJ가 대통령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뚝심을 갖고 모두가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면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며 '자강론'에 힘을 준 발언임을 강조했다.
"임기 후 (비상임)고문이라도 맡고 싶다", "당과 함께 하다가 죽겠다"는 발언에 대해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끝까지 당의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정계개편을 위해 당을 깰 수도 있다는 정치공학적 사고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속시원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근태 의장은 2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끝까지 당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과 의욕을 밝힌 것"이라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의미를 평가했다.
한편 김 의장은 사회적 대타협('뉴딜')과 관련 "노 대통령이 원칙적인 이해를 표시하고 구체적인 것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중요한 진전이자 성과"라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에는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가능하면 도와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엇갈리는 열린우리당 내 반응
반면 당은 노 대통령이 꺼내든 '증세' 화두에 곤혹스런 표정이다. 25년 뒤 '복지한국'의 미래상이 담긴 '비전 2030' 시안이 그것.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21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2030년이 되면 정부의 복지기능이 늘어나고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증세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에선 "20년 뒤 얘기도 좋지만 지금 당장 서민경제가 어렵고 시급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같은 당의 요구로 정부의 '비전 2030' 보고회는 일주일여 미뤄졌다.
김영춘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좌파적 수구세력으로 전락할 것인가')에서 "열린우리당에서 대통령은 단지 당원일 뿐"이라며 "하지만 당 전체를 통털어 가장 영향력 있는 실력자이고 당도 그 점을 존중해온 것이 당연한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런 위상으로 대통령은 중요한 고비마다 자신의 의제와 화두를 당에 강요하고 관철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문제는 대통령의 관심사와 당의 관심사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노 대통령의 오류'를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대연정과 한미FTA 추진을 "대통령의 충동적인 발언과 준비되지 않은 정치행보"의 사례로 들며 "고민의 출발은 정당하지만 독선적인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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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함께 죽겠다"... 노 대통령의 '무서운'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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