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

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등록 2006.08.22 14:57수정 2006.08.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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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화창한 일요일(20일) 아침, 폴란드 쪽 국경 근처 독일의 한 작은 마을 쫄부뤼케(Zollbrücke)에서는 '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Frühstück am Rand-Gentechnikfrei)'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 개최지는 몇몇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예술, 문화와 중심지 '씨어터 암 란트(Theater am Rand)의 야외 극장이었다. 이 행사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반대하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몇몇 활동가들과 '씨어터 암 란트'의 예술가들이 함께 뜻을 모아 이루어졌다.

32개에 달하는 유기농 식품 회사 · 식품점 · 빵집 등에서 '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위해 빵, 야채, 과일, 쨈, 쥬스 등을 기부했다.

유전자 조작이 없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씨어터 암 란트(Theater am Rand)의 야외 극장에 모여든 사람들.
유전자 조작이 없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씨어터 암 란트(Theater am Rand)의 야외 극장에 모여든 사람들.김미수 & Daniel Fischer
이날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먹기 위해 '씨어터 암 란트'를 찾았다.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의 3중주가 라이브로 펼쳐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신선하고, 유전자 조작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들을 맘껏 즐겼다.

오후에는 유전자 조작식품과 먹거리에 관한 주제로 교수직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그마 그뢰네펠트(Sigmar Groeneveld)의 강연과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 콘서트가 이어졌고, 관련 주제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에 있는 유전자 조작 농작물 밭을 표시해 놓은 지도를 유심히 보고 있는 참가자들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에 있는 유전자 조작 농작물 밭을 표시해 놓은 지도를 유심히 보고 있는 참가자들김미수 & Daniel Fischer
한 참가자는 정작 행사의 주제에는 별 관심없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잘 차려진 음식만 먹고 간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 기획자 중의 한 명인 마틴 베버(Martin Weber)는 이 행사의 기획 의도 중 하나가 바로 식사와 더불어 열리는 여러 문화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유전자 조작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데에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 먹거리에 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보는 계기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마틴 베버의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야외극장에서 상쾌한 바람을 느끼고 음악을 즐기며 맛난 아침식사를 할 요량으로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식사를 기다리며 혹은 식사 후 잠깐 여기저기 걸려있는 유전자 조작에 관한 게시물들을 스치듯이라도 훑어 보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전과 다름없이 생활을 하다가도 텔레비젼이나 신문에서 유전자 조작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된다면 아마 예전보다는 조금 더 관심어린 눈으로 뉴스를 지켜보기도 할 것이고, 그 중에는 장 보러 가서도 식품의 원산지나 유전자 조작 식품 함유 여부를 따져보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
'씨어터 암 란트' 진입로에 걸린 포스터. “유전자 조작, 먹을까?“,“사양합니다“라고 적혀있다.
'씨어터 암 란트' 진입로에 걸린 포스터. “유전자 조작, 먹을까?“,“사양합니다“라고 적혀있다.김미수 & Daniel Fischer


독일에는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Der Mensch ist, was er isst)'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마시는 음료는 물질적으로 우리의 몸을 만들고, 또한 우리의 생각, 행동 그리고 우리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먹는 행위'-무엇을 먹을까 생각하고 결정해 돈을 지불하는 일체의 행위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가 무심코 사먹는 햄버거 한 개 때문에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파괴되고, 대부분 동물의 사료로 쓰여질 유전자 조작 옥수수나 대두를 재배한다는 명목 하에 생계유지를 위해 농작물을 기르던 제 3세계의 가난한 농부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별 고민 없이 1kg에 1000원도 안되는 수입산 밀가루(듬뿍 뿌려진 첨가제 덕에 봉지 입구를 열어 몇 달을 두어도 벌레가 생기지 않는)를 사먹는 동안, 한동안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우리밀 종자를 찾아내 우리밀을 재배, 생산하고 있는 우리밀 농가들은 다시 한번 어려움을 겪게 될런지도 모른다.

의식있는 '먹는 행위'

요즘 세상에 집에서 매일 밥을 차려먹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더군다나 도시락을 손수 챙길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유기농 식당은 서울에서도 그 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고, 따라서 바쁜 우리들이 끼니 때마다 이런 식당을 찾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주말 식사를 위해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든 가끔 장을 볼 때라도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해 보며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식품, 우리 농산물 또는 유기농 먹거리를 고른다면 우리 자신과 우리 다음세대를 위한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억하자. 우리의 '의식있는 먹는 행위'가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햄버거와 아마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육우 사육을 위한 목초지 조성을 위해, 혹은 대부분 사료용으로 쓰여질 곡식 재배를 위해 벌목되고 불태워져, 이미 많은 면적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사육된 많은 소들은 햄버거 빵 사이에 끼워지는 패티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된다. 아마존에서 사육된 소들이 국내 햄버거 패티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 시대에 사육되는 많은 소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곡식 사료를 받아먹고 자라며, 전 세계 곡류의 30% 이상이 사료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사실을 생각할 때, 육우 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와 우리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참고 자료 : [2020 미래로] 리프킨-김명자 환경장관 이메일 대담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207/200207300249.html)
/ 김미수

덧붙이는 글 | 김미수 기자는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삶에 감화되고, 환경과 생태문제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된 2001년 가을 이래, 채식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독일 에버스발데(Eberswalde)에서 남편과 함께 작은 친환경 생태 프로젝트 Permaculture Garden을 꾸려가고 있으며, 'GENung'이란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미수 기자는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삶에 감화되고, 환경과 생태문제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된 2001년 가을 이래, 채식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독일 에버스발데(Eberswalde)에서 남편과 함께 작은 친환경 생태 프로젝트 Permaculture Garden을 꾸려가고 있으며, 'GENung'이란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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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저널리스트, 쓰레기를 양산하는 조형물 대신 인생을 조각하는 작가(소로우의 글에 감화받아), 2001년 비건채식을 시작으로 ‘생태토양학자’인 독일인 남편 다니엘과 함께 독일에서 지속가능한 텃밭 농사를 지으며‘ 날마다 조금 더 생태적으로, 생태 순환의 삶을 살기’에 힘을 다한다. 올 봄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라이프, ≪생태부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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