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침묵은 고이즈미의 힘

[기고-요시 쓰루미 뉴욕시립대 교수] 야스쿠니 참배 방조하는 미국

등록 2006.08.23 13:44수정 2006.08.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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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 연합뉴스 / EPA

1945년 8월15일, 일본 제국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됐다.

올해 종전기념일을 다시 맞으며 중국, 남·북한 및 일본 국민 다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33년간 여론의 관심 밖에 있었던 야스쿠니 신사는 지난 1978년 일본군국주의와 권위주의 통치의 상징으로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미군정이 주도한 극동전범재판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전범들이 다수 안치되어 있다.

일본 병사들이 목숨을 내걸고 충성을 바친 히로히토 천황은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중단함으로써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해 반성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묵인에 기세가 살아난 일본의 극우파들은 날이 갈수록 그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전후 확립된 일본의 '대중 평화주의' 전통에 심각한 흠집을 내고 있다.

2001년 봄 고이즈미는 집권 자민당을 장악한 권위주의적 우파정치인과 손을 잡아 총리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의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 고이즈미 총리는 8월15일이나 혹은 다른 상징적 날을 택해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고이즈미 총리가 권위주의적이고 군국주의적이었던 지난 1930년대로 일본을 후퇴시키도록 방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 야스쿠니 참배를 주장하는 극우파들이 이라크 점령 및 대북 공포감을 조장하는데 있어 적극적인 파트너임을 깨달았다. 바로 이런 공포감이 고이즈미 총리와 주변의 극우파들을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정책에 동조하도록 만드는 동력이다.

군국주의적이었던 1930년대로 후퇴한 일본


고이즈미와 그의 후계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격렬한 반대를 묵살했다. 고이즈미 총리와 내각대신이 야스쿠니 신사를 개인자격으로 참배하는 것이야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신사를 공식 참배한다면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잔학행위를 합리화하는 신호로 해석될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직접적 지원 하에 야스쿠니 신사 안에 제국주의 일본의 죄과를 뻔뻔스럽게 미화하는 전쟁박물관을 확장했다. 이 박물관은 진주만 공격, 필리핀 바탄의 미전쟁포로학살, 남경대학살, 그리고 한국의 위안부 강제징집 등 일본의 전쟁 책임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와 주변의 극우파들은 극동전범재판의 정당성과 전후 미국의 관여 하에 이루어진 민주개혁을 송두리째 지워 없애고 있는 것이다.

독일 집권당 총리가 신나찌주의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의 묘지를 참배한다고 한 번 상상해 보라. 또 독일정부가 독일의 과거 오점을 세탁하기 위해 초·중등학교의 교과서를 왜곡하고 언론과 의회는 이런 독일역사의 미화작업에 눈을 감는다고 상상해 보라.

비민주적이고 군사주의적인 독일의 등장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진 것처럼 만약 이런 가상의 비유가 정말 현실화 된다면 미국인들은 독일 정부의 이런 뻔뻔한 행동을 당장 중단시키라고 거세게 요구할 것이다. 또 미국 대통령 누구도 이런 독일의 행동에 침묵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조용한 지원에 힘 입어 갈수록 용기백배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계속되는 침묵에 더욱 더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과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은 부시 대통령 통치 아래서 미국과 일본이 권위주의적 부패체제로 전락했으며, 민주주의가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집권 자민당과 한 줌도 되지 않는 주변의 이익집단은 선거조작과 공포조장으로 일본사회를 장악했다. 이들은 심지어 사법부와 언론까지도 순치시켰다. 일본국민은 고통을 당하고 있고, 국제사회는 일본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a 쓰루미 교수

쓰루미 교수

일본사회는 갈 수록 비민주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으로 분열되고 있다. 정계와 재계는 부패하고 비도덕적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인은 더 이상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부시 대통령의 한심할 정도의 역사적 무신경, 그리고 비민주적 지도력에 더 이상 무관심 할 여유가 없다. (번역 : 민경진)

덧붙이는 글 | *필자소개: 요시 쓰루미 교수는 현재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국제비즈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쓰루미 교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재직시 대학원생이던 부시 대통령에게 경제학을 강의하기도 했으며, 2004년 미 대선 중에는 부시의 베트남전 징집기피혐의를 언론에 폭로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소개: 요시 쓰루미 교수는 현재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국제비즈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쓰루미 교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재직시 대학원생이던 부시 대통령에게 경제학을 강의하기도 했으며, 2004년 미 대선 중에는 부시의 베트남전 징집기피혐의를 언론에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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