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깎아 주시던 아저씨박정규
내리막을 달리는데, 주황색 꽃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많은 사람들이 '주황색 꽃의 목'을 '툭' 하고 부러뜨린 후 부대 자루에 담고 있었다. 부대 속 가득한 꽃을 찍고 싶어서, 아저씨께 부탁했더니 잘 볼 수 있게 자루를 넘어뜨려 주셨다. 그리고 멀찌감치 물러서서 구경하신다.
촬영 후 꽃을 차로 먹는 거냐고 물으니까 아니라며 따라오란다. 함께 10미터 정도를 걸어가 나무 아래 도착. 그곳에 과일들이 배와 사과 등이 조금 있었다. 갑자기 '배' 하나를 깎더니 나에게 내민다. 사라는 건가?
일단 먹고 보자! 맛있게 하나를 다 먹으니, 금세 하나를 더 깎더니 또 주신다. 다 먹은 후 '얼마입니까?'라고 물으니, 웃으시면서'부야오 치엔(돈 필요 없습니다)' 내가 꽃을 먹을 수 있냐고 질문해서, 배가 고픈 줄 아셨던 걸까? 꽃밭에서 일하면, 마음도 꽃처럼 향기로워지나 보다.
도로공사 중인 도로 진입.
비포장도로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온몸이 쿵쿵, 자전거의 울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10km 가량 달리다, 상태가 조금 양호한 건너편 도로로 넘어갔다. 그러나 곧 이쪽 도로도 상태가 나쁜 도로가 나타났다. 양쪽 도로를 번갈아 이동하면서 달렸다.
갑자기 내리막이 나타났다. 자갈이 너무 많아 미끄러질 것 같아, 브레이크도 거의 잡지 않고 내려왔다. 한 번은 작은 둔덕을 넘었는데, 자전거가 10cm 가량 지면에서 공중으로 떴다가 '쿵' 하고 떨어졌다. 그 이후에, 뒷바퀴 쪽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났다. 내려서 살펴보니, 뒷바퀴와 짐받이가 거의 붙어있다. 손으로 쳐서 대충 고정시킨 후, 다시 출발. 숙소에 도착한 뒤 점검해봐야 할 듯. 또 '허브'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길….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박정규
달리면서 도로 공사 중인 사람들을 봤는데, 제법 높은 곳에서 일하면서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중공업에서 잠시 일할 때, '안전'에 관한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한 중공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직원이 사고로 죽었고, 회사 간부가 초상집에 찾아가 미망인을 만났다. 미망인이 간부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당신의 회사에는 직원이 어느 정도 됩니까?"
"2만 5천 명 정도 됩니다."
"당신에게는 우리 남편이 2만 5천 명 중의 한 직원일 뿐이겠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하나뿐인 가장입니다."
그 말에 간부는 많은 생각을 했고, 직원들의 '안전'에 대해 체계적인 '방침'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일본 중공업계의 '안전'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가 되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나의 '안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중공업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도록 큰 사고 없이 일할 수 있었다.
16시 45분. 63km 주유소. 긴 상가건물이 있는 곳. 소나기 잠시 피하는 중. 비가 그쳤다. 일단 저녁 먼저 먹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20km 가량 비포장도로 위를 달렸더니, 온몸이 얼얼하다. 내가 '말을 타고 온 건지, 자전거를 타고 온 건지 모르겠다.'
고기 두부탕(료우 또오푸 탕)을 주문했는데, 고기 두부볶음 요리가 나왔다. 나의 '탕' 발음을 제대로 못 들었나 보다. 밥 먹으면서 여관 위치를 물었더니, 이곳에서 '여관'도 같이 한단다. 자전거는 식당 안 작은 창고 같은 곳에 보관하고, 짐을 2층 방으로 옮긴 후 인터넷 카페로.
▲펭귄 그림이 있으면, '왕바(인터넷카페)' 가능성이 크다.박정규
17시 45분. 왕바(인터넷카페)
식당에서 2km 가량 떨어진 마을에 도착하니, 눈에 익은 '펭귄(중국 인터넷 메신저 QQ 캐릭터)' 그림이 있는 간판이 보인다. 바로 '왕바(인터넷카페)'였다. 30~40대의 컴퓨터가 있었고,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USB(이동식저장장치) 사용과, 한글 읽고 쓰기가 가능했다. 아주 중요한 메일에 대한 답신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씻으려고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아까도 손밖에 씻지 못했다. 인근 주민도 물을 길어 쓰고 있었다. 도로공사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곳은 원래 2층까지 식당으로 사용하다가 장사가 어려워지자 1층만 식당으로, 2층은 여관으로 개조한 것 같다. 빈 방 곳곳에 식탁과 의자가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3층에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었다. 하지만 샤워실은 잠겨있고, 화장실은 물이 나오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먼지가 수북한 빈방들이 3, 4개 있었다.
내 방은 1인실, 푹신한 침대, 밝은 형광등, 콘센트가 있다. 씻지 못해도 이 정도면 만족.
▲사용하지 않는 식당 2층의 필자 숙소(방문이 열린 곳)박정규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오마이뉴스 고정미
| | 여행 수첩 | | | | 1. 이동경로: 윈난 자위 – 윈난 지우싱(국도 320번)
2. 주행거리 및 시간: 65.6km / 5시간 28분 / 평균속도 12km/h / 누적거리 4,315km
3. 사용경비: 31Y
아침: 3Y / 저녁: 11Y / 왕바60분(인터넷카페): 2Y 사과, 참외 같은 과일 1kg(18개): 4Y / 숙박비: 10Y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미센, 또오찌안, 류타오 저녁: 고기, 두부 볶음, 따미(밥) 한 그릇
2) 간식 - 물 600ml 3통, 사과 8개, 또오찌안, 류타오
5 .신체상태: 이상 무
6. 도로분석:
11시 15분. 22.3km. 자위-추징 시 벗어나 마을 진입(대부분 평지 도로였음). 23.2km-25.2km 오르막(작은 산과 산 사이의 도로 진입) 25.2km-27km 평지. 27km-31.3km 오르막(29km 산 도로 진입, 30km 능선 원만한 길 시작) 31.3km-33km 내리막과 평지. 33km-34km 긴 상가 건물들이 있고, china telecom 이 있다. 35km-36km 사과 파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 여기까지 양호한 도로. 41.8km 공사 중인 도로 진입. 43km 도시 인근 지남. 50.5km 도로상태가 조금 나은 건너편 도로로 이동. 그러나 곧 비포장도로 시작. 3km 비포장 내리막. 시속 30km가 그냥 나온다. 자갈들이 많이 깔려있어, 브레이크 사용하면 위험할 것 같음. 16시 45분. 63km 주유소. --- 비포장 도로 약 22km(고속도로 공사 중) | | | | |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