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음성서를 기원으로 잡는 1400년 전통의 국가음악관리기관 국악원. 국악원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 및 정제(궁중무용)를 연구하고 시행하는 기관이다. 사진은 정제 봉래의 한 장면김기
공교롭게도 지난달 30일 심사에서 현직 두 기관장이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고 현재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검증을 위해 서류가 넘어간 상태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두 인사의 연임은 별 문제가 없을 듯하나, 문화관광부의 속사정은 그와 달라 보여 해당 문화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명곤 문화부장관이 100일 간담회 등을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한 바 있어, 국악계의 관심은 미술계보다 한층 높아 보인다.
문화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기존 기관장을 연임시킬 경우 코드인사에 대한 논란이 부담이고, 탈락시키자니 심사 결과를 무시한다는 비난이 우려된다고 한다. 바다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문화부가 산하기관장 선정에도 명쾌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계에서는 자연스럽게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장의 공모시스템의 해묵은 개선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체로 공모제 자체를 불신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기회에 공모제를 없애자는 의견이 대세.
그동안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던 이 제도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장관 혹은 그 윗선의 의향에 맞는 인사를 뽑기 위해 애초에 심사위원을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구성한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되었다. 둘째는 최종 낙점을 통해 심사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공모심사 자체가 공모의 모양새을 꿰맞추기 위한 불필요한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영상자료원의 경우처럼 심사를 통해 최종 3인이 추천되었지만 그들 모두를 탈락시키고 재공모에 들어간 것이 바로 그런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문화부에서 마음에 둔 후보가 통과한 심사였다면 재공모는 없었을 것이라는 뒷말이 공론처럼 돌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계는 산하기관장을 해당 사계의 인기 투표식으로 선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력풀이 빈약한 문화부가 심사위원을 아무리 3배수로 선정한다 해도 어차피 로비를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학연, 지연 등으로 얼기설기 엮어진 인맥관계로 인해 어차피 공정한 심사도 그다지 기대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처럼 임명직으로의 회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장 공모에는 필연적으로 잡음이 뒤따랐다. 문화부 직원들조차 공모 때마다 온갖 구설수에 오르는 통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시달림을 받는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또한 국악계 한 인사는 "바다이야기에 빠진 정치권이 2급 정도의 국악원장에게 관심이나 갖겠냐"면서 "1400년 전통의 국가음악관리기관의 역사와 전통이 흔들려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국악계의 현실이며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모제 페지와 더불어 국가의 중요한 문화를 다루는 기관장에 대한 현재의 직급도 너무 낮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립국악원, 국립극장 등 무형문화유산을 다루는 기관장 직급을 1급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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