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성을 오르는 길에 만난 양떼들이상기
고구려 역사를 찾는 여행은 요녕성(遶寧城)의 성도 심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심양이 고구려 유적이 분포되어 있는 동북 삼성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청주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1시간 30분쯤 지나 심양의 도선(桃仙: Taoxian)공항에 도착한다.
중국어로 '둥뻬이(東北-촌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낙후 지역인 이곳 심양의 첫 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공항이 생각보다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시설도 최고는 아니지만 좋은 편이었다. 출국수속도 아주 신속하게 진행됐다.
세관(海關)검사를 마치고 출국장으로 나오니 마중 나온 사람들로 복잡하다. 저쪽으로 우리 팀을 맞이하는 여행사 직원의 피켓이 보인다. 현지에 있는 중국여행사의 가이드 김영씨가 우리를 맞이한다.
차에 올라 먼저 연주성(燕州城)으로 향한다. 연주성은 등탑현(燈塔縣) 서대요향 관둔촌에 위치해 있다. 이곳 심양에서 약 두 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요양(遶陽) 방향으로 나 있는 심대(瀋大)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산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평지에 난 직선 고속도로를 한참 가다가 등탑참(燈塔站: Inter Change, 나들목)을 빠져 나간다.
이곳 중국에서는 나들목에도 참(站)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곳 등탑 나들목을 나온 다음부터 차는 포장도 안 된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천천히 달린다. 가이드도 이곳 연주성에는 3번 밖에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같은 답사팀이나 이처럼 궁벽한 곳을 들르지, 다른 대부분의 팀은 편하고 좋은 곳을 찾는 모양이다.
연주성이 있는 요양지역은 온통 옥수수 밭이다. 옛날 우리가 재배하던 옥수수와 품종이 비슷하다. 옥수수 대의 키가 크고 옥수수자루 역시 길고 크다. 지금이 벌써 8월 중순, 옥수수 수확이 한창일 텐데 옥수수를 따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이곳 동북 지방의 주작물이 옥수수다. 그리고 옥수수는 8월 중순까지는 따서 삶거나 구워서 먹는다. 우리 같으면 7~8월에 모두 따서 삶아 먹거나 파는데 비해, 이곳은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10월 초에 추수를 한다고 한다.
8월 중순이면 옥수수가 모두 익지만 건조를 위해 약 두 달 정도 밭에 그대로 내버려 둔다. 10월에 추수를 하면 옥수수 알을 모두 따서 창고에 보관을 한다. 그리고 이 옥수수를 갈아서 죽, 빵, 국수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껍데기를 벗겨 옥수수쌀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여유가 있으면 옥수수술을 담그고, 나머지 일부는 동물의 사료로 사용한다. 그러고 보니 중국술인 배갈이 옥수수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연주성이 있는 마을에 도착하니 저 멀리 동쪽으로 산줄기와 석축들이 보인다. 훼손된 서문(西門)을 지나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양을 치는 중년의 남자가 40~50마리쯤 되는 양들을 이끌고 간다.
우리는 양들을 비껴 성벽 쪽으로 향한다. 성벽에 가기 전 잔디밭에 요녕성 인민정부가 공포(公布)한 '성급문물보호단위 연주성산성'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암 산성을 이곳에서는 연주성 산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곳에서부터는 산성의 정상 '점장대(點將臺)를 향해 올라가는 등산이다.
고구려식 산성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