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산별교섭 타결... 하루만에 파업 종료

환자식에 우리 쌀 사용 합의... "최대 성과는 사용자 단체 구성 합의"

등록 2006.08.25 08:33수정 2006.08.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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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넉달을 끌어온 보건의료 노사 산별교섭이 24일 밤 전격 타결됐다. 노사 실무교섭 대표들이 25일 오전 0시 25분께 잠정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넉달을 끌어온 보건의료 노사 산별교섭이 24일 밤 전격 타결됐다. 노사 실무교섭 대표들이 25일 오전 0시 25분께 잠정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 석희열

보건의료 노사가 24일 산별교섭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로써 병원파업은 25일 오전 7시 종료됐다.

보건의료 노사는 24일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 도화동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8시간 동안 마라톤 실무교섭을 벌인 끝에 최대 쟁점이던 임금을 3.5~5.54% 인상하고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잠정합의안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교섭 과정을 쭉 지켜본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은 타결 소식에 "제3자에 의존하지 않고 노사가 문제를 자율로 해결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대원칙"이라며 "사용자단체 구성에 합의하는 등 노사가 산별교섭의 의미 있는 관행을 만들어 냈다"고 반겼다.

불안한 산별교섭... 국공립병원, 임금협약 거부

이날 노사는 올해 노동자의 임금을 총액 기준으로 사립대병원은 4.5%, 민간중소병원은 3.5%, 지방의료원은 5.54%, 보훈병원은 4% 올리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국립대병원, 대한적십자사, 원자력병원 등 국공립병원의 임금 인상률은 지부별로 노사가 자율 교섭해 정하도록 했다. 이는 국공립병원들이 산별 임금타결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잠정합의안 중 단협 부분만 받아들이고 임금협약은 거부했기 때문.

주5일제 실시에 따라 토요일 외래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하고, 2006년 7월 이후 주5일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의 경우 1년간 한시적으로 토요 외래진료를 50% 수준에서 허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비정규직 권리 보장 조항 빠져

a 보건의료 노사 실무교섭 대표들이 잠정합의안 타결에 앞서 24일 밤 10시 16분 서울 도화동 서울노동청 서부지청 5층에 마련된 교섭장 앞에서 서로의 안을 비교하고 있다.

보건의료 노사 실무교섭 대표들이 잠정합의안 타결에 앞서 24일 밤 10시 16분 서울 도화동 서울노동청 서부지청 5층에 마련된 교섭장 앞에서 서로의 안을 비교하고 있다. ⓒ 석희열

또 병원식당에서 우리 쌀 사용을 의무화하고, 공공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공단이 요청할 경우 건강보험상담센터를 병원 안에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노사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의료 노사정위원회 구성 ▲보건의료예산 및 건강보험 보장성 80% 확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정부지원 대책 공동 추진 등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잠정합의안에는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에 관한 조항이 대부분 빠졌다.

여기에다 노조가 당초 요구했던 ▲교대근무자 휴일수당(150%) ▲육아 휴직수당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 등 임금성 단협안을 모두 포기함으로써 9월로 예정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사용자단체 구성 합의... 산별교섭 연착륙 계기

노사는 비정규직의 임금과 관련, "정규직 임금인상률 이상이 되도록 한다"고 임의 규정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사실상 사용자 처분에 맡겼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보건의료산업 최저 임금(월 88만원, 이후 81만원) 요구안을 협상 과정에서 스스로 내줌으로써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아쉬움은 있지만 산별노조 건설 9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을 타결해 산별교섭 정착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 "이번 산별교섭의 가장 큰 성과는 사용자단체 구성에 노사가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쪽 실무교섭 간사를 맡은 이왕준 인천사랑병원 원장은 "병원별로 지불능력과 고용 환경에 편차가 있어 사용자 쪽 내부 의견을 통일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사용자단체 구성에 합의해 산별체제로 나아가는 통로를 만든 것이 올 산별교섭의 성과"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의료 노사는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병원협회 회의실에서 본교섭을 다시 열어 '2006년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 잠정합의서'를 잠정 조인할 예정이다.

a 보건의료 노사 관계자들이 24일 밤 11시 37분 잠정합의안 가운데 재해석 논란 가능성이 있는 일부 문구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보건의료 노사 관계자들이 24일 밤 11시 37분 잠정합의안 가운데 재해석 논란 가능성이 있는 일부 문구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 석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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