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민속 이야기 들려주세요?

[서평] 호원희의 <우리 민속 얘기 좀 들려주세요> 시리즈 1~3권

등록 2006.08.25 19:19수정 2006.08.25 19:19
0
원고료로 응원
a

ⓒ 길벗스쿨

<우리 민속 얘기 좀 들려주세요> 시리즈 세 권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꼼꼼하고 섬세하여 일반인들도 읽을 만하다.

선인들의 삶을 자라나는 세대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하고, 또 그 안에서 조상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책인 만큼 반갑기도 하다.


현대적인 가족 이야기 속에 옛이야기를 삽입하는 액자구조를 취하기도 하고 어려운 개념은 일일이 풀어주기도 하며 도해를 마련하여 옛길로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1권은 조상들의 의식주(지혜와 멋)를, 2권은 예술 세계(소리와 몸짓)를, 3권은 신앙과 놀이문화를 다루어준다.

신이한 빛이 감도는 ‘청자’와 꾸밈없이 해맑은 ‘백자’의 맵시 있는 품이 선뜻 눈에 들어온다. 청자는 고려 시대의 대표적인 자기로 신비한 푸른 빛깔을 띠며 백자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자기로 흰 흙의 바탕에 투명한 유약을 입혀서 만든다. 그렇다면 ‘상감기법’이란 무엇일까?

상감 기법이란 무늬를 새긴 그릇을 초벌구이 한 다음 흰색이나 붉은색 흙으로 파인 부분을 메우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유약을 발라 재벌구이를 하면 무늬에 다른 빛깔이 들어가게 된답니다. (1권 170쪽)

‘한옥’과 ‘한복’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세세한 전달에 한층 읽는 맛을 돋워준다.


지붕을 소나무 조각으로 덮은 ‘느에집’이라고도 불리는 ‘너와집’과 갈대나 볏짚 등으로 지붕을 인 ‘초가집’ 사진을 함께 볼 수 있다. 특히 기와집 짓는 과정을 조목조목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라가며 읽어가다 보면 집의 형상을 머리 속에 나름나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 ‘대들보’에 대한 설명을 따라가 보자.

대들보는 기둥 위에 올려서 지붕의 무게를 버티게 하는 아주 커다란 나무랍니다. 집을 짓는 나무 가운데서 가장 크고 무거운 것이지요. 그래서 이 때는 목수들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하는데 그래도 모자라서 물레라는 기계를 이용했어요. 물레는 기중기처럼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역할을 하지요. (1권 20쪽)


‘온돌 구조’를 그려놓은 부분과 ‘저고리 명칭’을 적어놓은 부분은 이 책의 상냥함이다. 말하자면 ‘온돌’은 우리 선인들의 지혜의 집적물이자 따뜻함과 훈훈함이 일어나는 이야기의 공간이다. ‘온돌’은 다른 말로 ‘구들’이라고도 하는데 정겹기는 마찬가지다.

a 온돌의 구조.

온돌의 구조. ⓒ 길벗스쿨

온돌은 적은 연료로 오랫동안 방 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난방 장치입니다. 돌을 데워야 하는 것이니까 불을 지핀다고 곧바로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더워진 돌은 아주 천천히 식습니다. 얼마나 오래가는지, 어떤 구들은 한번 불을 때면 49일 동안이나 따뜻하게 유지되었다고 해요. (1권 31쪽)

어떠한가? ‘기다림’과 ‘무던함’과 ‘덤덤함’과 ‘은근함’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제 ‘한복’으로 가 보자. 앞에서 말한 대로 한복 저고리 명칭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 부분을 들어 두면 좋을 것이다.

a 한복 저고리.

한복 저고리. ⓒ 길벗스쿨

먼저 저고리의 목 부분은 ‘깃’이라고 부르고 그 깃에 달려 있는 가늘고 빳빳한 흰 헝겊은 ‘동정’이라고 해요. 동정은 더러워지면 떼어 내고 새 것을 달아 입었어요. 이렇게 하면 빨래를 자주 하지 않고서도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지요. 저고리를 입었을 때 양쪽 동정이 딱 맞아떨어져야 보기가 좋아요. 그리고 몸통과 소매가 연결되는 부분을 ‘진동’이라고 하고 몸통의 제일 아랫부분은 ‘도련’이라고 해요. 소매는 위쪽이 직선이고 아래쪽이 둥근데 이 둥근 부분을 ‘배래’라고 해요. 소매의 손목 쪽 끝 부분은 ‘부리’라고 하고요. (1권 35~36쪽)

우리 고유의 종소리를 책을 통하여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종소리’ 하면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우선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종을 새해에 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아마 흔히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봉덕사 성덕대왕 신종’일 것이다. 신라인들의 믿음을 짐작케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백성들의 울음이 섞인 듯도 싶은 종이다.

우리나라 종들은 용뉴, 음관, 종신, 종구로 구성되어 있어요. 용뉴란 종의 꼭대기에 마치 손잡이처럼 붙어 있는 것인데, 용 모양으로 생겼어요. 음관은 용뉴 옆에 붙어 있는 소리 대롱이고요. 그리고 종신은 종의 몸체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종구는 종의 입, 그러니까 밑 부분을 가리키지요. (3권 41쪽)

판소리 다섯 마당에는 무엇무엇이 있을까?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부가’ ‘적벽가’이다. 물론 원래는 열두 마당이었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다섯 마당뿐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일러주는 말투로 판소리와 오페라의 차이점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동편제와 서편제의 특징을 구분해주기도 하며 판소리의 구성 요소(소리, 아니리, 발림)를 알려주기도 한다.

양반들이 즐겼다고 하더라도 판소리는 예술을 위해 온 정성을 바쳤던 소리꾼이나 고수 등 예술가들의 문화란다. 그 사람들은 광대라고 천대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소리를 위해 살아간 진정한 예술가들이지. 그렇기 때문에 판소리에는 가난하고 천대 받는 백성들의 기쁘고 슬픈 감정들이 아주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는 거란다. (2권 87쪽)

우리의 민속과 고전문화를 자라나는 세대들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 소중한 이면과 내면들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이렇게 세 권의 책으로 묶은 정성을 높이 사고 싶다. 이처럼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 전통의 것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노력들이 있어 다행이고 기쁘다.

덧붙이는 글 | * 책이름: <우리 민속 얘기 좀 들려주세요> 시리즈 1권-까치까치 설날은, 2권-아리랑 아라리요, 3권-비나이다, 비나이다 / 지은이: 호원희 / 그린이: 이관수 / 펴낸날: 2006년 7월 12일 / 펴낸곳: 길벗스쿨 / 책값: 각권 8800원

덧붙이는 글 * 책이름: <우리 민속 얘기 좀 들려주세요> 시리즈 1권-까치까치 설날은, 2권-아리랑 아라리요, 3권-비나이다, 비나이다 / 지은이: 호원희 / 그린이: 이관수 / 펴낸날: 2006년 7월 12일 / 펴낸곳: 길벗스쿨 / 책값: 각권 8800원

까치까치 설날은 - 우리 민속 얘기 좀 들려주세요 1

호원희 지음, 이관수 그림,
길벗스쿨, 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