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는 반기문 장관.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힘든 직책이다(초대 유엔 사무총장 트리그브 할브단 리)."
지난달 24일 유엔 사무총장 1차 예비선거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위를 차지했다.
네 명의 총장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된 선거에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이 참여했는데, 반 장관은 모두 12표를 얻었다.
이로써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피선의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먼저 몇 가지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공무원
유엔헌장상 사무총장의 지위는 "유엔 사무국의 수석 행정관(chief administrative officer)으로 업무수행에 있어 어떤 정부나 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지시를 구하거나 받지 않는 국제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유엔 사무총장 진출이 국가적 경사이고 최고의 영예일 것은 분명하지만, 유엔에서의 국익 제고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국익까지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과잉 기대에 대한 냉정한 접근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 사무총장직은 선출직이지만 실제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지명하는 임명직이라는 표현이 더 현실에 적합하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의견이 중요하고 역시 유엔에 가장 확실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미국의 의견이 결정적이다.
세번째는 아시아권 후보가 대세인 것은 맞지만 현재의 후보가 그대로 사무총장이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1차 예비투표 후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투표를 계기로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대감의 표현인지 경쟁을 촉진시키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미국의 국익을 좀더 강화시키는 차원에서의 전략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현 상황이 그대로 10월 결선에까지 이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사실 그간의 유엔 개혁 논의에 비춰보면 능력과 자질을 갖춘 여성후보가 가장 유리한 상황이었다.
유엔 사무총장 혹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피선을 최대한 기대하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피선에 앞서 우리는 몇 가지 모순된 선택 앞에 한번쯤 고민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입장 정리가 주권자의 입장에서 분명하게 이뤄지는 것이 나라나 반 장관을 위해서 현명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모순과 선택의 필요는 사무총장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할 것이냐이다. 한국은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와 함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도 도전 중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내부적으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문제를 놓고 유엔 외교가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있는 한국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은 유엔헌장 제24조에 따라 5개의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임기 2년의 비상임이사국은 총회에서 선출되며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지역적 안배(아시아·아프리카 5석, 동유럽 1석, 중남미 2석, 서유럽 등 기타 2석) 등을 고려해서 매년 1/2을 개선하고 임기만료 후 재선될 수 없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국의 수석행정관이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은 유엔의 핵심 의결기구로, 국익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 진출이 국익과 국가의 영예라는 관점에서 당연히 앞서겠지만, 실용적 관점에서 한 번쯤은 구체적 형량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본 상임이사국 저지하면서 일본 지지 끌어낸다?
두번째는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선택 문제이다.
얼마 전 주한 미대사관의 한 관계자가 "결국은 일본의 신세를 지려 하면서 왜 그렇게 한일관계를 끌어가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유엔 외교가는 과연 한국이 일본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걱정반 기대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최근의 한일 관계는 ▲메구미 등 납북자 처리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제재에 대한 이견 ▲야스쿠니 참배논쟁 ▲독도 및 주변 수로조사 문제 ▲최고 지도자 간의 갈등 등으로 한일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인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