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을 묶는 문화 코드 <매화>

등록 2006.08.28 16:44수정 2006.08.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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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나라

매화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드캡터체리>나 <바람의 검심>이 생각나겠고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실주, 매실장아찌, 우메보시 등이 생각날 것이다.

중간고사 기간에 만개하여 젊은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꽃이 떠오르기도 한다. 먹고 노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화가 사군자의 하나라는 사실은 한참이나 뒤에 떠올랐다. 하지만 <매화>란 책을 통해 가장 먼저 알게 된 사실은 매화와 벚꽃은 엄연히 다른 것이며 따라서 <카드캡터체리>와 <바람의 검심>이 떠오른건 완전히 헛다리 짚은 거란 사실이다.

또한 사쿠라 그러니까 벚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그것이 매화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겼다. 이렇게 이 책은 매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한, 중, 일 3국의 다양한 문화를 매화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지 못했던 나의 무지함으로 인해 기대했던 일본의 군국주의와 사쿠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매화>는 재밌는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나처럼 무지한 사람이 무척 많을 것 같다. 책은 친절하게 서두에서 이런 무지함을 일깨워준다. 매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매화의 어원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서두가 끝나면 책은 본격적으로 3국의 문화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매화와 종교 상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종교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지만 매화가 유교의 상징이라는 것과 유교가 한, 중, 일 3국의 공통된 사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또한 매화하면 사군자를 비롯한 회화와 공예품, 문학을 뺴 놓을 수 없다. 시문학 속에서 다루어지는 매화와 판소리, 소설 등에서 매화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정리하고 있으며 각종 회화 작품과 도기들 역시 소개하고 있다.

생활 속의 매화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장신구에 들어간 매화 문양을 통해 매화의 상징적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각종 먹거리로 사용되는 매실, 선비들의 문방구에 사용되는 매화, 관상용 매화 및 분재, 매화 기르는 법, 속담 및 속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매화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3국의 문화를 통해 분석한다.

오늘날의 매화에서는 현재 한, 중, 일 3국에서 매화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논의하고 현대 문학 속의 매화, 상품으로서의 매화를 언급한다. 또한 매화 명소를 소개하고 야생에서 자라는 토종매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지막으로 책은 한, 중, 일 3국이 공통의 매화 문화권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기에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지식 위주의 글이 재부분이라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진들이 책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홍준의 <완당 평전>을 읽으면서 추사 김정희의 많은 작품을 감상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매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 공예품, 실사 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중, 일 문화코드읽기 비교문화상징사전이란 이름으로 발간된 시리즈 중 하나다. 매화 외에도 국화, 대나무, 소나무가 현재 발간된 상태다. 3국이 공유해 온 하나의 대상물을 통해 각 국의 문화코드를 읽어내는 작업. 이 작업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3국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흥미롭게 깨우쳐주기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데 3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의 문화코드로서 이러한 대상물은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매화>를 통해 3국이 화합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보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 잡지 캠퍼스 헤럴드와 오마이뉴스, 네이버 블로그에 함께 실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생 잡지 캠퍼스 헤럴드와 오마이뉴스, 네이버 블로그에 함께 실린 글입니다

매화 - 한.중.일 문화코드읽기, 비교문화상징사전

이어령 지음,
종이나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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