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64회

새로운 만남

등록 2006.08.28 17:22수정 2006.08.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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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새를 맞혀서 사냥하는 솟의 재주를 본 그차가 구부러진 나무막대기를 들고서는 솟에게 보였다. 여전히 그들이 하는 말은 솟의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 의미만은 어느 정도 전해져 오고 있었다.

-던진다.


구부러진 나무막대 따위를 던져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솟으로서는 감이 오지 않았다. 그차는 하늘을 응시하며 나무막대기를 힘차게 날렸다. 나무막대기는 빙글빙글 돌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앗!

솟은 허공을 날던 나무막대기가 점점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막대기가 눈앞으로 되돌아 날아오는 것이 점점 확실해지자 놀란 솟은 재빨리 피하려 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발이 땅에 붙은 것 마냥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그차의 손이 재빨리 뻗어 나오더니 나무막대기를 잡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솟은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그차의 뒤에서 멍한 표정을 짓는 키에게 물어보았다.


-그게 그차의 재주다. 그차는 나무를 돌로 다듬어 무엇인가를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방금 던진 나무막대기는 무엇인가에 맞지 않으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물건이다.

솟은 모로와 사영을 가리키며 키에게 또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저 자들도 어떤 재주를 가지고 있다? 여자는 그림으로 의미를 전하던데 그건 나도 할 수 있는 재주다. 그게 사냥에 도움이 되는가?

-저 둘의 재주에 대해서는 차츰 알게 될 것이다.

사영이 앞으로 나서 다시 흙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이번에는 큰 동그라미 셋과 작은 동그라미 둘이었다. 솟은 대뜸 작은 동그라미 둘을 포함하는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거기에 큰 동그라미 셋까지 포함하는 더 큰 동그라미를 그렸다.

-너희를 따라간다.

사영의 손짓발짓에 그차와 모로는 순순히 솟을 따르겠다고 뜻을 밝혔다. 솟은 키를 돌아보며 또다시 조언을 구했다.

-이들을 데려가면 수이를 구할 수 있다는 건가?

솟의 조바심 가득한 태도와는 달리 키의 태도는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날씨와도 같았다. 키는 자신을 바라보는 솟에게 한참동안 어떠한 대답도 주지 않더니 바위 틈새에 난 보잘 것 없는 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따라가기는 하는데 저들이 이런 조건을 말하는군. 지금 내가 이 풀을 뽑아서 저 바위 위에 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다음날에 말라서 비틀어져 죽어 있겠지.

솟은 당연한 투로 딱히 자신에게 중얼거리지도 않은 키의 말에 대꾸했다. 그차와 모로도 같은 대답을 했지만 사영만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따름이었다.

-사영은 이 풀이 살 수 있다고 말하는군. 말을 못한다고 해도 난 알아들을 수 있어.

키는 바위틈에 난 풀을 뿌리 채 뽑아 큰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이 풀이 다음 동이 틀 때까지 살아 있으면 여길 떠난다. 저 밑에 산양이 있으니 다 같이 그것으로 배를 불리자.

키의 말에 솟은 벼랑 밑을 내려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가? 네드족은 하이에나처럼 냄새라도 맡고 아는 건가?
-생명의 소리로 아는 것이다.

그차, 모로, 사영 3인도 키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벼랑 밑으로 내려갔다. 키는 언제나 그렇듯 나는 듯이 벼랑 밑을 뛰어 내려갔고 그 뒤를 솟과 그차가 뒤쫓아갔다. 여자인 사영은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고 있었는데 가장 불안하게 발을 디디는 이는 모로였다. 솟은 과연 그들이 사냥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았다.

-여기다.

키가 말한 곳은 흙먼지만이 날릴 뿐 벌레 한 마리조차 볼 수 없었다.

-산양이 어디 있다는 것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솟이 입을 열자마자 산양 한 마리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솟은 품속에서 돌을 꺼내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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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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