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노조가 사용해 폐쇄합니다 "
문 닫힌 경남 공무원노조 사무실

[현장] 30일 공무원노조 사무실 첫 폐쇄... 노조 "ILO에 고발할 것"

등록 2006.08.30 19:04수정 2006.08.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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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이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을 폐쇄한 뒤 경고문을 붙이고 있다.
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이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을 폐쇄한 뒤 경고문을 붙이고 있다.윤성효
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 앞에 앉아 있던 정유근 본부장을 들어 옮기도 했다.
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 앞에 앉아 있던 정유근 본부장을 들어 옮기도 했다.윤성효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남지역본부 사무실이 폐쇄되었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노조 탄압이라며 ILO 총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공무원노조에서 경남도의 7·18 인사가 낙하산·정실인사라며 '김태호 경남지사 퇴진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경남공무원교육원 4층에 있는 본부 사무실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공무원노조가 경남도가 요구한 두 차례의 시한을 넘기자 경남도는 30일 오후 4시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공무원노조는 경남도의 행정대집행에 대해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저항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최근 전국 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부산광역시 등 몇몇 자치단체에서 해당 본부·지부에 공문을 보내 사무실 폐쇄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경남본부 사무실 폐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되었는데, 이날 벌어진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15명의 지부장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15명의 지부장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윤성효

[오후 3시] 집회, 성명서 발표, 삭발식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위). 지부장들의 삭발식 이후 바닥에서 머리카락이 나뒹굴었다(아래).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위). 지부장들의 삭발식 이후 바닥에서 머리카락이 나뒹굴었다(아래).윤성효
노조 본부와 20개 지부 간부 등 100여명은 30일 오후 3시 경남공무원교육원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는 한석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도 참석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무실 강제 폐쇄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언론사가 몰려들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조합원들은 "갈등의 본질은 도지사의 불법·부당한 인사에 있으며,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고 쓴 펼침막을 갖고 나왔다. 조합원들은 집회 도중 "김태호는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꾼이다" "공무원노조 탄압하는 김태호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정유근 본부장은 "김태호 도지사는 7·18 부단체장 인사를 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하고 선거에 도움을 준 공무원에 대한 정실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이 아프지만 공권력에 도전하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여주지 말자고 결의했다"면서 "앞으로 20개 지부 사무실을 돌아가면서 본부 사무실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석우 부위원장은 "김태호 지사한테 사무실을 스스로 내어주는 것으로 알려지면 탄압은 계속 될지도 모른다"며 "이번 일이 투쟁의 시작단계라는 점을 알려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남지역 20개 시·군지부장 가운데 15명이 참여해 삭발식이 이루어졌다. 경남본부 부본부장인 합천·함양지부장은 이미 삭발식을 거행한 상태였고, 교육과 병원 입원 등으로 빠진 3명(양산·함안·산청)을 제외한 15명의 지부장이 삭발식에 참여했다.

삭발식 이후 강수동 진주지부장은 "진짜 행정대집행을 당해야 할 사람은 김태호 지사이며 그를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보이자 조합원들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오후 4시] "사무실 제공했던 사람들이 폐쇄해"

정유근 본부장이 문 앞에서 고유문을 낭독하고 있다.
정유근 본부장이 문 앞에서 고유문을 낭독하고 있다.윤성효
정유근 본부장은 경남공무원교육원장이 발부한 대집행 영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유근 본부장은 경남공무원교육원장이 발부한 대집행 영장을 들어보이고 있다.윤성효
본부·지부 간부·조합원들이 집회를 계속하는 동안 본부 상근자 3명(정유근 본부장, 백승렬 사무처장, 박태갑 조직국장)은 사무실로 올라가 행정대집행에 대비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미 경찰병력이 배치된 상태였다. 사무실은 평소 모습대로였다.

경남도에서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기로 한 시각은 이날 오후 4시. 5분 전 정 본부장은 미리 준비해 놓았던 고유문(告由文)을 챙겼다. 그는 "사무실을 비워주더라도 왜 그렇게 하는지는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4시 정각 정 본부장을 포함한 3명은 문을 닫고 그 앞에 앉았다.

이날 행정대집행은 경남공무원교육원장 명의로 이루어졌는데, 박태석 공무원교육원 행정담당관이 '영장'과 '명령장'을 들고 나타났다. 박 담당관은 이를 정 본부장한테 내밀었고, 정 본부장은 이를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준비한 고유문을 낭독했다. 그는 "갈등의 본질은 60여년 동안 계속되어 왔던 도와 시군간의 인사 분쟁이며, 도지사의 불법부당한 낙하산 인사"이라며 "이를 뻔히 알면서도, 경남도가 불법낙하산인사 방지대책으로 내놓은 처방이 노조탄압에 본부 사무실 강제폐쇄"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3년 전부터 현재의 위치에 본부 사무실을 마련해 주었던 사람들이 누구였던가, 본청에 확보해 달라는 요구에 '공무원교육원에 제공하면 어떻겠냐'고 사정해서 제공했던 바로 그 사람들 아니던가"라고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우리는 본부 사무실을 직접 제공했던 그 사람들의 바로 그 손길에 의해 본부 사무실 강제폐쇄라는 극단적인 현실 앞에 맞닥뜨렸다. 말로 다할 수 없는 분노로 절규하지만, 본부 운영위 결정을 존중하여 공무집행방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역사적인 노동탄압의 생생한 현장을 필름으로 담아 ILO 총회에 고발할 것이다."

[그리고 폐쇄] 전원 끄고 문 잠근 뒤 경고문

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이 공무원노조 본부 간판을 떼어내고 있다.
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이 공무원노조 본부 간판을 떼어내고 있다.윤성효
이어 박 담당관 등 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3명을 들어 옆으로 밀어냈다. 곧바로 직원들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전원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 문을 잠근 뒤, 문 앞에 하얀색의 베니어판을 붙인 뒤 '경고문'을 붙여 놓았다.

정 본부장 등은 사무실 폐쇄 조치가 단행되는 동안 공무원교육원 건물 4층 계단 앞에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이어 폐쇄 조치를 끝낸 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다가와 함께 1층 현관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현관 입구에서 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정 본부장 등에게 "사무실에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하자"고 권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태갑 조직국장은 "지금 이 상황에 차가 말이 되냐"고 맞받아쳤다. 정 본부장은 "마음은 알겠지만 다음에 하자"며 현관을 나왔다.

정 본부장은 곧 바로 공무원교육원 정문 앞에 집결해 있는 조합원 앞에 가서 경과보고를 했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사무집기는 조만간 창원시 상남동에 있는 오피스텔로 옮길 예정이며, 창원지부 사무실 등을 포함해 20개 지부 사무실에서 관련 업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하얀색의 베니어판으로 공무원노조 사무실 문을 막은 뒤, 팻말을 떼어내고 있다.
경남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하얀색의 베니어판으로 공무원노조 사무실 문을 막은 뒤, 팻말을 떼어내고 있다.윤성효
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현관까지 나와 정유근 본부장과 백승렬 사무처장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현관까지 나와 정유근 본부장과 백승렬 사무처장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윤성효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은 경남공원교육원에서 3년간 사무실을 써왔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은 경남공원교육원에서 3년간 사무실을 써왔다.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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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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