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에 남은 건 불발탄과 폭음, 그리고 공포

농섬 사격장에 방치된 폭탄의 잔재들... 토양 중금속 오염 심각

등록 2006.08.31 16:52수정 2006.09.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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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농섬 사격장에 그대로 박힌 채 흉물스런 모습을 내보이는 탄피들.
폐쇄된 농섬 사격장에 그대로 박힌 채 흉물스런 모습을 내보이는 탄피들.환경운동연합
매향리 주민들은 2005년 8월 매향리 미공군 사격장을 폐쇄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대하여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자축하는 주민잔치까지 개최한 바 있다.

주민들은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되면 오폭과 폭음의 피해에서 벗어나고, 사격장내의 농지와 인근 바다 어장에서 자유로이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환경오염처리는 방치되어 왔고, 어느 새 미공군 폭격기들이 몰래 날아와 다시 폭격 연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된 지 1년이 지난 8월말, 매향리 농섬지역에 대한 토양 오염도를 조사하였다. 조사결과(별첨 결과 참조바람) 중금속인 납의 경우 전국 평균의923(4786mg/kg)배나 초과하는 곳이 있었으며, 구리의 경우 9배(43.5 mg/kg)나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결과는 작년 광주과학기술원이 분석한 것 보다 약간 낮은 수준(납 4786, 구리 80.4 mg/kg 각각)이지만, 지난 1년 간 사격이 중단되었고 그동안 비, 바람, 해수 등에 의해서 오염물질이 자연 정화된 점을 고려해도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폐쇄된 농섬 사격장, 여전히 중금속 오염에 몸살

환경운동연합
이번 조사에선 풍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표면의 오염도만 조사했지만, 지난 수십 년간 폭격 연습의 결과로 땅 밑에는 아직도 상당히 많은 불발 포탄이 남아 있으며 그 오염도는 지상의 오염도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향리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은 신속한 오염 조사와 처리를 요구하였지만, 정부 당국은 사격장 반환을 앞둔 이틀 앞둔 지난 7월 12일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만 한차례 실시하였을 뿐이다. 다시 한 번 정부당국에 오염 처리 진행 경과와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정부 당국의 몇 가지 거짓 주장이 명확하게 확인됐다. 정부 당국은 미군기지 열쇠를 돌려받으며 환경오염 정화와 안전처리를 완료하였다고 했지만, 오염 정화는 물론 안전처리에 기본인 불발탄 제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섬 사격장에는 아직도 연습탄 파편뿐만 아니라 불발탄들이 산재해 있었으나, 정부 관계자는 방송에 나와서 불발탄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농섬 앞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오면 방치되어 있는 포탄과 쓰레기가 물에 잠긴다.
농섬 앞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오면 방치되어 있는 포탄과 쓰레기가 물에 잠긴다.환경운동연합
또 매향리 사격장은 아직도 완전히 폐쇄되지 않았다. 정부는 2005년 8월 31일부터 미군의 사격 연습이 중지되었다고 발표했지만 현재도 미군들은 사격장 폐쇄 이전처럼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다만 실폭탄과 연습용탄을 사용하고 있지 않을 뿐, 유사한 비행고도를 유지하면서 레이저 장비를 이용한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그 비행 소음도 사격장 폐쇄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정부는 사격장 폐쇄를 발표해 놓고도 어떤 이유에서 미군들이 사격훈련을 하도록 방치하고 있는가? 국방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환경처리, 주민 참여하에 신속하게 실시돼야

지난 7월 21일 매향리 농섬에서 매향리 주민대책위와 환경운동연합은 훼손된 채 반환되는 매향리 미공군 사격장의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 21일 매향리 농섬에서 매향리 주민대책위와 환경운동연합은 훼손된 채 반환되는 매향리 미공군 사격장의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환경운동연합
주둔 미군의 경우, 미국 환경법과 미군 환경 규정 어디에도 오염을 방치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다. 환경정화 책임을 회피하려는 미군 측도 "공지의 현저하고도 본질적인 오염 (KISE)"과 8개 조항은 자신들이 처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위험을 높이는 매향리의 불발탄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미군 측은 스스로 주장한 매우 소극적인 의무와 책임조차 이행하고 있지 않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엔 제한적이지만 그 안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사격장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에게 생계의 보탬이 되었다. 그러나 사격장이 폐쇄 된 후 국방부는 사격장 부지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

40년 전 주민들로부터 헐값으로 강제 수용한 땅을 웃돈을 얻어서 되팔려하다니, 이는 매우 부도덕한 일이다. 주민과 지자체와 협의 없이 이 땅을 매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이 사격장 부지는 지난 54년 동안 사격장으로 인해 극심한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어온 주민들의 복리 후생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 50년, 매향리에 남은 것은 불발탄과 폭음 그리고 공포밖에 없다. 이제라도 한미 동맹과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당한 주민들의 권리와 경제적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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