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월 6일 청와대에서 김근태 당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오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노 대통령의 스타일은 시스템이다."
31일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이 열리고 있던 국회 헌정기념관 로비.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인 한미FTA, 전시작전통제권 등에 대해 한 386 재선의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온 말이다. 당·청 엇박자 원인 중의 하나인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해 당내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많지만 이 의원은 오랜 고민 끝에 이같은 결론에 도달한 듯 보였다.
"민주당 '정풍 운동'이 벌어질 당시,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권노갑 고문의 2선 퇴진 요구를 했을 때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물밑 접촉을 통해 천·신·정의 요구를 확인한 뒤 이를 수렴해 결과로 보여줬다."
이 의원은 대통령 본인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DJ와 비교하며, 노 대통령의 정면돌파형 스타일을 '소통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게 낫다는 편에 섰다. 냉소적 결론이다.
하지만 당에선 여전히 대통령의 스타일이 불만스럽다. 김영춘 의원은 최근 장문의 칼럼('좌파적 수구세력으로 전락할 것인가')을 통해 당·정 분리라는 명분 하에 "대통령의 충동적인 발언과 준비되지 않은 정치행보와 독선적인 소통 방식"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면돌파하는 청, 뒤따라가는 당
문제는 이같은 당·청의 소통 장벽이 불신을 낳고, 정책 결정 과정의 지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한미FTA 체결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당은 아직 당론도 정하지 못했다. 아직 정부 협상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미적거리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김근태 의장은 한미FTA 체결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며 '속도 조절론'을 내세우는 수준에서 정면 돌파를 피하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찬반 격론이 있었지만 김한길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 협상 결과가 좋아야 찬성 당론도 정할 수 있다"며 당론을 정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임종석 의원은 "당정청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한미FTA 등 현안에 관한 당론을 빨리 정하자"고 촉구했다.
한미FTA 문제야 지지세력의 저항 때문이라 해도, 전시작전통제권마저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인상이다.
노 대통령은 31일 KBS 회견에서도 전작권 관련 질문을 받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 점은 정말, 딱 정면으로 말하겠다"며 "한나라당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정면 대립각을 세웠다.
한 국회 통외통위 소속 의원은 "전작권의 경우 당이 주도적으로 끌고갈 수 있는 이슈인데 왜 부담을 모두 지려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노 대통령이 야당과 보수언론을 직접 상대하는 국면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노 대통령도 살고 김 의장도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