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gusan2.jpg전희식
이대로는 접수 할 수 없다며 공항 검색원이 풀어 보라고 했다. 주인이 시시덕거리며 짐을 풀었다. 새까만 얼굴에 짧은 머리, 한 열흘은 수염도 안 깎았는지 꺼칠한 사내가 보여주는 짐은 너무도 의외여서 주변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실망, 허탈 내지는 실소를 머금게 했다. 역 삼각형 모양의 스테인리스 괭이였다.
일행들의 가방에는 호미나 낫 등 각종 농기구들이 들어 있었다. 내 가방에는 풀의 뿌리까지 제거하는 이상스럽게 생긴 낫 두 개를 포함하여 2만원이 넘는 왜낫과 호미, 물 호스 연결대가 여럿 있었고 커다란 작업용 장화가 있었다.
농기구 전문점에서 만원이 채 안 되는 이 장화를 발견 했을 때 5일 동안의 일본 도시농업 연수의 최대 보람을 느꼈을 정도다. 285cm나 되는 내 발은 국내에서 여러 군데 철물점을 돌며 골라 산 장화지만 발에 꽉 끼어서 한 시간만 일을 해도 땀이 흥건하고 발이 저려 일을 못할 정도였는데 일본의 농기구상에서 발이 편한 장화를 만난 것이다.
동경에서 자동차로 3시간 쯤 거리에 있는 나가노시 어느 농기구 전문점에는 가정용 전기용품이나 다양한 기능성 작업복에 용도별 작업화 등 농사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한곳에 다 있었다. 또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즐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