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있어 빈부의 차는 없어졌다

등록 2006.09.04 10:22수정 2006.09.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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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되고 있는 모 방송사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것에 대하여 처음부터 밝히지 않고 상상해 풀게 하는 퀴즈 형식으로 구성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것을 모방까진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재구성하여 타방송사에서 2006월드컵 때 매 경기 중계방송 끝에 "축구는 OO이다"라는 클로징을 사용해 또 한 번의 인기를 얻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성은 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즉,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거나 그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각기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답이 또 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처음부터 정답을 알아챌 수 없게 가려 두고 개인의 생각을 묻는 형식으로 진행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갖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의 의미'와 '행복의 척도'

a 서로 닮아가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가족들

서로 닮아가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가족들 ⓒ 박준규

그럼 여기서 한 번 우리들 삶에 있어 '행복이란 무엇'이며 '행복의 척도는 무엇'인지 등 각자 정의를 내려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찌 보면 조금은 황당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가끔씩 시간 내어 생각해 본다는 자체가 또 다른 삶의 의미로 각자의 마음에 새겨질 수도 있을 수 있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우선 행복을 위한 척도는 수도 없이 많다. 쉬운 예로 돈과 명예, 집과 자동차, 누구나 부러워할 직업과 수려한 외모 등 개인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위의 예 중 한두 가지 정도는 충족해 줘야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부 가진 자들 중 내 말에 반감을 사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평민으로 살고 있는 나와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람들은 그들과 입장이 다르다 보니 반감을 사는, 가진 자들에게 다시 반감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틀에 박힌 내용의 연속극이나 드라마를 보면 가진 자들은 꼭 내면적으로 힘이 들며 못 가진 자들은 현실은 어렵지만 내면적으론 그나마 행복한 사람들로 그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네 현실도 그런 것일까? 나는 종종 반문을 한다. 진정 '가진 자들은 내면이 힘들고 못 가진 자들은 내면이 편하고 행복할까?' 안타깝게도 내 반문에 내가 답을 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답을 하고 싶다.

현실은 보여주기 위한 연속극이나 드라마 속 사실들과는 다른 부분이 많고 단지 TV 속 작품들은 고전적인 그 무엇을 내세우며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을 평등화 시키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대부분을 그야말로 허구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못 가진 자)들에게 은연중 심적 안정을 가져다 줄 뿐인 것이다.


현실을 직시할 수는 없는 게 진짜 현실이다. 이에 더불어 각 분야의 작가들이나 연출가들에게는 '행복의 의미는 무엇이며 행복의 척도란 무엇이냐'의 질문에도 보다 냉정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그동안 우리가 접한 틀에 박힌 행복의 의미 등은 이젠 조금씩 깨뜨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언제까지 행복은 가난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인 것처럼 연출할 것인지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든다.

가진 자들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단 얘기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하고 울고 웃으며 살고 많이 갖지 못한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산다는 것과 우리보단 조금 이기주의 경향이 짙다는 점만 빼면 그들도 마음고생만 하며 사는 게 아니란 뜻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더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은가? 가까이 생각하면 매달 지불해야하는 집세와 공과금, 아이들 교육비. 이것들만 생각해도 우리는 힘들다.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신경 써야하니 마음도 힘들고. 허나 가진 자들은 이 두 가지 걱정은 접고 산다. 그 외적으로 힘든 면이 있겠지만 우리도 그런 힘든 면은 있지 않은가? 꼭 경제적으로만 힘든 게 아니지 않냐 는 의미다. 해서 이제는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마음만은 부자고 행복하단 얘기는 구시대적 발언이 되었다.

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순간적인 기쁨의 시간'이다. 행복이란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지속성이 없다. 즉, 늘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의미다. 단지 우리가 행복이라 여기는 것은 순간적인 기쁨의 시간이 아니겠는가?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즐겁게 해주며 기뻐하는 순간, 아이가 재롱떠는 것을 보며 기뻐하는 순간, 가족이나 지인들이 잘 되어 기뻐하는 순간, 생각 없이 TV를 보다 나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리는 기뻐하는 순간 등등. 이것들을 제외하고도 계속 '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다'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일 있다 해도 그 사람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두 사람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마음적인 자유다.

해서 이젠 더 이상 행복의 척도엔 빈부의 차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가 그동안 보고 느낀 것들에 의하면 갖지 못한 사람들이 더 인간적이며 행복을 느낄 줄 안다고 세뇌 되었을 뿐. 비록 그 말이 맞다 해도 이젠 차츰 바뀔 때가 온 것이다.

행복이란 척도에선 이미 빈부의 차가 없어졌으며 행복이란 그 누구에게도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복은 누구나가 느낄 수 있는 순간적인 기쁨, 바로 그때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한 삶'이란 것에 막연한 기대를 갖고 살기보다는 매 순간 순간마다 기쁘게 보낼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여러분들은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덧붙이는 글 | <미디어다음>에도 게제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미디어다음>에도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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