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의 환경지킴이를 아시나요?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56] 고마리

등록 2006.09.04 17:48수정 2006.09.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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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의 분홍빛이 매혹적입니다. ⓒ 김민수

고마리는 고만잇대, 고만이, 고맹이, 고맹이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로 물가나 습기가 많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피어나는 작은 꽃입니다.

고마리는 수질정화작용을 합니다. 수질정화작용을 하니 물이 깨끗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고마워라, 고마워라" 혹은 "고마우리, 고마우리"하다가 고마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추측은 작은 꽃들이 '고만고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구요.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에 만난 고마리, 고랑을 따라 피어난 고마리, 그 작은 꽃이 우리들에게 주는 유익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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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서 더 예쁘게 보이는 꽃입니다. ⓒ 김민수

연한 이파리와 줄기는 삶아서 나물로도 먹고, 된장국에도 넣어 먹는다고 하지만 수질이 오염된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 보니 이젠 나물로 먹는 일도 드문 일인 듯합니다. 연꽃이 자라는 진흙탕보다 더 더러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고마리, 연꽃에 비하면 얼마나 작은 꽃인지 그저 잡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잡초'라는 말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치를 가진 식물'이라고 하니 잡초라고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미 환경산업에서는 고마리를 이용한 중금속처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질정화를 위한 최고의 천연 필터요, 천연의 환경지킴이가 바로 고마리인 것입니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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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어 피어있으면 모두가 꽃밭입니다. ⓒ 김민수

어릴 적 논두렁이나 저수지 같은 곳에서 삼태기로 고기를 잡다 보면 습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들의 주변에 고기가 많습니다. 작은 물고기들에게도 편안한 휴식처가 되는 것이죠. 물론 그들 스스로 무슨 휴식처가 되겠다거나 수질정화를 하겠다거나 하는 의무감으로 피어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자기 생긴 대로 피어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리가 고마워해야 할 특성들을 가지고 피어나니 우리도 그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작은 꽃들이 모이고 모여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을의 숲길을 걷다 보면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가을꽃들이 있습니다. 잘 정돈된 화단이나 조경으로 한 종류의 꽃만 무성지게 피어난 길에 비하면 무질서하지만 그 무질서함이 가장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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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햇살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습니다. ⓒ 김민수

가을 숲 길을 걷다가 만난 꽃들 고마워라.
쑥부쟁이, 왕씀배, 물봉선, 물달개비,
흰개수염, 이질풀,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배꼽,
보풀….
모두모두 고마워라.
물 흐르는 고랑에 자리잡고 무성하게 피어난
고마리 고마워라.
연꽃을 피우는 진흙탕보다 더 더러운 곳에 피어나면서도
물들지 않고 오히려 예쁜 꽃 피우는
고마리 고마워라.
고마리만 고마운 것이 아니라
이 땅에 피어나는 모든 꽃 고마워라.

<자작시 - 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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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꽃을 피우는 고마리도 있습니다. ⓒ 김민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스스로 정화작용을 할 수 있을 때까지가 그들의 인내의 끝일 것입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그 순간에 그들이 몸부림을 치면 우리네 사람들도 이 땅에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땅이 몸부림을 치는 것의 다른 말이 '지진'일 것입니다. 마치 동물들이 자신의 몸에 이물질이 묻으면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것을 털어내듯 땅이 이물질들을 털어내고자 몸부림을 치면 인간이라고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 땅에 살아가는 것 중에 인간만한 이물질이 없을 터이니까요.

가을의 초입입니다.
이제 뜨거운 여름의 햇살을 담아 피어나는 꽃들이 겨울이 오기 전 한바탕 잔치를 벌일 것입니다. 그 잔칫상에 작은 들꽃들이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하루만이라도 잔치 중에 그들의 품에 안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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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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