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청소년부' 출범 곳곳에 암초

청소년단체들 반발... '최 위원장 된장녀' 인신공격까지

등록 2006.09.04 15:22수정 2006.09.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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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합 움직임에 청소년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이 통합 논의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어 논의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점차 커져가고 있는 여성권력에 대해 남성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면서 나타나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통합 출범될 것으로 보이는 여성가족청소년부(가칭)가 예산 1조 규모의 슈퍼 부처로 추정됨에 따라 이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 심리가 통합 논란을 왜곡하는 주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 논의를 틈타 여성가족정책과 청소년정책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계 출신 관료들에 대한 인신공격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데도 문제가 있다.

여성가족부에 반발하는 남성가족부?

a 지난 8월19일 디시인사이드에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남성가족부(norway.goalib aba.com)가 개설됐다.

지난 8월19일 디시인사이드에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남성가족부(norway.goalib aba.com)가 개설됐다. ⓒ 우먼타임스

여성가족청소년부 통합 신설에 반대하는 일부 남성 네티즌들이 남성가족부 사이트를 제작하는가 하면 여성 포털사이트에 사이버 테러까지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월 19일 디시인사이드에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남성가족부 사이트(norway.goalibaba.com)가 개설됐다. 남성가족부 사이트는 여권 신장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집착이 여성가족청소년부의 통합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비아냥거림과 조롱을 담고 있다. 또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여권 신장에 집착하고 있으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성을 위한) 남녀평등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일부 회원들은 "이 나라를 페미들이 다 말아먹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여성가족부를 만든 것도 부족해서 몸집 부풀리기를 시도하느냐"며 페미니스트들을 상대로 욕설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통합 논의의 근본적인 배경이나 이유와는 상관없이 여성가족부가 거대 부처로 출범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이 사이트의 일부 회원들은 여성 포털사이트 '마이클럽'에 몰려가 게시판을 음란물로 도배하는 등 사이버 테러를 가했다.

현재 마이클럽과 회원들이 이들을 형사고소한 상태다. 여성가족청소년부의 통합 문제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여성 포털사이트에서 마초들이 페미니스트들을 공격하는 사이버 테러 사건으로 번진 셈이다.


최영희 위원장도 '된장녀' 인신공격

여성가족청소년부 통합을 둘러싸고 가장 공격받는 인물은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 최 위원장이 자신이 신설 부처의 초대 장관이 되기 위해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돌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된장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최근 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과 청소년위 출입기자단 메일을 통해 '된장녀 논쟁과 여가부, 청소년위의 통합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유포되면서부터다.

이 글은 지난 2004년 처음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여성부 이관 문제가 제기됐을 때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최 위원장이 여성계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로 한명숙 총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여성가족청소년부 초대 장관)을 채우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청소년단체 대표들과 비밀리에 회동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청소년정책의 비전을 제시하고 발전적으로 실행해야 할 사람이 자신의 사리사욕에 따라 유리한 것은 홍보하고 불리한 것은 감추는 '된장녀'였다는 것이 핵심 내용.

더욱이 이 글은 청소년단체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실명과 연락처를 밝히고 있으며 최 위원장과 사석에서 주고받은 말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인성이 부족하다는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소년위원회 관계자는 "위원장도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봤다"며 "온라인에서 떠도는 온갖 루머들에 일일이 해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각종 청소년단체 집단반발

이런 각종 루머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업무의 여성가족부 이관을 일관되게 반대해 온 청소년단체들은 한 단계 수위를 높여 여성가족청소년부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청소년위원회의 통합설이 불거져 나온 지난 3월, 청소년지도자들이 긴급 비상 모임을 갖고 청소년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두 부처 간 공식 논의는 없었다"는 답변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가부-청소년위 통합 조직개편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와 흥분이 배가됐다.

흥사단, 청소년지도자협의회, 한국청소년CEO협회, 청소년을 위한 희망연구포럼 등은 이번 통합 논의가 밀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여성부가 보건복지부의 가족 분야, 문화관광부의 청소년 업무,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는 안을 내놓은 적이 있었으나 청소년단체는 물론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청소년보호위원회까지 반대하고 나서 유야무야됐던 통합논의가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입장이다.

이들은 또 '왜 하필 여성가족부로 통합되나'라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가족정책 관점에서 청소년정책을 다룰 경우 청소년 육성보다는 가족해체로 인해 생기는 위기 청소년 보호 차원으로 업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한데 굳이 여성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실무위원을 역임한 이영일씨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조직이 작아서, 위원장이 차관급이라서 힘이 없기 때문에 조직이 통합돼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던데 그렇다면 왜 문화관광부에서 청소년 육성 기능을 분리한 것이냐"라고 반문하면서 "지난 2004년에는 여성부와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던 청소년위원회가 왜 이제 와서 여성가족부와 손을 잡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다시 불거지는 두 부처 간의 통합 논의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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