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 참석한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 두 장관은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느닷없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관하여 양국 정부의 양해사항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로이터/연합
올 1월 한미 외교장관간 전략대화에서 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이에 대해서 "유사시 주한미군의 중국-대만 분쟁 개입을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공동성명의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들어 부인했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영문 : "In the implementation of strategic flexibility, the U.S. respects the ROK position that it shall not be involved in a regional conflict in Northeast Asia against the will of the Korean people.)"
지난 1월 20일과 22일 청와대 국정브리핑은 이 공동성명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즉 양안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즉, 주한미군의 양안분쟁 개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박이 있었다.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영문으로 된 공동성명의 'ROK position that it shall not be involved'라는 문장에서 'it'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사실상 한국군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한국군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일 뿐 주한미군의 개입은 전혀 제한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분쟁 개입주체, '주한미군'인가 '한국군'인가
당시 외교통상부가 배포한 한글 공동성명에도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청와대 브리핑과 사석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대부분 언론들은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실제 올해 초 고위 당국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는 일부 비판 의견을 소개하면서 견해를 물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양안 분쟁에 개입하면 당연히 한국도 끌려들어간다"며 "따라서 한국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주한미군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동성명의 한국이 한국군을 의미한다는 것은 과대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기자는 "공동성명 문안은 애매모호해 사후 해석을 놓고 한미 양국간 심각한 의견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ROK position that it shall not be involved'라는 문장에서 'it'을 'U.S. Forces Korea(주한미군)'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지난 1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한 올 1월 공동성명을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나 국민이 원하지 않는 지역 분쟁에 '한국군'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즉, 한미 공동성명에 언급된 양안 분쟁 개입을 자제 당하는 쪽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인 것이다. 외교부에서 평생 공직생활을 한 반 장관의 이날 발언이 실수는 아닐 것이다.
주한미군이 중국 공격하는데 한국은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