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블로그가 맺어준 행복한 만남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닮은꼴 부부를 만나다

등록 2006.09.06 08:17수정 2006.09.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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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름다운 만남은 축복이다.

아름다운 만남은 축복이다. ⓒ 이성재

오늘 나는 행복한 만남을 가졌다. 어느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방문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얼굴 모르게 온라인에서 댓글과 쪽지로 만난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는 자신의 공간으로 나를 초청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부부가 오누이 같이 너무 닮은꼴이었다. 일란성 비슷한 이란성 쌍둥이라고나 할까. 시어머니와 부부가 같이 다니면 아들을 보고 “사위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니 얼마나 닮았는지 상상해 보시라. 오블 온라인에서 알게 되어 오프라인으로 처음 만난 부부에게 인사보다 “너무 닮으셨습니다”라는 말을 먼저 했을 정도다. 부부 금술이 좋아 보였다.

“너무 닮으셨어요?”
“누구나 다 그래요? 그렇게 닮았어요?”
“코와 눈, 얼굴 생김새 등 너무 닮았어요?”

부부는 온라인에서 암호를 쓴다. 남편은 ‘Z’, 아내는 ‘N’이다. 이름 어느 부분의 이니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 나는 ‘K’나 ‘H’겠지. 부부에게서 행복향기가 났다. 나는 금세 손님이라는 내 본분을 잊고 행복수다를 떨었다. 오랜 친구처럼 마음속으로 “친구야 반갑다”를 말하는 분위기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 같이 격식 없이 대화를 했다. 유머, 웃음, 감동 그리고 다정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온라인 만남으로 약속된 만남이었기에 중간 중간 서로를 알리는 말을 섞어가며 대화를 했다. 우리들의 ‘행복수다’는 ‘Z’께서 가지고 온 냉커피를 시작으로 더 뜨거워졌다. 냉커피를 나에게 대접하기 위해 얼음을 사러 먼길을 다녀온 ‘Z와 N’부부의 마음이 고마웠다. 나는 부부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원두커피를 사러 갔는데 그들이 즐기는 커피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커피를 대화 주제로 삼기 위해 인터넷에서 원두커피의 종류를 미리 학습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전에는 약했다. 브라질 ‘부르봉 산토스’ 하나 생각났는데 말을 못했다.

그런 사이 우리의 지난 삶들을 얘기했다. 남편 ‘Z’가 입을 열었다. 부부가 결혼한 사연, 연애시절 에피소드, ‘Z’가 ‘N’을 따라 다닌 사연 등등. ‘Z’와 ‘N’은 나에게 마음을 보였고 나 역시 투명인간이 되었다. 대화는 쉼표도 없이 이어졌다. 대화 중간에 “내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Z와 N’부부와 이야기꽃이 피워졌다.

일반 사람보다 머리카락 숫자가 적은 나에게 부부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얼굴이 동안이세요?”
“무슨 말씀을. 나이 들어 보이죠?”
“아닙니다. 젊으세요?”
“정말요?”

나는 기분이 업(UP)되었고 얼굴도 빨개졌다. 나도 부부에게 답례를 했다. 서로를 긍정적인 눈으로 보아주는 서로의 배려가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었다. 돈도 안 드는 ‘섬김의 말’ 앞에 인색할 필요가 있겠는가.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면 나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오마이뉴스와 오블(오마이뉴스 블로그)이야기가 시작됐다. 물론 방법은 ‘칭찬수다’였다.

“마음에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계세요.”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그림이 너무 부드럽고 마음에 파고듭니다.”
“좋게 봐주셔서 그렇죠?”
“제가 찾던 바로 그 그림입니다. 그림보고 무릎을 쳤었습니다.”
“저도 글을 읽고 행복한 마음 만들었어요. 어머니 이야기 너무 감동적이에요.”
“고맙습니다. 마땅히 할 일을 하는데요.”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블에서 댓글로 만나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이라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서로 믿고 사는 세상만 있다면 좋겠다” 어색함이 하나도 없는 만남에서 또 다른 하나의 행복을 찾았다.

닮은꼴 부부 ‘Z와 N’을 보면서 마음이 닮으면 외모는 닮는다는 것을 알았다. 마찬가지로 오블에서도 글이나 댓글이 통하면 마음이 닮고 상통할 것 같았다. 우리들의 ‘행복수다’는 금방 시간을 넘겼다. 10분 같은 2시간이었다. 이럴 때는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나는 일어나기 싫은 자리를 시간에 떠밀려 일어났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하니까.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우리의 만남을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 따뜻한 이 만남을 잘 유지시키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Z와 N’부부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등이었다.

오블 마을 주민(오마이뉴스 블로그 이웃)으로서 같은 마인드를 가진 우리들의 힘이 모아진다면 시너지 있는 행복 만들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앞으로 머리와 마음을 모아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무엇인가 함께 하고픈 부부다. 부부와 나는 그렇게 하기로 약지를 걸고 엄지로 찍고 복사를 했다.

닮은꼴 부부의 행복향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차안에 가득하고 그 향기를 우리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드렸다. 나는 어머니에게 얼굴을 비비며 “어머니 사랑해요,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좀 징그러운 애교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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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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