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싫은 파란 눈의 사나이

[여기는 시애틀] 원정투쟁단 도착 첫 날 표정

등록 2006.09.06 17:59수정 2006.09.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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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4시 30분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원정투쟁단은 6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간 5일 오후 7시30분) 숙소인 시애틀 베스트웨스턴 호텔에 도착했다.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4시 30분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원정투쟁단은 6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간 5일 오후 7시30분) 숙소인 시애틀 베스트웨스턴 호텔에 도착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딱 18시간 걸렸다.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4시 30분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3차협상 반대 원정투쟁단은 6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간 5일 오후 7시30분) 숙소인 시애틀 베스트웨스턴 호텔에 도착했다.

시애틀로 가는 직항편을 구하지 못해 샌프란시스코를 경유, 두 번의 입국심사를 거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그만큼 여정도 험난했다. 양손 검지 지문을 찍고, 얼굴 사진을 촬영하는 등 엄격한 입국심사를 거쳐야 했다. 때 마침 9·11 테러 5주년이 다가오면서 이는 더욱 까다로웠다.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를 단장으로 노동, 농민, 여성 등 사회단체 회원 60여 명으로 구성된 원정투쟁단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쁜 일정에 돌입했다. 투쟁단은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숙소 인근의 '킹스 카운티 지역 노동조합 협의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이날 밤 8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투쟁단 소개, 구호 제창 및 평화적 시위를 위한 사전 교육이 이 자리에서 이뤄졌다.

"단순한 FTA반대가 아닌 국가를 뛰어넘는 연대"

정광훈 투쟁단장은 개막사를 통해 "이번 싸움은 단순한 FTA 반대시위가 아닌 국가를 뛰어넘는 연대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한국 대 미국이라는 국가간의 싸움이라기보다는 한국과 미국을 모두 포함한 기득권층 대 서민의 싸움이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전역에서 한미FTA 반대를 지지하는 외국인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에서 파견된 원정투쟁단 외에 미국 현지 교민들을 포함해 200여 명의 참석자들이 '킹스 카운티 지역 노동조합 협의회' 1층 강당을 가득 메웠다.


교민들로 구성된 한미FTA저지 재미위원회와 미국인 활동가들은 원정투쟁단을 따뜻하게 맞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참신한 구호를 외치며 행사장의 분위기를 북돋았다. 이들이 행사 중간중간에 가장 자주 외친 구호는 "다운, 다운, 에프티에이"다.

이재수 재미위원회 공동대표는 "이번 투쟁을 기필코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일주일 동안 원정투쟁단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나가겠다"며 "이번 한미FTA는 미국이 다른 나라를 희생시켜가며 이익을 얻는 것인 만큼 반드시 우리들 힘으로 이를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이한 구호로 눈길 사로잡은 미국인 활동가

a 미국 내 노동단체인 'Jobs With Justice' 시애틀 지부의 로버트 밥 번즈 회장은 열정적으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면서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다. 사진 오른쪽은 재미위원회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미경 씨.

미국 내 노동단체인 'Jobs With Justice' 시애틀 지부의 로버트 밥 번즈 회장은 열정적으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면서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다. 사진 오른쪽은 재미위원회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미경 씨. ⓒ 오마이뉴스 김연기


미국인 활동가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다. 미국 내 노동단체인 'Jobs With Justice' 시애틀 지부의 로버트 밥 번즈 회장이 그 주인공. 그는 육중한 몸에도 행사 내내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율동(?)을 선보이면서 주변을 압도했다.

어떻게 이날 행사에 참석하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번즈 회장은 "노동단체에서 활동을 해오면서 그동안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을 끊임없이 펼쳐왔다"며 "FTA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과 맞물려 있는 데다 때마침 3차 협상이 시애틀에서 열려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재미위원회에 소속된 한국인 교민 친구와 함께 이번 3차협상 기간 내내 원정투쟁단과 활동을 같이 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교민들은 멀리 LA, 뉴욕에서 내려오며 이번 원정투쟁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LA에서 직접 차를 몰고 이곳까지 왔다는 한 교민은 "20시간 넘게 차를 몰고 오면서 중간에 휴게소에서 쉴 때마다 자체적으로 한미FTA 반대 집회와 행진도 하고 올라왔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a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원정투쟁단 집행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원정투쟁단 집행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미국 내 양대 노조 가운데 하나인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시애틀 총책임자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데이비드 린 총책임자는 "우리는 이곳 기업들과 부시 대통령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FTA를 반대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며 "한국 노동자와 연대를 통해 반드시 FTA를 저지하자"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용대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참석해 원정투쟁단을 격려했다. 강 의원은 "오늘 오전 먼저 도착해 이 지역 미 민주당 의원 2명을 만나 그들에게 한미FTA의 부당성에 대해 알렸다"며 "그들 역시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보인만큼 민주당 의원과의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정투쟁단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6일 오전 8시 피켓시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반FTA 활동에 나선다. 원정투쟁단은 이날 오후 9시 기자회견을 가진 뒤 12시 30분 개막집회, 14시 거리행진, 18시 30분 촛불문화제로 6일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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