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칠수와 만수>. 한국영화에선 몇 십 년 전 유행했던 자전거 헤드라이트, 물받이, 삼각형 지지대가 거의 빠지지 않는 구형 자전거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전거는 낭만적인 소품으로 이용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리얼리즘 영화의 명작 <자전거 도둑>이 그렇듯이 자전거는 질긴 삶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장백지가 자전거를 타고 '세탁 세탁'을 외치던 <파이란>(2001), 만수(안성기 분)와 칠수(박중훈 분)이 2인용 자전거를 타고 간판 일을 하러 나가는 <칠수와 만수>(1988)에서 자전거는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낭만과 현실이 결국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준 영화 <인어공주>(2004)에서 자전거는 두 가지 모두를 보여준다. 우편배달부인 김진국(박해일 분)에게 자전거는 생계수단이다. 그러나 연인을 태우고 달릴 때 자전거는 무엇보다도 낭만적인 모습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에서 세 여자 주인공이 타는 자전거는 기어이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고자 하는 여성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포스터에 등장한 세 여자의 모습은 비장하기보다 상쾌하다. 아마 자전거가 가진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외 <편지>(1997), <미술관 옆 동물원>(1998), <내 마음의 풍금>(1999), <시월애>(2000), <행복한 장의사>(2000), <흑수선>(2001), <사랑니>(2005)에서도 자전거는 주요하게 등장했다.
재미있는 건 한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부분 자전거가 '추억'의 소재로서만 쓰인다는 점이다. 몇 십 년 전 유행했던 자전거 헤드라이트(자가발전기를 단), 물받이, 삼각형 지지대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행복한 장의사> <박하사탕> <인어공주> <첫사랑> <파이란> <흑수선>)
하지만 최근 자전거는 과거 짐 자전거 형태에서 벗어나 산악형(MTB), 경주용(싸이클), 오토바이형, 리컴번트(누워서 타는 형태), 미니벨로(20인치 이하의 바퀴 작은 형태) 등 상당히 다양하다.
그나마 <홍반장>에서 서스펜션(충격완화장치)이 달린 MTB형 자전거가 등장한 게 최근 자전거를 반영한 경우다. '자전거'는 아주 훌륭한 '추억'의 소재다. 하지만 현재 주요한 교통수단이자, 환경친화적인 미래형 수단이라는 게 조금 감안되면 영화 속 자전거 용도가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외국영화] 인생과 함께 돌아가는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