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기를

증거능력의 한계를 이용하는 사람이 보호 받아서야

등록 2006.09.07 18:53수정 2006.09.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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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 비리 문제가 불거졌다. 급식이라는 말 뒤에는 늘 '비리'라는 용어가 관용어처럼 따라 붙는다. '비리'라는 말과 짝을 이루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언이 있다. 이것만큼 '먹는 것'의 중요성을 '한방'에 드러내는 말도 드물 것이다. 신분의 귀천과 고하를 막론하고 최소한 '먹는' 행위는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경우에나 '존중받아야 할' 개개인의 '먹는'행위는 그 개인이 집단으로 바뀌어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단체급식인 학교급식은 더욱 '깐깐하고' 더욱 '조심하고'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먹는 것 갖고 장난쳐서는 안된다'는 '투박한 윤리'와, '개도 안 건드린다'는 범인(凡人)들의 '양심 가이드 라인'이 지켜진다면 급식과 비리라는 말은 어울릴 수 없는 말이다.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부식비가 운영비로 빠져나가는 것도 모자라 급식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학생들은 그만큼의 손해를 보았다면 최소한의 윤리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순간의 유혹과 '양심도난'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용서라는 말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행동'을 포근하게 감싸안기 때문이다. 그런 용서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 당사자들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고백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다시 두 사람에게 그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다. 법무사가 녹취한 전화 통화를 보면 업자가 돈을 건넸다는 사실과 그 돈이 윗 사람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재간이' 없다.


한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교육청 감사반을 찾아가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을 직원들의 회식비로 썼다고 사용처까지 밝혔다고 한다.

다른 한 사람은 완강하다. 그런 일이 전혀 없노라고 펄쩍뛴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물론 그의 말이 진정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실일수도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의 인격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러나 그는 문제가 된 학교의 최고관리자다. 본인의 결백이야 그의 말대로 '법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급식 문제가 터지고 '돈이 오고 갔는데'도 최고 관리감독자인 학교장는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본인이 진정 결백하다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품위있는' 최고 관리자라면, 우선 학부모 학생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하여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아랫사람들이 한 일이니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한다면 학교장의 관리 감독 권한을 방기하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아랫사람이 아닌 본인이 '의혹'의 당사자 아닌가?

잘못을 인정했다고 해서 무조건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잘못을 고백한' 사람은 처벌받고, '증거능력'의 한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사람이 보호된다면,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도 '용서'라는 따듯한 말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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