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71회

새로운 만남

등록 2006.09.08 16:26수정 2006.09.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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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리림은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지만 사이도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누와 짐리림이 움직일 때까지 그들을 먼발치에서 찔러대었다. 아누도 크게 당황했지만 나뭇가지를 들어 그들을 조심스럽게 찔러보는 사이도들의 모습에서 공격적인 태도보다는 조심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기에 짐리림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를 데려가려는 거라네. 자꾸 소리를 지르면 저들을 자극할 뿐이야. 그 목소리는 아껴 두었다가 노래할 때나 쓰게.


짐리림은 아누의 손을 뿌리치며 씨근덕거렸다.

-이제 보니까 아누 자네는 뭐든지 될 대로 되라는 식이군! 이렇게 해서 자네 마음먹은 대로 될 것 같나?

아누는 그런 짐리림을 달래며 자신의 경솔함을 사과했다.

-비꼰 것은 미안하네. 나 역시 이곳의 생명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 짝이 없네. 자네가 너그러이 이해해 주고 내 말을 따라주게.

아누와 짐리림은 나뭇가지에 떠밀려서 사이도들에게 에워싸인 채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해갔다. 아누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서 추적기를 꺼내어 보았다.


-이봐 짐리림! 추적기에 그 녀석이 잡히고 있어! 가까이에 있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어쩌면 이들은 그 녀석이 보낸 놈들이 아닐까?

짐리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시로 팔을 높게 올리고 껄껄 웃어 젖혔다. 그 바람에 주위를 둘러싼 사이도들이 놀라 우뚝 멈춰 섰고, 그 바람에 아누는 자신을 겨누던 나뭇가지에 밀려 앞으로 휘청거리고 말았다.


-망상이 심해도 너무 심하군.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이곳저곳을 찾아가면서 그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기를 바라지? 이 놈들이 우리를 당장 죽이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판이야.

아누는 한번 중심을 잃으면 여전히 가이다의 중력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몸을 겨우 가누고서는 짐리림의 손을 잡고 이끈 채 사이도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계속 걸었다.

-어어우우

사이도의 무리가 어느 순간 멈춰 서더니 그들이 양쪽으로 갈라서면서 아누와 짐리림의 앞에 길이 좍 열렸다. 사이도들은 흥겹게 떠들며 아누와 짐리림을 중심에 몰아 세웠다. 그곳은 거대한 짐승의 뼈와 그 가죽으로 얼기설기 만든 구조물이 듬성듬성 서 있었고 아누와 짐리림이 서 있는 곳에는 알 수 없는 짐승의 고기가 불길에 익어가고 있었다. 그 냄새는 매우 강렬하기 짝이 없어서 후각이 발달되지 않은 두 하쉬 행성인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 정도였다.

-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아누는 ‘생명체가 타는 냄새’라고 사실대로 얘기했다가는 짐리림이 또다시 발작과도 같은 반응을 일으킬까 염려되어 엉뚱한 내용으로 둘러대었다.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서 냄새를 피워대는 모양이네.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야 돼.

짐리림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지 또다시 이죽거렸다.

-그렇게 저들의 문화를 잘 알고 있다면 자네가 얘기 좀 해주게 이런 냄새는 우리가 싫어한다고 말이야.

아누는 손에든 추적기를 살펴보았다. 추적기에 감지된 사이도는 점점 자신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자신을 대하는 사이도들의 태도가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어떻게 돌변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단지 음악만으로 저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추적장치를 부착한 사이도는 예전에 아누가 치료를 해준바가 있었지만 과연 그 사이도가 그 일을 기억하며 호의적으로 행동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우

사이도 중 하나가 불에 익은 고깃덩이를 떼어 아누에게 내밀었다, 아누는 그것을 거절 못하고 받아서 억지로 한입을 베어 물었다. 역한 냄새와 맛이 아누를 구역질나게 만들었지만 아누는 그것을 꾹 참고 짐리림에게 내밀어진 고깃덩이까지 뺏다시피 받아서 억지로 먹어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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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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