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의 백미를 찾다

[다시 떠난 터키 여행]이스탄불 카리예 박물관

등록 2006.09.11 15:45수정 2006.09.1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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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술탄 아흐멧과는 거리가 먼 카리예 박물관을 가려면 에미뇨뉴(Eminönü)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는 이스탄불의 높은 언덕을 넘어 발렌스 수도교를 지난다.

발렌스 황제 시대인 378년에 세워졌다는 이 수도교는 이스탄불의 높은 언덕들 위로 물을 잘 흘려보내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도로 한 복판에 이런 멋들어진 수도교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버스는 수도교를 통과하고 한참 후에야 나를 카리예 박물관 근처에 내려준다.


a 버스에서 본 발렌스 수도교. 이스탄불의 언덕에 물을 흘리기 위해 지어졌다.

버스에서 본 발렌스 수도교. 이스탄불의 언덕에 물을 흘리기 위해 지어졌다. ⓒ 김동희

한적한 이스탄불의 동네의 한 구석에 있는 카리예 박물관을 가는 길은 그래서 더 즐겁다. 북적대지 않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갈 수 있다. 원래 이름은 코라 수도원. 예전의 수도원을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다.

'코라'라는 말이 그리스 어로 '시골 또는 도시의 외곽'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콘스탄티노플에 처음 성벽이 생겼을 때 이 수도원은 성벽 바깥쪽에 위치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왠지 그 이름처럼 한적한 곳에 있어 이름에 대한 느낌이 배가 된다.

5세기에 지어졌다는 이 건물은 재건의 재건을 거쳐서 14세기 때 대대적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테오드레 메토키테스가 예수님에게 성당을 바치는 모자이크가 그 사실을 알려준다. 오스만에게 정복된 후 회반죽으로 덮여 있던 모자이크들은 1948년에서야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a 테오드레 메토키테스가 그리스도에게 성당을 바치는 모자이크로  재건 연대를 추측할 수 있다.

테오드레 메토키테스가 그리스도에게 성당을 바치는 모자이크로 재건 연대를 추측할 수 있다. ⓒ 김동희

이 작디작은 수도원은 온통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이 작은 공간 안에 이렇게 멋진 그림들을 가득 채웠는지 신기할 뿐이다. 수도원 여기저기에 담겨진 이 그림들은 수도원 건물 자체를 도화지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프레스코화이다. 높은 돔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중심에 두고 그 둘레를 열 두 명 의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다.

가장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프레스코화는 '최후의 심판'이라는 그림이다. 중앙의 예수님을 중심으로 왼쪽에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이 서있다. 양 옆에는 그리스도의 12사도들과 천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위에서 천사는 천국을 상징하는 나선형의 물체를 가지고 있다. 아래에는 아담과 이브가 무릎을 꿇고 있고 그 아래에는 천사들이 영혼들의 죄의 무게를 재고 있다. 죄인들은 서로서로 묶여 사탄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가고 있다.


a 마지막 심판의 모습을 그린 프레스코화.

마지막 심판의 모습을 그린 프레스코화. ⓒ 김동희

또한 아담과 이브를 구하기 위해 최후의 심판 날 그들의 손을 잡고 있는 그리스도는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a 아담과 이브를 구하고 있는 그리스도(프레스코화)

아담과 이브를 구하고 있는 그리스도(프레스코화) ⓒ 김동희

이런 프레스코화만이 아니라 이곳에는 너무나 많은 모자이크화들로 가득하다. 돔 위에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그의 24명의 선조들을 그려놓은 형상은 전에 보았던 12명의 천사들을 그려놓은 프레스코화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모자이크로 되어있다는 것뿐이다.


a 돔의 중앙에 그리스도가 있고 12명의 천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돔의 중앙에 그리스도가 있고 12명의 천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 김동희

큰 한 면을 차지하는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는 안타깝게도 회반죽으로 많이 손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와 위용은 다른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a 큰 벽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 회반죽으로 많이 훼손되었다.

큰 벽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 회반죽으로 많이 훼손되었다. ⓒ 김동희

이곳의 모자이크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성경에서 보기 힘든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묘사한 그림부터, 그리스도가 병자를 고치는 장면, 결혼식장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 물고기 두 마리와 다섯 개의 전병으로 많은 사람을 먹인 기적 그리고 예루살렘으로의 입성 등 신약성경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a 성모 마리아의 죽음. 우리가 성서에서 접하지 못하는 성모 마리아의 일생도 모자이크로 접할수 있다.

성모 마리아의 죽음. 우리가 성서에서 접하지 못하는 성모 마리아의 일생도 모자이크로 접할수 있다. ⓒ 김동희


a 그리스도의 기적-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는 내용의 모자이크.

그리스도의 기적-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는 내용의 모자이크. ⓒ 김동희

한적한 곳에 있는 보물을 보고 동네 어귀를 한바퀴 걸어본다. 사람 냄새가 나는 길이다. 길 사이로 창문마다 발코니가 있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꽃들이 즐비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길을 만나면 마음이 푸근하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 그런 곳이 더더욱 정이 가는 법이다.

길을 걷다 조그만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물 하나를 들고 계산하려고 보니 잔돈이 없어 큰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한 미소를 지었더니 물을 그냥 주겠다고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그럴 수 없다고 아무리 두 손으로 밀어도 소용없다. 아저씨의 얼굴에는 이미 꼭 나에게 그 물을 주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난 항상 물을 잃어버렸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물통을 그냥 놓고 나오기도 하고, 아무데나 앉아서 쉬며 그 옆에 물통을 놔두고는 나만 일어나 한참을 걸어온 뒤에야 물을 놓고 온 것을 깨닫기도 하고, 숙소에다 시원하게 보관해서 나오겠다며 냉장고에 물을 잘 모셔놓고는 그냥 체크아웃 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 작은 물은 나에게 너무 고마운 선물이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지금껏 잃어버린 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다 날려줄 수 있는 시원한 물이었다. 그래서 더욱 고마웠고 한 모금 한 모금이 더 달았다. 내 목을 타고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흐른다.

덧붙이는 글 | 2006년 8월 두 번째로 떠난 터키 여행입니다.

덧붙이는 글 2006년 8월 두 번째로 떠난 터키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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