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때문에 내 대학생활은 풍요로웠다

자전거에 얽힌 추억과 행복에 대한 생각

등록 2006.09.10 09:23수정 2006.09.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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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자전거는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마음은 '자전거를 타는 소녀'지만 몸과 마음이 늘 다른 방향인 '특기'가 있었다. 모두가 인정한 '몸치'였다. 인내심 강하신 우리 아버지께서도 자전거를 가르치시다 결국 등을 보이셨고, 홀로 조용한 운동장에 자전거와 마주했다.

a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 진주환경운동연합

자전거와 한 달 즈음 씨름을 했을 때, 자전거 페달에 양발을 올릴 수 있었다. 비록 방향은 갈지(之)자였지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 했다. 와!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환하게 안아주니, 몸과 마음이 절로 상쾌했다.


그리고 꿈만 같았던 '스무살', 다시 자전거를 만났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친한 선배의 자전거를 늘 빌려 타곤 했었다. 졸업을 앞둔 선배는 곧 내게 자전거 열쇠를 주었다.

슬프고 야속한 마음에 내 생애 처음으로 입맛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려면 석유나 전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이 필요했다. 며칠이 지나고 나는 다시 씩씩하게 한 톨도 남김없이 밥을 먹으며, 자전거 페달을 더욱 힘차게 밟았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자전거를 간절히 원하는 '가좌동 자취생' 후배에게 자전거를 선물했다. 후배가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이후 환경단체에서 일하게 되면서 입사 선물로 '빨간 바구니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집과 직장이 가까워 '자전거' 사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구를 살리는 물건 중 하나인 자전거는 내 대학시절 추억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이유 없는 밤샘을 하던 시절, 새벽안개 자욱한 캠퍼스를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지금생각해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또 가을바람을 뒤로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는 풍경은 지금도 어느 캠퍼스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로망'이다.

컴맹 탈출은 노력하면서 '생태맹'엔 관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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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김대홍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더러 방귀를 뀌는 개인적인 사정 외에는 대기를 오염시킬 일이 전혀 없고, 정기적인 보험료를 납부하는,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운동 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날 염려가 거의 없는, 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다."('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이 자전거를 풀꽃상에 선정한 이유)

지금, 우리 대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환경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대학생 새내기들이 꼭 해야 하는 일은 '방 구하기', '자전거 구하기'라고 한다.


요즘 우리는 '컴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생태맹'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경제적 풍요라는 허울의 벽에 갇혀 끊임없는 경쟁과 불안을 강요받으며 더 나은 상품으로 팔리기 위한 것에만 열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푸른 지구위에 우린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그물 같은 '인드라망'인 것을...

더운 여름날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면서 에어컨을 튼다. 에어컨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선 자연의 희생이 뒤따르는 댐과 전쟁을 부르는 '석유'가 필요하다.

자연파괴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요즘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 10명 중 2명은 아토피라는 무서운 병과 싸우고 있고, 인스턴트 음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만'의 공포에 맞서야 한다. 지구의 또 한편에서는 끼니를 잇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해보니, 인간 역사상 최초로 음식쓰레기를 만들어 낸 유일한 인류이자 마지막 인류가 될 것 같다.

무한한 자연의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서로의 평화를 빌며, 가벼운 웃음을 나누는 몸짓이 갈수록 어색하다는 것은 또 어떠한가?

나와 저 산, 나와 너, 나와 지구의 조화로운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갈 사람들에게 크게 속삭이고 싶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같이 타고 놀러 가면 좋겠네예!"

덧붙이는 글 | 경상대 신문사에 실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경상대 신문사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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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을 스치는 소소한 기쁨과 태연한 슬픔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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