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웬 전투함?

[상해를 가다 12] 천산공원을 소개합니다

등록 2006.09.11 10:32수정 2006.09.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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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날씨 좋다."

얼마 전부터 상하이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위가 물러가자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날씨로 바뀐 것입니다. 이런 날, 기숙사에 앉아 있으려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갖고 있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라 딱히 어디로 나가기도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바로 학교 근처에 있는 천산공원이었습니다.


a 학교 주변에 있는 공원입니다.

학교 주변에 있는 공원입니다. ⓒ 양중모


입장료가 있다고 해도 쌀 것이 분명했기에 기숙사 문을 나서 천산 공원으로 천천히 갔습니다. 가끔 전철 타러 가는 길에 봤지만 별로 커 보이지 않았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순간 풀밭만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저 멀리 돌다리가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호수가 있었습니다.

a 호수가 있어 공원이 제법 예뻤습니다.

호수가 있어 공원이 제법 예뻤습니다. ⓒ 양중모


제법 규모가 큰지 배를 타고 노는 이들도 보였습니다. 가만히 앉아 호수의 물을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인지, 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니 앞에 있는 나무들이 마치 열대 지방에 사는 종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멀리 휴양지에라도 온 기분이었습니다. 나무 옆에 묘하게 배치되어 있는 돌의자는 그런 기분을 더해주었습니다.

a 나무 덕분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무 덕분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양중모


a 돌의자입니다.

돌의자입니다. ⓒ 양중모


마음껏 호수를 구경한 뒤 천천히 거닐다, 무언가 발견했습니다. 배였습니다! 물론 호수에 배가 떠 있는 건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사람들이 즐기러 오는 공원 안에 있는 호수에 살벌한 기관총이 달린 전투함이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궁금증이 생겨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았습니다. 많이 부식된 것으로 보아 지금은 쓰지 않는 전투함인 듯 했습니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옆에 앉아 있던 중국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곧 포기했습니다. 그 중국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근데 저건 대체 뭐지?"

a 잔잔한 호수와 어울리지 않는 기관총을 발견했습니다.

잔잔한 호수와 어울리지 않는 기관총을 발견했습니다. ⓒ 양중모


a 왜 이 곳에 있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왜 이 곳에 있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 양중모


저 역시 우리나라 공원에 가도 거기 있는 것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중국인의 그런 반응이 이상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 윗쪽에 둥글게 앉아 있던 할아버지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들은 마작에 정신을 쏟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들은 중국 표준어가 아닌 상하이어를 쓸 것이기에, 물어봐도 알아들을 자신도 없었고요.


a 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할아버지들이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마작!

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할아버지들이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마작! ⓒ 양중모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불법 행위라도 하는가 싶어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다들 마작에 열심이었습니다. 둥근 돌탁자와 의자가 있는 곳마다 마작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있었습니다. 정면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사진기를 들면 적나라할 정도로 눈이 마주치는지라 나무 사이로 보이는 모습을 살짝 찍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마작에 몰두하는 모습을 더 자세히 찍고 싶다는 아쉬움을 간직하고 뒤로 돌았습니다. 그 순간, 한 가족이 돌탁자에서 과일을 먹고 버리고 가는 모습이 눈에 잡혔습니다. 과일 가게에서 파는 과일이었습니다. 분명히 사온 것 같지는 않은데 어디서 났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나무에 달린 과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 과일을 따먹었던 것입니다. 저 역시 먹어보고 싶었지만, 먹고 탈이 날까 싶어 그러지 못했습니다.


a 나무에 달린 열매를 그대로 따 먹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나무에 달린 열매를 그대로 따 먹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 양중모


처음엔 가볍게 나들이라도 할 겸 나왔지만, 공원엔 신기한 구경거리가 많았습니다. 공원이 생각보다 컸던 것도 제 만족감을 키워주었습니다. 공원에서 나오려는 순간 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습니다. 화장실이었습니다. 중국에 갔다 오신 분들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바로 그 화장실입니다.

a 볼 일을 보는 동안 서로 얼굴을 쳐다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볼 일을 보는 동안 서로 얼굴을 쳐다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양중모


한국과 달리 볼 일을 보는 동안 다른 사람의 얼굴을 뻔히 쳐다볼 수 있는 구조 때문입니다. 상하이는 비교적 발달한 도시이기에 그런 화장실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원에 있는 화장실은 분위기부터 달랐습니다. 그래서 큰마음 먹고 들어간 화장실은 예상대로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게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장애인용으로 보이는 화장실에 좌변기가 설치되어 있던 게 특이했습니다.

베이징에 있을 때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런 화장실을 상하이에서 다시 보니 참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이 현대화하면서 이런 화장실들도 점점 사라질 텐데 아직까지 구경할 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a 연안시루역과 상당히 가깝습니다.

연안시루역과 상당히 가깝습니다. ⓒ 양중모


화장실까지 구경하고 나서 천산공원 나들이를 끝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여행안내 책자에 소개돼 있진 않지만, 기회가 되면 이 공원을 한 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마작을 잘 하시는 분이나 군사관련 분야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라면 시간 내서 둘러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연안시루라는 전철역 근처에 올 기회가 있으시다면 한 번 둘러보고 가십시오. 공원에서 전투함을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덧붙이는 글 | 다음 번엔 중산공원에 가볼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번엔 중산공원에 가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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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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