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 실버 문화학교를 아세요?

근대 건축물은 살아있는 역사, 노인들은 살아온 역사교과서

등록 2006.09.13 20:50수정 2006.09.1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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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중구문화원에서 주관하고 국무총리복권위원회와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땡땡땡! 실버문화학교'가 지난 9월 4일에 대전중구문화원 4층 소강당에서 개강하여 같은 달 27일에 끝난다

'대전 근대건축 실버 해설사 양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작된 이 교육마당은 대전에서 거주하는 55세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대전의 근대 건축물과 그 속에 담긴 가치를 공부하고 있다.


이번 과정을 준비한 최창희 중구문화원 사무국장은 "노년세대들의 유년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근대 건축에 관한 교육을 통하여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여 풍요로운 대전 지역 문화를 조성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연중
강연중최장문
지난 11일 4번째 강연이 열리고 있는 현장을 찾아갔다. 20여 명의 어른들을 모시고 한밭문화마당 공동대표인 임헌기 선생님이 '근대화 과정과 생활사'를 강의하고 있었다. 강의는 대전을 중심으로 한 근대화 과정을 담은 사진을 보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3시간 남짓 진행되었다.

대전 근대문화유산이 안경원이라니?

임 선생님은 대전역 앞에 있는 구산업은행을 안경점으로 활용한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구산업은행 건물은 1912년 한성은행 대전지점으로 처음 설치했다. 이 자리에 1937년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을 준공했고, 6·25 전쟁을 거쳐 1954년 한국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이후 한국산업은행은 둔산 신도심 개발과 함께 1997년 둔산으로 지점을 옮기면서 철거 논의가 있었으나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대전의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방치되어 오다가 2005년 하반기부터 내부수리를 거쳐 2006년 초 안경점으로 바뀌었다.


구산업은행을 리모델링하여 2006년 초부터 안경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산업은행을 리모델링하여 2006년 초부터 안경점으로 활용하고 있다.최장문
2005년 11월. 안경점으로 활용하기 전의 모습
2005년 11월. 안경점으로 활용하기 전의 모습최장문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표시판(중앙 사진)이 정문에 있었으나(왼쪽 사진 붉은 원) 안경원으로 바뀌면서 가려졌다. 지난 3월 한밭문화마당에서 대전시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그대로이다.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표시판(중앙 사진)이 정문에 있었으나(왼쪽 사진 붉은 원) 안경원으로 바뀌면서 가려졌다. 지난 3월 한밭문화마당에서 대전시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그대로이다.최장문
이 건물은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대전지하철역 입구에 있다. 경부선 개통(1904) 이후 형성되기 시작한 근대 도시 대전의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또한 100여년 가까이 대전 사람들에게 문화·정치·경제의 공간이 되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둔산 신도심 개발을 시작으로 이제는 대부분의 상권이 죽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져 상가 임대료의 일부를 중구청에서 지원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의 도시 속에는 그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숨 쉬고 있다. 우리가 서울이나, 전주, 부산 등을 여행할 때 그 도시의 현재도 보지만, 그들의 과거가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도 함께 돌아본다. 이처럼 역사의 모습이 담긴 건축물들은 그 도시의 얼굴이자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임 선생님은 강조했다.

부산 근대역사관에서 배우자!

강의를 듣고 부산이 생각났다. 부산 또한 일제시대부터 만들어진 근대도시 중의 하나인데, 일제시대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만들어 학생과 시민들에게 부산의 과거를 보여주는 교육의 장과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근대역사관. 1920년대에 건립되어 일제의 수탈기구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되다가, 해방이후 1949년 미문화원으로 개원한 후 1999년 반환되어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산근대역사관. 1920년대에 건립되어 일제의 수탈기구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되다가, 해방이후 1949년 미문화원으로 개원한 후 1999년 반환되어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최장문
부산근대역사관에서 발행한 책자들. 부산의 근대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하여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근대역사관에서 발행한 책자들. 부산의 근대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하여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최장문
이런 점에서 대전의 길목에 있는 구산업은행을 '근대도시 대전'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홍보관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앞으로 충남도청 이전 후 그 건물을 근대도시 대전과 관련하여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지 대전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충남도청. 1932년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여 1989년 대전이 직할시가 되면서 충남과 분리되었으며, 2013년 예산·홍성으로 도청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충남도청. 1932년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여 1989년 대전이 직할시가 되면서 충남과 분리되었으며, 2013년 예산·홍성으로 도청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최장문
근대 건축물은 살아있는 역사, 노인들은 살아온 역사교과서

현대 사회가 디지털화되면서 노년층은 점차 활동 집단에서 소외 시 되고 있다. 대전의 근대 건축물들 또한 우리의 관심이 멀어진 사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으며 '경제성장'이란 이름 아래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근대 건축은 살아있는 역사이며, 노인들은 그 건물과 함께 살아온 역사교과서이다. 근대 대전을 문화와 역사적 특성을 살린 도시로 만들려면 소외되고 있는 노인들과 근대 건축을 살리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특히 대전의 중심 지역이었던 중구에는 많은 근대건축물들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때 대전 중구의 문화적 역사적 특성뿐만이 아니라 대전의 문화와 역사도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땡땡이 실버 문화학교'는 대전의 근대문화유산을 매개로 한 노년층과 청소년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성숙한 지역 공동체 문화에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전의 근대 사진들을 보며 소시적에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대전의 근대 사진들을 보며 소시적에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최장문


강의 일정

9월 4일 <대전시의 역사와 발전과정/개강식>
9월 6일 <근대건축의 흐름과 구조 및 특징>
9월 8일 <대전의 근대 건축 개관>
9월 11일 <근대화 과정과 생활사>
9월 13일 <근대화 과정의 실화, 사건사고, 비화>
9월 15일 <일제 강점기의 대전>
9월 18일 <대전의 근대기행-현장학습>
9월 20일 <근대 건축의 문화적 가치-강경현장탐사>
9월 22일 <감사의 조건>
9월 25일 <현장실습 및 근대건축물 분포지도 만들기>
9월 27일 <대전 중구 지역의 근대 건축물의 중요성/수료식>

좀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은 분은 <대전중구문화원> 안내전화 (042) 256-3684나 문화원 홈페이지(www.moonwha.or.kr)를 참고하세요. / 최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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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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