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대한 '시민의식' 확립돼야

'이달의 서울시 문화재'에 선정된 세검정서 '담배'를?

등록 2006.09.13 20:49수정 2006.09.1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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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특별시기념물 제4호 세검정(洗劍亭)

서울특별시기념물 제4호 세검정(洗劍亭) ⓒ 이수앙

a 영조 24년(1748) 중건하였을때 세검정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영조 24년(1748) 중건하였을때 세검정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 이수앙



1976년 11월 11일 서울특별시기념물 제4호로 지정된 세검정(洗劍亭)은 원래 서기 1500년 ~ 1505년경 연산군이 탕춘대를 마련하고 유흥을 위한 수각(水閣 : 물 위에 지은 누각)으로 세웠다. 일설에는 숙종 때 북한산성을 수비하기 위한 군사들의 휴게시설로 세운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나 확실하지는 않다.

세검정(洗劍亭)은 광해군 15년인 1623년 이귀, 김류 등이 광해군의 폐위를 의논하고 이곳 사천(沙川, 홍제천)의 맑은 물에 칼을 씻었다하여 전하게 된 이름이다. 칼을 씻어서 칼집에 다시 넣는 일련의 상징적 행동으로 태평성대를 만들기 위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며, 이 세검정은 이들의 성공으로 인조반정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 곳은 인조반정 당시만 하여도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으나 간장 담그는 기술자와 창호지 만드는 기술자가 상주하여 '메주가마골'이란 별칭도 생겨났으며, 그 중 장판지를 만들던 조지서(造紙署) 터는 지금까지 전한다. 그러던 중 1941년 인근 종이 공장의 화재로 세검정이 소실되어 주춧돌만 남은 것을 겸재 정선의 <세검정도>를 참고하여 1977년 5월에 다시 복원하였다.

a 종이를 세초하던 장소였던 세검정

종이를 세초하던 장소였던 세검정 ⓒ 이수앙

a 세검정 내에서의 흡연

세검정 내에서의 흡연 ⓒ 이수앙

평창동과 정릉을 연결하는 북악터널을 지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세검정을 지나야 하며, 지금은 주위 마을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9월 '이달의 서울시 문화재'에 선정된 세검정을 찾아갔을 때에도 많은 주민들이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유 있고 한가로운 세검정의 모습을 촬영하던 취재팀은 보고 싶지 않은 장면과 만나게 되었다. 세검정 안에서 흡연 중인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촬영에도 아랑곳 않고 너무나 당당히 담배를 피우던 사람은 문화재 안에서 흡연은 위험하다는 취재팀의 말을 듣고서야 담뱃불을 껐다.

a 세검정의 아름다운 단청

세검정의 아름다운 단청 ⓒ 이수앙

a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 ⓒ 이수앙

지난해 낙산사 소실과 올해의 서장대 및 창경궁 문정전 방화 뒤 많은 시민들이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정작 '나 하나쯤이야', '여긴 괜찮겠지'라는 식의 안일한 사고방식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현대화 된 방재 시설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있다면, 녹슬고 못쓰게 되어버린 소화기와 다를 바가 없다. 문화재를 보호하고, 제도를 지키며, 방재시설을 사용하는 그 모든 것이 사람의 몫이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다시 만들어질 수도 없고, 복원하여도 이미 문화재 속의 역사성이나 시대적 가치는 사라져버리게 된다. 잃어버린 문화재와 똑같은 모습과 색으로 복원하여 같은 자리에 세워두어도 그것은 잃어버린 진품의 모조품일 뿐이고, 문화재를 지키지 못한 우리 스스로에 대한 위안일 뿐이다. 사소한 한 번의 실수로 귀중한 문화유산을 또다시 잃기 전, 지금부터라도 문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수앙 기자는 cpn문화재방송국 소속입니다. 이 기사는 iMBC에도 동시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수앙 기자는 cpn문화재방송국 소속입니다. 이 기사는 iMBC에도 동시게재됩니다.
첨부파일 시민의식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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