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김 의원은 연초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호남에서 최소한 10%는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 당 간판도 내릴 각오를 해야 한다"며 "이만큼의 지지를 누가 받을 수 있나. 박 대표가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관심은 강재섭·김무성 의원이 '친박근혜'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점에 쏠려 있다. 박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사전에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당 안팎의 여론을 예의 주시하는 이중 행보를 취하고 있다.
유정복 전 대표비서실장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 대표와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당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박 대표는 호남에 대해 진정성 있는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며 "(민주당) 통합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통합'은 몰라도 '연대'나 '공조'는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하다"며 "(이 아이디어가) 완성되려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DJ 사이에 뭔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슬며시 운을 뗐다.
한 측근 역시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된 것이지만 문제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느냐와 실현 가능성 아니겠냐"고 말해 민주당과 당내 반응을 예의 주시하는 표정이었다.
지역+정체성 연합, 두 마리 토기 잡기... 효과는?
이명박 계열이나 소장파 측에서는 불쾌한 내색이 역력하지만 반응은 신중했다.
이명박 측 한 인사는 "DJ-박근혜 연대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 시장에 비해 호남에서 열세이다 보니 (박 대표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 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 소장파 의원 역시 "DJ가 과연 영남의 보수 집안과 손을 잡으려 하겠냐"며 사태를 좀 더 지켜보며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남에서 10%대를 확보하지 않으면 정권 탈환이 어렵다는 건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 측의 '아이디어'에 대해 대놓고 비판하긴 어렵다. 면분상, 동서화합이라는 지역연합의 성격에 아울러, 중도·보수의 '정체성 연합'이라는 측면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소장파 측이 박 전 대표의 이러한 호남 행보에 대해 "박정희 과오를 상쇄함과 동시에 수도권과 호남 표심을 얻어 대권주자로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지만 대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건 그런 배경에서다.
특히 소장파 측에선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의 진보 성향의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들 '진보당'으로 가라"라고 말한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을 겨냥했다는 판단이다. 당장에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홍보기획위원장)은 "손학규 전 지사와 소장파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을 수 있겠냐"며 견제구를 날렸다.
당 밖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지지도 상승의 '효과'만 누리겠다는 계산 아니냐는 것.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은 "2주 전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의 부동층이 가장 높았다"며 "호남 민심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나라당의 주자들의 진정성이 검증되지 않고서는 민심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