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발 정계개편, 대연정과 똑같네?

최측근 김무성 "한나라당 깨고 '영호남 중도보수 정당' 만들어야"

등록 2006.09.14 19:52수정 2006.09.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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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은 11일 오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한나라당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은 11일 오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치권은 점차 정계개편 논의에 군불을 때는 양상이다. 여당에 이어 '야당 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호남'을 매개로 한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강재섭 대표가 회장을 지낸 '국민생각'이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초청해 '한-민 공조'를 타진한 데 이어, 김무성 의원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내부의 호남의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을 깨고 헤쳐모여식 '중도·보수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은 '이상론'이다. 김 의원은 "현실화하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한나라당 대선 후보)이 형성되었을 때 리더가 주도해 한나라당의 기득권을 버리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중도·보수 세력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영·호남 구원(舊怨)은 한나라당이 광주에 가서 사과하는 등의 이벤트로 털어질 문제가 아니"라며 "전라도의 보수와 경상도의 보수가 만나고, 전라도의 진보와 경상도의 진보가 만나는 정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15∼20% 지지는 얻어야 정권을 잡은 뒤에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용상으론 노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과 다르지 않다. 다만 노 대통령이 포함되었느냐 여부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은 우리와 함께 갈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확정되면 결단해야"

김무성 의원.
김무성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김 의원은 연초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호남에서 최소한 10%는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 당 간판도 내릴 각오를 해야 한다"며 "이만큼의 지지를 누가 받을 수 있나. 박 대표가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관심은 강재섭·김무성 의원이 '친박근혜'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점에 쏠려 있다. 박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사전에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당 안팎의 여론을 예의 주시하는 이중 행보를 취하고 있다.

유정복 전 대표비서실장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 대표와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당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박 대표는 호남에 대해 진정성 있는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며 "(민주당) 통합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통합'은 몰라도 '연대'나 '공조'는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하다"며 "(이 아이디어가) 완성되려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DJ 사이에 뭔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슬며시 운을 뗐다.

한 측근 역시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된 것이지만 문제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느냐와 실현 가능성 아니겠냐"고 말해 민주당과 당내 반응을 예의 주시하는 표정이었다.

지역+정체성 연합, 두 마리 토기 잡기... 효과는?

이명박 계열이나 소장파 측에서는 불쾌한 내색이 역력하지만 반응은 신중했다.

이명박 측 한 인사는 "DJ-박근혜 연대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 시장에 비해 호남에서 열세이다 보니 (박 대표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 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 소장파 의원 역시 "DJ가 과연 영남의 보수 집안과 손을 잡으려 하겠냐"며 사태를 좀 더 지켜보며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남에서 10%대를 확보하지 않으면 정권 탈환이 어렵다는 건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 측의 '아이디어'에 대해 대놓고 비판하긴 어렵다. 면분상, 동서화합이라는 지역연합의 성격에 아울러, 중도·보수의 '정체성 연합'이라는 측면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소장파 측이 박 전 대표의 이러한 호남 행보에 대해 "박정희 과오를 상쇄함과 동시에 수도권과 호남 표심을 얻어 대권주자로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지만 대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건 그런 배경에서다.

특히 소장파 측에선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의 진보 성향의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들 '진보당'으로 가라"라고 말한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을 겨냥했다는 판단이다. 당장에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홍보기획위원장)은 "손학규 전 지사와 소장파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을 수 있겠냐"며 견제구를 날렸다.

당 밖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지지도 상승의 '효과'만 누리겠다는 계산 아니냐는 것.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은 "2주 전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의 부동층이 가장 높았다"며 "호남 민심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나라당의 주자들의 진정성이 검증되지 않고서는 민심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농성장에 격려방문을 하던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농성장에 격려방문을 하던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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