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만큼이나 기구한 철종어진

군복차림의 반쪽만 남은 어진 1987년 모사복원돼

등록 2006.09.15 14:24수정 2006.09.1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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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불에 타 반쪽만 남은 철종어진

불에 타 반쪽만 남은 철종어진 ⓒ 문화재청

문화재청이 지난 11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예고한 19건의 초상화 중 철종(哲宗)의 어진(御眞)이 들어있다. 철종의 어진은 두 번에 걸쳐 그려졌다. 지금 반쪽만 남아 전해지는 어진은 두 번째 그린 것으로 군복차림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첫 번째 어진은 왕위에 오른 지 3년째되는 해인 임자년(1852년)에 2본을 그렸다. 이후 두 번째로 왕위에 오른 지 12년이 지난 신유년(1861년)에 군복본(군복본)과 강사포본(絳紗袍本)으로 그려진다.


철종의 첫 번째 어진에 대한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으나 두 번째 어진을 그리는 데는 신유년 2월23일부터 어진도사업무(御眞圖寫業務)가 시작되어 두달여만인 4월 21일 어진을 주합루(宙合樓)에 봉안하고 철종이 이를 감독한 벼슬아치와 화원들에게 공을 치하하고 시상을 하는 사급(賜給)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어진을 그리는 화원들이 늘 시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명종실록(明宗實錄)에 중종 사후, 추사(追寫)한 어진이 잘못 그려졌다며 벌을 주자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어진이 얼마나 엄숙하게 그려졌는지 짐작되는 일이다.

철종의 어진도 그런 엄숙함 속에 그려졌을 것이다. 철종의 어진을 그리기 위해 검교제학 김병익, 김병국, 원임제학 남병철, 직제학 김병필 등이 감동관에 (監董官)에 임명됐고 화공은 당시 산수와 인물에 능한 쟁쟁한 화원인 이한철과 김하종, 백영배, 박기준, 송석, 이형녹, 백은배, 유숙, 조종묵, 김용원 등이 동원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렇게 엄숙하게 그려진 어진은 주합루에 봉안된지 89년만인 1950년 6·25당시 부산에 소개되어 있다가 불의의 화재를 만나 불에 타 반쪽만 남았다. 하지만 반쪽만 남은 철종의 어진은 지난 1987년 당시 한국전통미술인회 회장이던 최광수 박사(한의학)에 의해 복원된다.

당시 이강칠 문화재전문위원은 '철종대왕 어진 복원에 대한 소고'를 통해 "최광수 박사가 문화공보부로부터 정식으로 복원승인를 받고 반쪽 남은 철종의 어진을 그의 화실로 옮겨놓고 복원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원본대로의 규격에 맞는 광초(廣?)를 구하는 문제 ▲설채(設彩)에 있어 국왕의 어진이기 때문에 국산색채를 사용하는 문제 ▲소실된 부위에의 자세 복원문제 등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고 술회했다.


복원모사작업은 어진에 나타난 전립에서부터 바닥에 깔린 화문석의 문양까지 모든 것은 실제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고증한 다음 그려졌다.

어진은 군복차림으로 용교기에 앉아 약간 우향(右向)한 전신좌상이다. 입은 군복의 색깔은 주황색이고 소매 등은 빨강색으로 옷 전체에는 양태문과 운용단문이 수놓아져있고 진청색 바탕에 용문이 수놓아진 흉배와 견배를 달고 있다.


용안은 정면을 주시하고 있고 오른손에는 등채를 힘있게 거머쥐고 왼손은 자연스럽게 기자손잡이에 올려놓은 자세를 취하면서 엄지에는 빨강색 포지를 끼우고 있다.

기자 뒤에는 표피(豹皮)을 깐 것이조금 보이고 족좌 아래에 깔린 화문석 양쪽에는 날아오르는 청룡 무늬를 그려 넣었다. 어진 속 철종은 일국의 제왕으로 부족함이 없는 위풍당당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 문화재전문위원은 또 소고에서 최광수 박사는 어진을 복원모사하는 3개월 14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일어나 목욕재계를 한 다음 정갈한 한복에다 갓까지 받쳐 쓰는 의관정제를 한 다음 붓을 드는 등 정성과 치밀한 계획, 능숙한 기예로 복원모사가 가능했다고 기술했다.

복사 모사된 이 어진은 현재 일반에 공개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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