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맞아. 말 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란 어려운 일이지. 네가 말한 람이라는 사람처럼 말이야. 개인적인 삶을 떠나서 모든 열정을 다른 사람을 돕는데 바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지. 하지만 한 사람의 힘이 큰 숲을 이루었잖아. 그가 돌 하나 하나를 쌓아올려 건물을 만들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그 학교 말이야. 덕분에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인생이 끝났을 가난한 아이들 80명이 교육을 받게 됐잖아.”
파비앙은 맥주를 들이키면서 아직 따뜻한 난(구운 밀떡)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사람을 돕고 싶지만 난 평생 남을 돕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난 두려워. 그 사람을 봤을 때 영혼을 읽을 수 있다고 느꼈어.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야.”
“메이, 그런 일은 흔하지 않아. 그리고 난 그런 일들을 믿어. 삶에 숨어있는 신비들 말이야.”
파비앙의 열 손가락에는 특이한 모양의 갖가지 반지들이 끼워져 있었다. 그 반지 디자인만큼 그는 자유로운 생각의 소유자였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은 옷 한 벌 뿐이야. 하지만 누군가 그를 돕는다면 더 많은 일들을 해 낼 수 있겠지. 가서 그를 도와줘. 모든 인연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아니. 메이? 모든 일은 그냥 일어나지 않아. 의식이 원하면 이루어지는 것은 정신의 과학이야. 그가 그토록 인도를 사랑했기 때문에 신이 너를 그곳에 보냈는지도 모르지.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네가 할 수 있을 일을 해.”
“하지만 여행자가 여행을 멈추다니! 여행을 하고 돌아가면 안 될까? 여행자가 여행을 멈추어도 돼?”
“아. 메이 제발! 시간 낭비하지 마”
파비앙은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부벼놓았다.
며칠 뒤 나는 오르차로 돌아가기 위해 릭샤를 타고 델리 기차역으로 향했다. 파비앙이 보석들을 구입한다고 라자스탄으로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등장 순서와 대사를 안다는 듯 나타나 나를 지지해준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11월의 델리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내 팔 위에 부서지는 햇볕 만 보고 있어도 즐거웠다. 나는 늘 여행을 믿어왔다. 여행은 언제나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 간다는 것을.
이번에도 그랬다. 누군가 날 위해 이 여행을 준비해 둔 것처럼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과 만나고 있었다. 삶이 반짝 반짝 빛났다. 기나긴 인도 시골 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