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77회

범 우주 동맹

등록 2006.09.19 17:19수정 2006.09.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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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멀리서 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몰아내려고 하는 것도.

아누는 그 말에서 상대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은 것을 깨닫고 용기를 되찾아 즉시 반박했다.


-결코 모두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다. 난 너희들을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넌 대체 어떤 존재인가. 특별한 사이도인가?

그 생명체는 아누와 짐리림의 주위를 빙빙 돌다가 멈춘 후에 의미를 전달했다.

-사이도라는 말은 저기서 자고 있는 생명체들을 너희들이 일컫는 말인가? 난 겉으로도 ‘사이도’가 아니지만 너희들이 지칭하는 ‘생명체’와도 다른 존재다.

아누는 그 생명체가 허튼 소리로 자신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누 분만 아니라 짐리림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큰 소리로 상대를 윽박지르려 했다.

-우리와 의미가 통한다고 함부로 굴지마라! 가이다의 생물들은 문화 따위를 지니지 못한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저 사이도들이 노래를 부른 것도 다 네가 조정한 짓이지? 사실은 우리를 두려워하니까 이런 허황된 짓으로 겁을 주려고 한 것 아닌가.


그 생명체는 또 다시 산만하게 아누와 짐리림을 중심에 두고 빙빙 돌다가 우뚝 멈춰 서서 의미를 전달했다.

-너희들은 이곳을 가이다라고 부르나?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를 가이다로 불러라.


아누는 ‘가이다’가 전달하는 의미가 굉장히 즉흥적이어서 종잡을 수 없다고 여겼지만 일단 그 생명체를 ‘가이다’로 불러주기로 작정했다.

-가이다, 너는 왜 우리 앞에 나타났지?

‘가이다’는 이번에는 아누와 짐리림 주변을 돌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너희들이 여기 왔으니 내가 나타난 것이다. 난 이 곳의 생명들조차 알지 못하는 존재다. 왜냐하면 그 생명체들과 같은 존재며 그들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어떤 존재이지?

아누와 짐리림은 이 ‘가이다’의 질문에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이다’의 질문은 상대를 현혹시키는 것이 아닌 진실한 의문으로 그들의 머릿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터전을 찾아 광활한 공간을 해매는 존재다.

-새로운 곳? 그런 곳은 어디에도 흔한 것인가? 너희들은 그런 곳을 많이 찾았나? 찾은 곳은 항상 생명을 공격해서 해치고 빼앗아 가려 하는 건가?

아누는 ‘가이다’의 연이은 질문에 막연함을 느꼈다. 분명 자신들과 의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면서도 ‘가이다’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자신들에 비해 매우 적은 것 같은 느낌을 아누는 받고 있었다.

-너희를 공격한 이들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난 하쉬행성의 명예를 걸고 이를 바로 잡으려고 한다. 우리와 가이다의 생명들은 모두 공존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너희들이 저들을 이용하려는 건가? 너희들의 행성은 어떻게 생명을 키워왔는가? 이 가이다의 생명은 기나긴 세월동안 모진 시련을 견디고 지금까지 이어져 번성해 오고 있다. 그 생명들이 너희들이 이용하는 대로 움직여 주리라고 여기는가?

짐리림은 ‘가이다’의 말이 조금 공격적으로 변하자 손을 떨며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눈이 먼 하쉬의 생명이여. 두려워 할 것은 없다. 내가 이렇게 너희들 앞에 나선 것은 서로 도와가자는 것일 뿐이다. 난 너희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너희들은 과거에도 여기 온 적이 있지 않은가.

아누는 ‘가이다’의 마지막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과거에 여기 온 적이 없다. 오랜 세월동안 드넓은 우주공간에 티끌만한 탐사선을 흩뿌려 가며 찾은 행성 중 우리가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숨 쉬며 활동할 수 있는 곳은 이 가이다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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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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