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외교 복원' 과제, 아베 정권 어디로?

국내 일본전문가 5인의 전망

등록 2006.09.20 15:45수정 2006.09.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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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 관방장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 관방장관.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이 20일 예상대로 제21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됐다. 그는 오는 26일 중의원과 참의원의 선거 절차를 거쳐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아베 시대'의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한·일 관계는? 대북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런 궁금한 점들에 대해 국내 일본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재가 그 동안 보여온 정치적 성향이나 역사인식을 볼 때 한·일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가 집권 초기에 보일 유연성을 잘 포착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아베 총재로서는 '아시아외교 복원'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집권 초기 한·일관계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양국 정부는 일단 경색돼있는 정치적 관계를 푸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순항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는 한·일간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아베 총재가 북한과 '싸우는' 모습을 통해 급성장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현 노무현 정권의 정책방향과는 기본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북한문제가 한일관계의 주된 갈등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일본 내정에 있어서는 아베 총재가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와 정책을 계승, 계속 순항할 것이란 견해와, 고이즈미 총리와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지금의 높은 인기가 곧 꺼지고 정권 기반이 흔들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교차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응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교수, 최영호 영산대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등 일본전문가 5인의 견해를 쟁점별로 나눠 소개한다.


#1. 한일관계

박철희 낙관도 비관도 않는다. 낙관하지 않는 이유는 아베가 기본적으로 역사문제와 대북정책에서 강성이기 때문. 고이즈미 때보다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시아외교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일본 내 압력과 요구가 높고, 아베 자신도 한국에 대해서 감성적으로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정상회담의 복원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윤덕민 아베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많지만, 고이즈미 시대의 아시아 외교에 잘못된 게 많다는 생각은 하는 것 같다. 야스쿠니 문제를 쟁점화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외교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고, 한·일간 정체된 상황을 돌파하는 계기는 마련될 것으로 본다. 물론 근본적으로 중국과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미국과의 관계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한·일간 경제관계가 꾸준히 심화되고 있고, 일본은 질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이 상태로 둬선 안 된다.

이원덕 아베가 이념적으로 우파이고 강성이지만, 그렇다고 한·일관계가 반드시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아베는 내년 7월 참의원선거에 정치생명이 달려있다. 한국, 중국과 정상회담을 못하는 상태를 방치한다면 야당의 집중적인 공격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려 할 것이다. 재계의 요구도 있다. 따라서 내년 7월까지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제하며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본다. 한국도 조건을 너무 크게 걸면 곤란하다. 올해 안에 아베가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전에 서울을 방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최영호 한·일간 외교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실무 선에선 이미 다각적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베는 초기에 이미지에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시적인 유화 분위기는 연출되겠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역사인식과 대북정책 등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도 그 동안 해온 말이 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보이기 어렵다. 결국 한국의 다음 정권에나 가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관계가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양기호 미·일동맹 말고는 외교에 무지했던 고이즈미와 달리, 아베는 부친이 외상일 때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기 때문에 나름의 식견이 있고 외교라인을 활용할 줄 안다. 하지만 전후 세대이고, 미국에서 공부해서 아시아문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일반적 국제관계의 논리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외교라인을 살려 한·일관계 개선에 나선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간 긴밀한 대화는 힘들고, 관계개선 움직임도 형식적인 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2. 대북정책

양기호 아베는 북한 문제로 커온 정치인이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생각하면 의식적으로 강경입장을 보일 것이다. 6자회담이 이대로 내년까지 표류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일은 한국의 입장과 완전히 갈라서 강경으로 치달을 것이고, 레임덕이 될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할 힘이 없어진다. 한·일관계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역사나 독도 문제 보다 대북정책이다.

박철희 당분간은 지금까지와 같은 대북 강경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렇게 해서 결실이 없으면 정권에 부담이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윤덕민 아베가 총리로 급부상한 배경은 납치문제가 가져온 충격에다, 확실하게 자기 입장을 보여 지지를 높여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경 일변도 정책이 반드시 일본에 도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원덕 다른 무엇보다도 북한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야 한다. 어떻게든 한·미·일 공조를 활용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데 미국과도 껄끄럽고, 일본은 미국보다 더 강경한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역사문제로 전선을 펼치면 곤란하다.

최영호= 기본적 외교노선이 미국 추종이고, 미국이 지금 북한에 대한 강경자세를 바꿀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제재를 통해 북한을 컨트롤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3. 일본 내정

이원덕 지금 지지가 높지만 탄탄대로는 아니다. 아베는 여러 면에서 고이즈미와 다르다. 둘 다 우파로 알려져 있지만 내가 보기엔 다르다. 고이즈미는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국민 지지 이끌어냈지만, 아베는 신보수주의, 즉 네오콘 성향이다. 일본 국민이 반드시 네오콘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정치적 입지도 단단하다고 볼 수 없다. 연륜이 짧아 자민당 내에서 장년층이 미더워하지 않는다. 만약 실책 있으면 바로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박철희 고이즈미 개혁을 이어간다는 측면과 차별화 측면에서 고민할텐데, 고이즈미 보다는 불리한 환경이다. 고이즈미는 반대파를 저항세력으로 몰아 각을 세울 수 있었다. 아베는 결과적으로 전폭적, 거당적 지지가 됐는데 논공행상으로 오히려 운식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외교 외에는 금방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없다. 결국 아시아외교에 대한 결단이 정답인데 요즘 일본 정치는 정답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윤덕민 고이즈미는 국내적으로는 '잃어버린 10년'을 마감시킨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총리다. 항상 훌륭한 지도자 다음에 하면 성과를 얻기가 힘든 법이다.

양기호 아베는 정책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차관을 한번도 맡은 적이 없고, 장관도 관방장관 경력뿐이다. 따라서 조직을 중시하며 분야별로 일을 맡기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고이즈미의 '우정개혁'처럼 새로운 안을 내서 밀고 나가기는 역량상 어려울 것이다. 결단력은 있으나 대국을 보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평가다.

최영호 아베는 기본적으로 고이즈미 개혁노선을 유지하면서, 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가야 한다. 따라서 정치적 수사가 많이 나올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우경화 흐름으로 비쳐질 것이다. 기존 파벌에 연연해하지 않는 의원들이 대거 진출해 있기 때문에 당 장악력은 고이즈미 시대보다 커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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