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거는 법도 몰랐네

<상해를 가다16>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등록 2006.09.21 09:20수정 2006.09.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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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거 태극기 잘못 걸려 있잖아!”


얼마 전 상하이에 있는 한 대형 마트를 갔다가 태극기를 보고 흥분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 코너에 태극기가 세로로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로로 걸려있는 것은 물론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태극기가 걸린 모양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보고 격분한 전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 마트 홈페이지를 찾아 따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친 김에 상하이 영사관에 민원을 넣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a 세로로 걸려 있는 태극기 잘못 걸린 줄 알았습니다.

세로로 걸려 있는 태극기 잘못 걸린 줄 알았습니다. ⓒ 양중모

그런데 갑자기 제가 생각하고 있는 세로로 거는 태극기 모양이 맞는지 갑작스레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로가 아닌 세로로 걸려 있는 태극기를 보았기에 순간적으로 제가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알아보고 항의해야겠다는 생각에 포털사이트에 재빨리 ‘태극기’를 쳐보았습니다. 자세히 찾아보니 세로로 걸었을 때 어떤 모양이 바른 상태인지 잘 나와 있었습니다. 그 설명과 마트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니 마트에서 걸어놓은 모양이 맞았습니다.

순간 무척이나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래 마트에 항의하고 싶었던 이유는 중국 사람들이 잘못된 태극기를 마트에서 보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우리나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중국인들에게 전달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세로로 걸려 있다고 해서 태극기가 제대로 걸려 있는지도 제대로 판단 못한 제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에 관한 일에 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제 자신이 무시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맹렬히 추격해오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보면 전 가끔 두렵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력이 앞선 지금도 작은 나라라고 무시하는 중국인들이 있는데 만약 경제력마저 역전된다면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 말입니다.

a 한자로 이마트가 씌여진 버스입니다. 허름한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한자로 이마트가 씌여진 버스입니다. 허름한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 양중모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는 별 관심도 없던 한국 상품이나 식품들이 무척이나 애착이 갑니다. 허름한 버스에 이마트 표시를 달고 다니는 차를 이 곳에서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매일 아침 사서 마시던 생수마저도 이 곳에서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코 지지할 수 없었던 귀여니의 중국어판 책을 보고도 반가운 느낌이 듭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나서 제가 느끼는 감정은 중국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그들 생활 속에 우리의 것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깊게 뿌리 박고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태극기가 제대로 걸려 있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후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중국인이 우리나라의 면적, 인구, 자연 환경 등에 대해서 물어보면 자세히 대답해줄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종종 중국인 친구들은 우리나라 면적이나 기후 환경 등에 대해 묻습니다.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면 굉장히 이상하게 쳐다보곤 합니다. 중고교 시절에 다 배운 것이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실들입니다.

a 한국에 있었을 때 싫어하던 책마저도 이 곳에서 보면 반갑습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싫어하던 책마저도 이 곳에서 보면 반갑습니다. ⓒ 양중모

예전에는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외국인들을 대할 때는 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나라 상품이나 식품, 드라마 등이 너희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우리나라 우수성에 대해 실컷 말했는데, 정작 기본적인 사항은 말해주지 못한다면 이상한 일 아니겠습니까?

제가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마트에 항의 글을 올렸다면 자신의 나라 국기 거는 법도 모르는 한국인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에게 무척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조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알아야 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덧붙이는 글 | 그 일 이후 제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에 대해 중국인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그 일 이후 제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에 대해 중국인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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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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