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욕심은 바로 '비전'이죠"

[인터뷰] 김순진 (주)놀부 회장

등록 2006.09.21 19:26수정 2006.09.21 19:26
0
여성신문
[김미량 기자] "음식사업은 곧 문화사업입니다. 길거리 음식에조차 우리의 문화가 스며있어요. 스스로 음식 장사꾼이 아닌 문화를 수출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는 이유입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모 김순진(52) ㈜놀부 회장이 최근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토종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최초로 일본의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OGM과 6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한 것에 이어, 8월에는 경원대 대학원(관광경영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어 숙명여대·순천향대 등에 장학금을 쾌척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주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부연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놀부가 체결한 '마스터프랜차이즈'란 브랜드 사용권과 사업 노하우만 전수하고 계약금과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일본에 가맹점을 연 지 두 달 만에 벌써 6곳이 개점했다.

김 회장은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줄을 잇는 해외 프랜차이즈 계약 요청을 뒤로 미루고 있다. 꼼꼼한 준비를 토대로 진출해야 '놀부'라는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느린 걸음으로 가겠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개척자의 길을 걸어왔다. 87년 '놀부보쌈'으로 창업해 19년 동안 가맹점 560개, 외형매출 5000억 원의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을 일구기까지 그는 '한식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표준화'하는 실험을 계속해왔다.

김 회장은 "한식이 까다롭지만 그만큼 훌륭한 전통이 깃든 음식이기 때문에 전문 연구 인력만 충분하다면 해외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높은 로열티를 받는 외국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호황을 누리는 현실을 볼 때마다 "한식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욕심이 불쑥 솟구치곤 한다.

김 회장은 ㈜놀부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식재료 및 메뉴를 고급화하면서도, 가격만큼은 '품질 대비' 저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기업·가맹주·고객 모두가 상생해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특히 김 회장의 가맹점 관리는 까다롭기로 유명해 '부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맹점을 내주지 않는다. "음식업은 혼신의 힘으로 서비스를 다해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김 회장은 "흔히 음식업을 3D업종으로 분류하지만 대기업까지 뛰어들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며 "스스로 전문가라는 자부심과 책임감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김 회장의 이런 고집은 뒤늦은 향학열에서도 드러난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서른이 넘어 음식점을 열고, 마흔 넘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이어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길가의 작은 풀도 양분 없이는 자랄 수 없는데 사람에게 배움의 중요성을 말할 필요 있느냐"는 김 회장은 "배움이 커갈수록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을 깨닫게 된 것이야말로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살 때 나에게 음식을 사주신 분들, 내 음식을 먹어준 고객들, 내게 조언을 해준 많은 분들… 세상에 감사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김 회장. 앞으로 목표가 무엇이냐 물으니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답한다. '흥부전'의 욕심쟁이 못된 형 '놀부'가 아닌 '최고로 성장해서 그만큼 베풀겠다'는 놀부의 욕심은 바로 '비전'이다.

놀부의 성공법칙, "느리더라도 정도 걷겠다"

"브랜드의 힘은 고객의 가슴에서 나온다."

김순진 회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이 말 속엔 "한 번 얻은 신뢰는 누구도 쉽게 빼앗아 갈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금의 나는 고객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김 회장. 19년을 한결같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온 그의 성공 비결의 중심엔 '고객'이 있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식재료 구입비를 아끼거나 음식 양을 줄이지 않는다. 고객이 "먹을 때는 맛을 즐기고, 나갈 때는 부담 없다는 말을 듣겠다"는 원칙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외식업체들이 무수히 문을 닫을 때도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560개 가맹점에서 항상 같은 맛과 품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조리법을 세밀하게 표준화하고 계량화했다. 충북 음성에 2000명 규모의 '중앙공급식 주방'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전국에 표준화된 식자재 공급 시스템을 갖췄다.

아무리 훌륭한 음식도 고객이 찾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특성상 3년 주기로 새 메뉴를 선보였다. 전통적이면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놀부명가(한정식)',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놀부부대찌개', 가족 외식 '놀부보쌈'을 비롯해 외국인의 입맛까지 고려해 개발한 '놀부집항아리갈비'는 전통·연령·가격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함으로써 성공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댓글

(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